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8 남미팀에게 보내는 글
송출1위/남미여행
작성자
박영주
작성일
2023-10-25 15:05
조회
3336
자다가 일어나 시계를 보니 네 시 반이라, 조금만 더 자고 계란과 우유라도 사와야겠다고 다시 자리에 눕는데 햇살이 쨍한 것이 새벽 네 시 반이 아닌 오후 네 시 반이었습니다.
이런 비슷한 생활이 시간대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몸이 내 통제를 벗어나 어두워도 잘 생각을 않고 배가 고플 때가 됐는데도 신호를 보내지 않습니다. 이 녀석을 그냥! 하고 벼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들 백기를 들지 별수가 있으랴 하고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모두들 어찌나 생생해 보이는지, 지명도 인명도 기억 속에 흐릿해지는데 어떻게 그토록 세세히들 기억하고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사이 후기는 다 읽었으나 초기에 쓴 분들의 글 뒤에 나오는 사랑 표시와 엄지 척은 이리저리 꾹꾹 눌러보아도 들어가지 않아 보고만 있었습니다.
모두들 사랑하고, 모두에게 엄지 척을 누릅니다!
지금까지 다른 여행에서는 인천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다 잊어버리곤 했건만 이번 여행은 길기도 했지만 우리가 갔던 나라들이 특별했나, 사람들과 여행사가 특별했나 계속 잊히지 않고 생각이 납니다.
우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왔노라! 보았노라! 하고 ‘증명사진’을 찍는 장소에서마다 한 사람씩 손짓해서 사진을 찍어주신 표영식님에게부터 감사를 드립니다. 역시 전문가라 다른가, 몇 장은 기꺼워하며 즐겨찾기에 추가해 두었습니다.
사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여자들은 일정 나이에 이르면 사진들을 안 찍으려고 든다는데 이번에 제 경우가 그랬습니다. 늙으면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가는가를 매일 거울을 보는 자신들은 잘 모르지만 사진을 찍어보면 안다고들 합니다. 평소에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사진 속에 에누리 없이 잡혀 나오는 전에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추하게 이지러진 모습들을 보는 것이 내가 이렇게 살아왔나, 내 내면의 어떤 모습들이 이런 식으로 얼굴에 나타나나 당혹스러워서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단체사진에서 그 얼굴이 그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아마 저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이번 팀의 여성분들 중에서도 먼 훗날 어느 순간 이런 기분이 들면서 그때 그 사람 마음을 알 수 있겠다고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스런 모습으로 찍은 다른 사람들의 사진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그 속에 섞여들지 못했던 것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이래저래 찍은 사진들이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사회성 부족과 이런 일련의 일들로 눈살이 찌푸려졌다면 성찰하겠습니다. 정치인들이 고정적인 멘트처럼 날리는 이 ‘성찰’이 도루아미타불처럼 제 자리로 돌아가 버릴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좀 ‘세게’ 성찰하겠습니다. ⌃⌃
이번에 만난 사람들 중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사람은 우리가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 갔을 때 그 한식집에서 열 손가락 끝을 다 따주신, 우연히 그 음식점에 들렀다는 교회 집사님입니다. 이 후기를 읽는 다음 팀이 그곳에 들른다면 0918팀 중의 어떤 여자가 몹시 고마워하더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 마음속에 늘 빚처럼 남아 있다고 그 한식집 여사장님에게 꼭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멀리서 손가락 끝을 따는 모습을 보고 체한 걸 알고 제게 약을 건네주신 김채수님과 김형문님에게도 감사인사 드립니다.
문 안 열린다, 스팀 안 나온다, 충전 안 된다 하고 시도때도 없이 문을 두드렸지만 싫은 기색 없이 다 해결해주었던 해결사이자 여장부인 정미영씨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한 이현화‧유시영씨께도 동무되어 줘서 심심하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 팀에는 심현섭이라는 재미있는 분이 계셔서 팀의 분위기를 늘 이끌어주셨지요. 겉으로는 알그랑달그랑 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그 부부의 그림이 예쁜 모습으로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안준범씨는 뭘 하나 하고 아주 짧게 궁금한 마음이 든 바로 그 순간 꼭 마법처럼 그의 글이 올라와 이게 실화냐? 하고 한참을 봤더랬습니다. 그는 저와 같은 2조로 ‘지프차를 같이 타고 사막을 누빈 동지’입니다. 마흔여섯 살 먹은 사람을(그것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한 살 빼준 나이로 실제 우리 나이로는 마흔일곱) 이십대로 깜빡 속은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얄밉기는 합니다.
