[19.09.19~10.06 코카서스3국] 티빌리시 골목길의 향기
코카서스
작성자
꽃삽
작성일
2019-10-03 02:29
조회
2308
조지아의 수도인 트발리시는 조지아 인구의 삼분의 일이 그 곳에서 삶의 터전을 꾸려가는 조지아의 가장 큰 도시이다.
나이 든 사람의 겉모습을 보면 그가 지나온 삶의 여정을 얼추 짐작할 수 있듯이 도시 또한 그런 것 같다.
티빌리시에선 지나온 시간을 짐작할 수 있는 오래 된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곳에서 성호를 그으며 간절한 기도를 드렸을 머리가 허옇게 센 늙은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교회들이 있고,
발코니에 서서 지나는 누군가에게 손을 흔드는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종알종알 새소리같은 웃음소리를 날리며 뛰어다니는 주근깨 투성이의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골목들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에 표정이 있듯 골목에도 그 나름의 표정이 있는 것 같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까? 골목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에서는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그 공간은 앉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자신을 내어준다.
나이 든 사람에게는 겨울 날 볕에 잘 드는 담벼락에 잠시 기댈 수 있게 등을 내어주고.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수줍은 연인들에게는 슬며시 불빛을 가려주어
그들의 홍조 띤 얼굴을 숨겨 주고,
놀이에 숨가쁜 소년의 땀방울을 바람을 데려와 슬며시 말려준다.
그리고 짝사랑하는 소녀의 얼굴을 창너머로 보기 위해 모듬발을 세운 소년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준다.
그렇게 그들이 자신 안에 머무르며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또닥여 준다.
골목에서 사랑이 시작되고,
화해가 이뤄지며,
양보와 배려가 이뤄진다.
티빌리시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어 가는 숨가쁜 세상 속에서도 그것이 남의 일인 양 여전한 모습으로 골목은 그 자리에 있었다.
다가오는 시간을 막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나이가 들지 않은 채로 있기에 나는 골목을 거닐며 세월을 읽는다.
숨가쁘지 않게 천천히...
느린 숨을 쉴 수 있는 골목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참 흐뭇한 일이다.
지금은 비록 레스토랑과 작은 소품들을 파는 가게가 된 곳이 많지만 그것 또한 골목에 누가 되지 않게 자신을 낮추고 있다.
아쉽게도 내 나라에선 골목들이 차츰 사라지고 있다.
우리들의 골목은 시멘트로 만든 수의를 입고 거대한 아스팔트 무덤에 갇혀 더운 날에는 지친 숨을 헉헉 내뱉고,
추운 겨울에는 손등이 갈라져 가고 있다.오르막으로 오르는 골목을 걷다가 뒤돌아 보면 더 없이 아름답던 그 골목에서 소박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그 골목에 깃들여 살던 다정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골목길은 나에게도 특별하다.
내 기억의 골목길에는 내 어머니가 계셨고, 어머니와의 만남과 작별의 대부분이 골목길에서 이루어졌다.
골목이 나이 들어가는만큼 어머니의 몸도 노쇠해갔고, 언제부터인가 골목에서의 어머니와의 작별은 서로의 눈을 마주 하지 못한 채 이뤼졌다.
어느 날,
"막내야 조심해서 잘 가.." 라는작별 인사를 건네며 슬며시 고개를 돌리는 어머니의 눈빛에서
나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처연한 슬픔을 봤다.
어쩌면 그것은 어머니와의 이 만남이 마지막 작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솟아 오르는 눈물을 참느라 내 눈동자가 벌겋게 팽창해 오던 것과 같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 때부터 어머니와 나는 서로의 눈빛을 마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내 두려움을 어머니께 들키기 싫어서. 어머니 또한 당신의 슬픔을 막내딸에게 들키기가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 이별들이 그 골목에서 되돌이표처럼 이뤼졌었다. 그렇게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날,
"엄마, 우리 또 만나자. 잘 가.엄마..." 라고 말하는 내 손을 꼬옥 잡아주고 어머니는 그 처연한 눈빛을 아주 태연스럽게 눈꺼풀 아래 감추시고 그 골목에서 영원히 떠나셨다.
담장 위 능소화가 송이째 툭 떨어지던 날...
지금 이 골목에 서니 문득 어머니께 묻고 싶어진다.
"엄마, 설마 엄마 그 슬픈 눈빛 나한테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그게 무슨 말이니?"
시치미를 뚝 떼고 태연하게 묻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다.
오늘, 골목의 끝자락에 서서 어머니에게 안부를 묻는다.
엄마! 추석 때 갖다 드렸던 노란 국화는 맘에 들던가요?
덧니 : 오늘 우리는 조지아에서의 십여일을 마무리하고 아르메니아로 넘어왔다.시작점인 인천공항에서부터 우리의 길벗이었던
김명자선생, 그녀에게 이제서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평균 연령이 육십이 훌쩍 넘어버린 24명을 그 여린 몸으로
길잡이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일이겠는가..언제든 우리가 눈 마주칠 수 있는 자리에서 조용히 우리의 손발이 되어주던
그녀가 그저 기특하고 대견하기만 하다.
바리조나에서 내 일행 셋이 말 없이 사라져서 연락조차 안 될 때의 그 당혹스런 순간에 그녀의 침칙과 영민하고 날렵한 판단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가.
