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셸! 천국을 노닐다 (인도양 한붓그리기 세이셸 여행 후기)
아프리카/인도양
작성자
전영숙
작성일
2023-12-17 11:14
조회
2603
<2023.10.22.~11.13.인도양 한붓그리기, 마다가스카르-레위니옹-모리셔스-세이셸 여행후기 제10편으로 마지막편입니다.>
10. 세이셸! 천국을 노닐다!
자연은 한 번도 예술을 동경한 적이 없다?
맞다!!
올해 2월 길고 긴 교직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 무렵 우연히(필연인가?) 예술교육에 입문하여 6개월 정도 그림공부를 했고 예술코치가 되었다. 그림을 아주 많이 보았다. 예술 작품으로만 이루어진 섬, 일본 나오시마도 여행했고, 서울, 제주, 부산, 경주 등을 오가며 전시회도 많이 다녔다. 해외여행으로 세련된 문명권의 예술여행을 추천한 지인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제법 많은 세계의 유명 미술관을 다녀왔던 터라 그 소란법석과 너무 많은 작품의 양에 질려 썩 당기지는 않았다.
그러다 7월에 작은별여행사를 통해 몽골을 간다. 광활한 대자연이 너무 좋았다. 대자연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별여행사가 기획하고 추천한 마다가스카르를 포함한 인도양 개척단 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당분간 나의 여행은 예술보단 자연이다. (좋은 프로그램 개발해주신 작은별여행사에 감사 말씀 드립니다.^^)
드디어 세이셸 라디그 섬 앙스수스다정에 내가 간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1위에 선정된 곳, 천국 중의 천국이라는 선입견이 박혀 기대와 설렘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오늘 나의 드레스코드는 화려한 색깔의 롱원피스! 앙스수스다정을 위한 거다. 앙스수스다정에 대한 예의이자, 앙스수스다정에게 잘 보이기 위한 드레스다. 가져온 옷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는 옷이기도 하다. 모리셔스에서 산 연두색 모자랑 나름 깔맞춤을 하고 나선다.헐! 슬리퍼가 좀 아니네. 샌들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할 수 없지, 뭐.
아침 6시 30분에 호텔 조식 대신 도시락 받아서 버스 탑승한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사람들 꽤 많다. 외국인은 차별하나? 우리가 줄 먼저 섰는데 옆줄 크레올부터 먼저 태우네. 치이! 배 2층에 올라가 자리잡는다. 이제는 경치보다 실속 먼저! 햇빛 피하기 좋은 가운데자리다.
배는 빠른 속도로 인도양을 나아간다. 미정씨가 넓적한 돌김을 봉지 채 꺼내더니 씩씩하게 뜯어서 막 나눠준다.아직도 나눠먹을 한국 음식이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고 고맙다. 우리 한국인끼리 낄낄거리며 까만 색종이 같은 걸 뜯어 먹는 게 재밌다. 다음 여행 땐 나도 꼭 김 가져와야지. ㅎㅎ
라디그 섬 내려 픽업 나온 차에 두 팀으로 나눠 타고 이동한다. 유니온 이스테이트 공원에서 자이언트 거북이들 보고 코코넛 야자수 쪼개서 하얀 속살 맛도 보고….
드디어 세이셸의 하이라이트 앙스수스다정 해변 도착!
오우! 이름대로 얼마나 앙증맞고 수려하면서도 다정한 해변인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 할 만하네.
어디에도 없을 독특한 화강암 바위가 이 해변을 1등으로 만든 것 같다.
4월 3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고은의 시에 대입하면,
11월 10일
저 앙스수스다정 바위와 물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인도양 여행은 날마다 자연에 경의를 표해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세련된 자연의 극치! 극강의 아름다움이 펼쳐져 있다.
저 바다 좀 봐라! 저 바위들 좀 봐라!
하느님이 세상 다 만드신 후 마지막 쉬고 싶은 곳으로 여기를 공들여 만드셨나보다.
(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angelarea/222713336947 )
해변으로 들어가는 동안 이쁜 곳이 너무 많아 멈추고 싶은데 앞에 가는 일행은 상관없이 쑥쑥 전진이다. 따라가 보니 과일 주스 가게에 줄 서서 코코넛 한통씩 받아가는 중이다. 여행사의 배려로 예약해 둔 것 같다. 코코넛은 절대 미리 꼭지를 잘라놓지 않는다. 그러니 줄이 길다. 코코넛 포기하고 해변부터 즐겨야 하나 갈등 생기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주어진 시간은 1시간!날이 너무 덥고 갈증 나서 코코넛이 마시고 싶다. 줄 섰다. 조바심 난다! 앙스수스다정도 식후경! 반 정도만 얼릉얼릉 마시고 해변으로 고고~~ 코코넛 나눠마실 떼오가 없네. 마다가스카르의 핸섬기사 떼오 생각, 잠깐 하고 해변으로 나가 물속에 들어가 본다. 수영을 하러 들어가면 이 경치를 다 못 볼 듯. 해변 걷기만 하기로 작정한다.