그리고 김제년님에게도 안부를 전합니다. 첫인상이 무서워서 아, 무서워. 함부로 말 섞지 말아야지 하고 경계를 하다가 제가 초딩 고학년 때 세상에 나온 띠동갑이라는 걸 알고부터 왠지 긴장이 풀렸습니다. 아침에 호텔 조식 같은 때 혼자 앉아 있으면 ‘감히’ 다가가 옆에 앉아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현화씨 시영씨와 함께 농담을 던지기도 하면서 겪어 보니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매사에 박학다식했던 박일권님과 멋쟁이 호문숙씨, 키 크고 멋있었던 김채수님의 부인도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예쁜, 어쩌면 젊어서 더 예쁜 나경이와 그 어머니, 외삼촌을 보면서는 저런 가족구성원으로 여행을 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 부러웠습니다.
경력도 이름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모두들 좋은 인생 경험을 가진 건강한 분들이라는 것은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과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을 축복으로 생각합니다.
프랑크푸르트 팀과 헤어져서 그 넓은 카타르 공항을 돌아다니는데 빨간 옷을 입은 ‘작은 별’들이 어찌나 많은지 여기도 작은 별 저기도 작은 별이었습니다. 그 얼굴들이 나중에는 모두 이가영 팀장님 얼굴로 변하면서 내가 왜 이러지? 하고 계속 겹쳐져 나오는 그 환시 같은 것을 떨쳐내려고 애썼습니다. 실물의 이가영 팀장님이 웃는 얼굴로 내 앞에 서 있는 걸 보았을 때는 너무나 반가워서 손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나중에야 긴 여행 기간 동안 내내 나도 모르는 사이 그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의존했었나, 그가 프랑크푸르트 팀 곁으로 떠나고 난 뒤 느꼈던 공허감과 낭패감에 가까운 허전함이 왜 그토록 강한 느낌으로 오래 내게 머물렀나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시 이 기분 좋은 젊은 청년의 깃발 따라 작은 별 되어 아직 우리에게는 숨어 있는 미지의 땅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여러분, 그때까지 안녕히!!
이런 비슷한 생활이 시간대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몸이 내 통제를 벗어나 어두워도 잘 생각을 않고 배가 고플 때가 됐는데도 신호를 보내지 않습니다. 이 녀석을 그냥! 하고 벼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들 백기를 들지 별수가 있으랴 하고 이젠 그러려니 합니다.
모두들 어찌나 생생해 보이는지, 지명도 인명도 기억 속에 흐릿해지는데 어떻게 그토록 세세히들 기억하고 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사이 후기는 다 읽었으나 초기에 쓴 분들의 글 뒤에 나오는 사랑 표시와 엄지 척은 이리저리 꾹꾹 눌러보아도 들어가지 않아 보고만 있었습니다.
모두들 사랑하고, 모두에게 엄지 척을 누릅니다!
지금까지 다른 여행에서는 인천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다 잊어버리곤 했건만 이번 여행은 길기도 했지만 우리가 갔던 나라들이 특별했나, 사람들과 여행사가 특별했나 계속 잊히지 않고 생각이 납니다.
우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왔노라! 보았노라! 하고 ‘증명사진’을 찍는 장소에서마다 한 사람씩 손짓해서 사진을 찍어주신 표영식님에게부터 감사를 드립니다. 역시 전문가라 다른가, 몇 장은 기꺼워하며 즐겨찾기에 추가해 두었습니다.
사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여자들은 일정 나이에 이르면 사진들을 안 찍으려고 든다는데 이번에 제 경우가 그랬습니다. 늙으면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가는가를 매일 거울을 보는 자신들은 잘 모르지만 사진을 찍어보면 안다고들 합니다. 평소에는 거의 볼 수 없지만 사진 속에 에누리 없이 잡혀 나오는 전에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추하게 이지러진 모습들을 보는 것이 내가 이렇게 살아왔나, 내 내면의 어떤 모습들이 이런 식으로 얼굴에 나타나나 당혹스러워서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단체사진에서 그 얼굴이 그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아마 저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이번 팀의 여성분들 중에서도 먼 훗날 어느 순간 이런 기분이 들면서 그때 그 사람 마음을 알 수 있겠다고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스런 모습으로 찍은 다른 사람들의 사진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그 속에 섞여들지 못했던 것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래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이래저래 찍은 사진들이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사회성 부족과 이런 일련의 일들로 눈살이 찌푸려졌다면 성찰하겠습니다. 정치인들이 고정적인 멘트처럼 날리는 이 ‘성찰’이 도루아미타불처럼 제 자리로 돌아가 버릴 수도 있겠지만 이번엔 좀 ‘세게’ 성찰하겠습니다. ⌃⌃
이번에 만난 사람들 중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사람은 우리가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 갔을 때 그 한식집에서 열 손가락 끝을 다 따주신, 우연히 그 음식점에 들렀다는 교회 집사님입니다. 이 후기를 읽는 다음 팀이 그곳에 들른다면 0918팀 중의 어떤 여자가 몹시 고마워하더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나 마음속에 늘 빚처럼 남아 있다고 그 한식집 여사장님에게 꼭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멀리서 손가락 끝을 따는 모습을 보고 체한 걸 알고 제게 약을 건네주신 김채수님과 김형문님에게도 감사인사 드립니다.