그녀에게 직접 건네지 못했던 말, 우리 김명자선생! 정말 고마웠어요^^
나이 든 사람의 겉모습을 보면 그가 지나온 삶의 여정을 얼추 짐작할 수 있듯이 도시 또한 그런 것 같다.
티빌리시에선 지나온 시간을 짐작할 수 있는 오래 된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곳에서 성호를 그으며 간절한 기도를 드렸을 머리가 허옇게 센 늙은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교회들이 있고,
발코니에 서서 지나는 누군가에게 손을 흔드는 여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종알종알 새소리같은 웃음소리를 날리며 뛰어다니는 주근깨 투성이의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골목들이 있다.
세상의 모든 것에 표정이 있듯 골목에도 그 나름의 표정이 있는 것 같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까? 골목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에서는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그 공간은 앉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자신을 내어준다.
나이 든 사람에게는 겨울 날 볕에 잘 드는 담벼락에 잠시 기댈 수 있게 등을 내어주고.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수줍은 연인들에게는 슬며시 불빛을 가려주어
그들의 홍조 띤 얼굴을 숨겨 주고,
놀이에 숨가쁜 소년의 땀방울을 바람을 데려와 슬며시 말려준다.
그리고 짝사랑하는 소녀의 얼굴을 창너머로 보기 위해 모듬발을 세운 소년의 목덜미를 쓰다듬어 준다.
그렇게 그들이 자신 안에 머무르며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또닥여 준다.
골목에서 사랑이 시작되고,
화해가 이뤄지며,
양보와 배려가 이뤄진다.
티빌리시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어 가는 숨가쁜 세상 속에서도 그것이 남의 일인 양 여전한 모습으로 골목은 그 자리에 있었다.
다가오는 시간을 막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나이가 들지 않은 채로 있기에 나는 골목을 거닐며 세월을 읽는다.
숨가쁘지 않게 천천히...
느린 숨을 쉴 수 있는 골목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참 흐뭇한 일이다.
지금은 비록 레스토랑과 작은 소품들을 파는 가게가 된 곳이 많지만 그것 또한 골목에 누가 되지 않게 자신을 낮추고 있다.
아쉽게도 내 나라에선 골목들이 차츰 사라지고 있다.
우리들의 골목은 시멘트로 만든 수의를 입고 거대한 아스팔트 무덤에 갇혀 더운 날에는 지친 숨을 헉헉 내뱉고,
추운 겨울에는 손등이 갈라져 가고 있다.오르막으로 오르는 골목을 걷다가 뒤돌아 보면 더 없이 아름답던 그 골목에서 소박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던 그 골목에 깃들여 살던 다정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골목길은 나에게도 특별하다.
내 기억의 골목길에는 내 어머니가 계셨고, 어머니와의 만남과 작별의 대부분이 골목길에서 이루어졌다.
골목이 나이 들어가는만큼 어머니의 몸도 노쇠해갔고, 언제부터인가 골목에서의 어머니와의 작별은 서로의 눈을 마주 하지 못한 채 이뤼졌다.
어느 날,
"막내야 조심해서 잘 가.." 라는작별 인사를 건네며 슬며시 고개를 돌리는 어머니의 눈빛에서
나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처연한 슬픔을 봤다.
어쩌면 그것은 어머니와의 이 만남이 마지막 작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솟아 오르는 눈물을 참느라 내 눈동자가 벌겋게 팽창해 오던 것과 같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 때부터 어머니와 나는 서로의 눈빛을 마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내 두려움을 어머니께 들키기 싫어서. 어머니 또한 당신의 슬픔을 막내딸에게 들키기가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 이별들이 그 골목에서 되돌이표처럼 이뤼졌었다. 그렇게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날,
"엄마, 우리 또 만나자. 잘 가.엄마..." 라고 말하는 내 손을 꼬옥 잡아주고 어머니는 그 처연한 눈빛을 아주 태연스럽게 눈꺼풀 아래 감추시고 그 골목에서 영원히 떠나셨다.
담장 위 능소화가 송이째 툭 떨어지던 날...
지금 이 골목에 서니 문득 어머니께 묻고 싶어진다.
"엄마, 설마 엄마 그 슬픈 눈빛 나한테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그게 무슨 말이니?"
시치미를 뚝 떼고 태연하게 묻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다.
오늘, 골목의 끝자락에 서서 어머니에게 안부를 묻는다.
엄마! 추석 때 갖다 드렸던 노란 국화는 맘에 들던가요?
덧니 : 오늘 우리는 조지아에서의 십여일을 마무리하고 아르메니아로 넘어왔다.시작점인 인천공항에서부터 우리의 길벗이었던
김명자선생, 그녀에게 이제서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평균 연령이 육십이 훌쩍 넘어버린 24명을 그 여린 몸으로
길잡이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일이겠는가..언제든 우리가 눈 마주칠 수 있는 자리에서 조용히 우리의 손발이 되어주던
그녀가 그저 기특하고 대견하기만 하다.
바리조나에서 내 일행 셋이 말 없이 사라져서 연락조차 안 될 때의 그 당혹스런 순간에 그녀의 침칙과 영민하고 날렵한 판단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가.
그녀에게 직접 건네지 못했던 말, 우리 김명자선생! 정말 고마웠어요^^
안녕하세요~ 여행 중간에도 이렇게 소중한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골목길이 아름다운 트빌리시에서 좋은 추억 가져오셨길 바랍니다.
어제 일정이 끝나셨을텐데 여독 잘 푸시고, 코카서스 3국에서 받은 소중한 기억들
오래 기억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