라씨에게 사진 찍어달라 부탁하니 고맙게도 여기 저기 이쪽저쪽 수십 장을 다 찍어준다. 물속에도 모래사장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원하는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짧아 아쉽다. 여기서 한나절은 놀아야 하는데….
(출처 https://m.blog.naver.com/angelarea/222713336947 )
시인은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천국엔 사랑하는 사람과 오는 게 맞다. 그래야 천국 맛이지.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끌어안고 좋아! 좋아! 팔짝팔짝 뛰며 맘껏 감탄을 발해야 한다. 그래서 세이셸이 신혼여행지로 뜨는 거겠지.
‘우와!’, ‘어머나!’ 하는 내 감탄사의 반향이 앙스수스다정을 울리고 라디그 섬을 울리고 한국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이들에게까지 울려 퍼지기를….
아쉬움을 안고 다시 배를 탄다. 가까운 프랄린 섬으로 이동하여 에덴의 정원이라는 발레드메 국립공원을 탐방한다.
세이셸에만 있다는 독특한 나무열매, 코코드메르가 있는 곳이다. 바다의 코코넛이라는데 나무가 정말 크고 멋있다. 코코드메르 나무가 빽빽한 숲을 산책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들을 보느라 목이 아플 지경이다. 암수가 따로 자라고 모양도 다르다. 직접 들어보니 아주 무겁다. 큰 건 30Kg에 달한다고 한다. 가장 섹시한 열매라고 하는데 여권 사증에 찍어주는 세이셸의 마크도 엉덩이 모양의 코코드메르였다.
프랄린 섬의 숨은 명소라는 앙스라지오 해변도 끝내준다. 모래가 너무 부드럽고 곱다.
목감기 증상 있어 무릎까지만 담그려했는데 일행들이 어찌나 좋다! 좋다! 들온나! 하는지 유혹을 못 이기고 물속으로 들어가 목까지 푹 담갔다.
세상에! 물이 정말 맑고 물고기가 수두룩 내 앞으로 옆으로 막 다닌다. 병어같이 생긴 귀여운 물고기들과 술래잡기하다가 우리 일행들 모두 손잡고 물속 강강술래를 한다. 옆에 있던 외국 아줌마들도 오세요! 함께 손잡고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여기도 우리가 접수다!
보발롱으로 돌아가는 배는 엄청 시끌벅적하다. 뒷자리 앉은 이국의 젊은이들이 끝없이 큰소리로 수다를 떤다. 신나서겠지. 그네들도 큰맘 먹고 벼르고 별러서 이 천국의 섬에 놀러 왔겠지. 하늘은 노을로 덮이고 있고 바람이 분다. 노을이 날아오르는 새 같은 형상으로 신비롭다.
이 순간 영원히 한 번 뿐이리. 코끝이 찡해진다.
충만하다. 이 충만함으로 또 잘 살아야지.
이제 여행인간으로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는 게 아주 좋다. 얼마나 바라던 백수 생활인가?
퇴직 후 딸과의 일본 여행 중에 나는 인제 공부인간-예술인간-여행인간으로 살 거다! 하면서 메모를 했더니 딸이 갑자기 위기감을 느꼈는지
“엄마! 딸사랑인간도 꼭 적어 놔레이~~” 한다.
당근이지~~ ‘내 마음 속 영원한 첫 번째!’ 이모티콘 날렸던 기억이 난다.
“오케이! 공부인간-예술인가-여행인간-딸사랑인간! 조~오타! 좋은 거 다 해, 전영!”
세이셸은 11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라디그와 프랄린 섬 다음으로 마헤 섬이 인상 깊다. 마헤 섬 보발롱에 제일 먼저 도착하여 Coral Strand Smart Choice Hotel에서 3박을 하고 마지막 날 마헤 섬을 관광했다.
도착한 다음 날은 하루종일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호텔과 해변을 맘껏 즐기거나 시내구경을 가거나….
생각해 보자! 지금 천국여행 중이다. 천국 중의 천국인 세이셸에서 하루 종일 자유롭게 천국을 누리라네. 이 보다 좋을 순 없지 않나? 근데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그런 자각이 일어났을 때의 나를 바라본다.
세이셸 보발롱 해변의 Coral Strand Smart Choice Hotel 422호 창가에 앉아 있다.
창밖엔 야자수가 4층 우리 룸까지 올라와 있고 파란 수영장이 내려다보인다.