문 안 열린다, 스팀 안 나온다, 충전 안 된다 하고 시도때도 없이 문을 두드렸지만 싫은 기색 없이 다 해결해주었던 해결사이자 여장부인 정미영씨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한 이현화‧유시영씨께도 동무되어 줘서 심심하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 팀에는 심현섭이라는 재미있는 분이 계셔서 팀의 분위기를 늘 이끌어주셨지요. 겉으로는 알그랑달그랑 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그 부부의 그림이 예쁜 모습으로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안준범씨는 뭘 하나 하고 아주 짧게 궁금한 마음이 든 바로 그 순간 꼭 마법처럼 그의 글이 올라와 이게 실화냐? 하고 한참을 봤더랬습니다. 그는 저와 같은 2조로 ‘지프차를 같이 타고 사막을 누빈 동지’입니다. 마흔여섯 살 먹은 사람을(그것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한 살 빼준 나이로 실제 우리 나이로는 마흔일곱) 이십대로 깜빡 속은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얄밉기는 합니다.
그리고 김제년님에게도 안부를 전합니다. 첫인상이 무서워서 아, 무서워. 함부로 말 섞지 말아야지 하고 경계를 하다가 제가 초딩 고학년 때 세상에 나온 띠동갑이라는 걸 알고부터 왠지 긴장이 풀렸습니다. 아침에 호텔 조식 같은 때 혼자 앉아 있으면 ‘감히’ 다가가 옆에 앉아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현화씨 시영씨와 함께 농담을 던지기도 하면서 겪어 보니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매사에 박학다식했던 박일권님과 멋쟁이 호문숙씨, 키 크고 멋있었던 김채수님의 부인도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예쁜, 어쩌면 젊어서 더 예쁜 나경이와 그 어머니, 외삼촌을 보면서는 저런 가족구성원으로 여행을 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 부러웠습니다.
경력도 이름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모두들 좋은 인생 경험을 가진 건강한 분들이라는 것은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과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을 축복으로 생각합니다.
프랑크푸르트 팀과 헤어져서 그 넓은 카타르 공항을 돌아다니는데 빨간 옷을 입은 ‘작은 별’들이 어찌나 많은지 여기도 작은 별 저기도 작은 별이었습니다. 그 얼굴들이 나중에는 모두 이가영 팀장님 얼굴로 변하면서 내가 왜 이러지? 하고 계속 겹쳐져 나오는 그 환시 같은 것을 떨쳐내려고 애썼습니다. 실물의 이가영 팀장님이 웃는 얼굴로 내 앞에 서 있는 걸 보았을 때는 너무나 반가워서 손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나중에야 긴 여행 기간 동안 내내 나도 모르는 사이 그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의존했었나, 그가 프랑크푸르트 팀 곁으로 떠나고 난 뒤 느꼈던 공허감과 낭패감에 가까운 허전함이 왜 그토록 강한 느낌으로 오래 내게 머물렀나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시 이 기분 좋은 젊은 청년의 깃발 따라 작은 별 되어 아직 우리에게는 숨어 있는 미지의 땅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여러분, 그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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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영주 선생님!
시계는 그저 시간을 보고자 하는 인간의 발명품이라지요.
그러려니 백기를 들어주셨으니 곧 돌아올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간 한 달을 내어주었으니 그 녀석이 돌아오려면 여전히 조금은 시간이 필요하실지도 몰라요.
반대로 돌아가는 듯 느껴지는 시곗바늘에 그날의 소중한 기억이 가득 담겨있길 바라봅니다.
흘려보내는 마음과 비로소 나를 마주하는 마음, 먼 이국땅에서 만난 귀인 그리고 소중한 인연들.
감탄을 연이으며 한자 한자 소중하게 읽었습니다.
띄워주신 편지 감사드립니다.
다음 여행길에 뵙길 저희도 손꼽아 봅니다.
그때까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