물색과 같은 파란 파라솔 아래 서양 사람들이 길게 누워 폰을 보거나 담소를 한다.
우리 일행들도 몇몇은 저기 바다로 나가 수영을 즐기고 있다.
난 쿠션을 받쳐 놓고 책을 본다.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기록> 이란 책이다.
p84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중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 인용한 부분에서 머무르고 있다.
‘참으로 이곳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올 것이 아니다. 이곳은 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올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한 사람, 가득하게, 에누리 없이 시새우며 행복한 사람의 땅’이라고 지중해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지중해를 세이셸로 바꾸어도 무방할 듯하다.
책을 보다가 keep memo 앱을 열어서 메모도 한다.
또 오랜만에 보이차를 꺼내 제대로 우려내서 마신다. 목이 아파 손수건을 감고 있는 중에 따끈한 차를 마시니 좋다. 정숙언니가 부탁한 마다가스카르 풍경 사진을 정리해서 단톡방에 올려주기도 한다.
여유롭고 편안하다.
이것이다!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공간에서 내가 한 것!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것이었고 자주 보는 나의 일상이다.
‘파랑새는 내 옆에’를 새삼 확인한다.
일상이 천국이고 천국이 일상임을 깨닫는다.
아! 귀하디 귀한 순간이여! 그냥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온다.
저녁 무렵엔 오늘 정숙언니 생일이라고 수봉언니가 저녁 한턱 쏘는 사진이 단톡방에 올라오니 우루루 축하드린다는 메시지가 터진다. 저녁 식사가 호텔식이었다가 자유식으로 바뀌는 바람에 함께 축하해주지 못해 아쉽다.
마지막 날 우리는 마헤 섬 전체를 둘러보고 세에셸이 자랑하는 에덴 섬에서 마무리를 한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고,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 만큼이라 했다.
여행의 경험들은 내게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
몽골의 광야에 홀로 있던 작은 게르는 극도의 고독을 떠올리게 한다.
고독하고 싶을 때,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고 싶을 때 눈을 감고 몽골을 떠올리듯이
평화와 황홀함을 느끼고 싶을 땐 눈을 감고 앙스수스다정 해변을 떠올리면 평화와 황홀 속으로 쑤욱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다녀 온 후 한 달 동안 수시로 인도양 그곳, 천국에 가 있다. 시공을 초월한 느낌이다. 그러면서 이곳, 내 집, 내가 사는 부산이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더 행복해졌다. 이곳에서도. 수영강변과 광안리해변을 산책할 때도 여행자가 되어 걷는다. 좋다. 천국이다!
누가 그랬다.
인생은 예술처럼, 일상은 여행처럼!
나는 덧붙인다.
인생은 자연처럼, 일상은 천국처럼!
이제 인도양 섬나라들을 품고 새로운 세계로 다시 나아가보려 한다.
거기에 또 다른, 아주 재미있는 천국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이 여행후기는 24분의1에 해당할 겁니다. 24명이 같은 곳을 여행했지만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게 보고 다른 경험을 했을 테니까요. 모두 자신만의 여행을 나름대로 기록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고 입체적인 여행기가 될까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긴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10. 세이셸! 천국을 노닐다!
자연은 한 번도 예술을 동경한 적이 없다?
맞다!!
올해 2월 길고 긴 교직생활을 마치고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 무렵 우연히(필연인가?) 예술교육에 입문하여 6개월 정도 그림공부를 했고 예술코치가 되었다. 그림을 아주 많이 보았다. 예술 작품으로만 이루어진 섬, 일본 나오시마도 여행했고, 서울, 제주, 부산, 경주 등을 오가며 전시회도 많이 다녔다. 해외여행으로 세련된 문명권의 예술여행을 추천한 지인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제법 많은 세계의 유명 미술관을 다녀왔던 터라 그 소란법석과 너무 많은 작품의 양에 질려 썩 당기지는 않았다.
그러다 7월에 작은별여행사를 통해 몽골을 간다. 광활한 대자연이 너무 좋았다. 대자연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별여행사가 기획하고 추천한 마다가스카르를 포함한 인도양 개척단 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당분간 나의 여행은 예술보단 자연이다. (좋은 프로그램 개발해주신 작은별여행사에 감사 말씀 드립니다.^^)
드디어 세이셸 라디그 섬 앙스수스다정에 내가 간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1위에 선정된 곳, 천국 중의 천국이라는 선입견이 박혀 기대와 설렘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오늘 나의 드레스코드는 화려한 색깔의 롱원피스! 앙스수스다정을 위한 거다. 앙스수스다정에 대한 예의이자, 앙스수스다정에게 잘 보이기 위한 드레스다. 가져온 옷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는 옷이기도 하다. 모리셔스에서 산 연두색 모자랑 나름 깔맞춤을 하고 나선다.헐! 슬리퍼가 좀 아니네. 샌들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할 수 없지, 뭐.
아침 6시 30분에 호텔 조식 대신 도시락 받아서 버스 탑승한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사람들 꽤 많다. 외국인은 차별하나? 우리가 줄 먼저 섰는데 옆줄 크레올부터 먼저 태우네. 치이! 배 2층에 올라가 자리잡는다. 이제는 경치보다 실속 먼저! 햇빛 피하기 좋은 가운데자리다.
배는 빠른 속도로 인도양을 나아간다. 미정씨가 넓적한 돌김을 봉지 채 꺼내더니 씩씩하게 뜯어서 막 나눠준다.아직도 나눠먹을 한국 음식이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고 고맙다. 우리 한국인끼리 낄낄거리며 까만 색종이 같은 걸 뜯어 먹는 게 재밌다. 다음 여행 땐 나도 꼭 김 가져와야지. ㅎㅎ
라디그 섬 내려 픽업 나온 차에 두 팀으로 나눠 타고 이동한다. 유니온 이스테이트 공원에서 자이언트 거북이들 보고 코코넛 야자수 쪼개서 하얀 속살 맛도 보고….
드디어 세이셸의 하이라이트 앙스수스다정 해변 도착!
오우! 이름대로 얼마나 앙증맞고 수려하면서도 다정한 해변인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 할 만하네.
어디에도 없을 독특한 화강암 바위가 이 해변을 1등으로 만든 것 같다.
4월 3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고은의 시에 대입하면,
11월 10일
저 앙스수스다정 바위와 물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인도양 여행은 날마다 자연에 경의를 표해야 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세련된 자연의 극치! 극강의 아름다움이 펼쳐져 있다.
저 바다 좀 봐라! 저 바위들 좀 봐라!
하느님이 세상 다 만드신 후 마지막 쉬고 싶은 곳으로 여기를 공들여 만드셨나보다.
(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angelarea/222713336947 )
해변으로 들어가는 동안 이쁜 곳이 너무 많아 멈추고 싶은데 앞에 가는 일행은 상관없이 쑥쑥 전진이다. 따라가 보니 과일 주스 가게에 줄 서서 코코넛 한통씩 받아가는 중이다. 여행사의 배려로 예약해 둔 것 같다. 코코넛은 절대 미리 꼭지를 잘라놓지 않는다. 그러니 줄이 길다. 코코넛 포기하고 해변부터 즐겨야 하나 갈등 생기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주어진 시간은 1시간!날이 너무 덥고 갈증 나서 코코넛이 마시고 싶다. 줄 섰다. 조바심 난다! 앙스수스다정도 식후경! 반 정도만 얼릉얼릉 마시고 해변으로 고고~~ 코코넛 나눠마실 떼오가 없네. 마다가스카르의 핸섬기사 떼오 생각, 잠깐 하고 해변으로 나가 물속에 들어가 본다. 수영을 하러 들어가면 이 경치를 다 못 볼 듯. 해변 걷기만 하기로 작정한다.
라씨에게 사진 찍어달라 부탁하니 고맙게도 여기 저기 이쪽저쪽 수십 장을 다 찍어준다. 물속에도 모래사장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원하는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짧아 아쉽다. 여기서 한나절은 놀아야 하는데….
(출처 https://m.blog.naver.com/angelarea/222713336947 )
시인은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천국엔 사랑하는 사람과 오는 게 맞다. 그래야 천국 맛이지.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끌어안고 좋아! 좋아! 팔짝팔짝 뛰며 맘껏 감탄을 발해야 한다. 그래서 세이셸이 신혼여행지로 뜨는 거겠지.
‘우와!’, ‘어머나!’ 하는 내 감탄사의 반향이 앙스수스다정을 울리고 라디그 섬을 울리고 한국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이들에게까지 울려 퍼지기를….
아쉬움을 안고 다시 배를 탄다. 가까운 프랄린 섬으로 이동하여 에덴의 정원이라는 발레드메 국립공원을 탐방한다.
세이셸에만 있다는 독특한 나무열매, 코코드메르가 있는 곳이다. 바다의 코코넛이라는데 나무가 정말 크고 멋있다. 코코드메르 나무가 빽빽한 숲을 산책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들을 보느라 목이 아플 지경이다. 암수가 따로 자라고 모양도 다르다. 직접 들어보니 아주 무겁다. 큰 건 30Kg에 달한다고 한다. 가장 섹시한 열매라고 하는데 여권 사증에 찍어주는 세이셸의 마크도 엉덩이 모양의 코코드메르였다.
프랄린 섬의 숨은 명소라는 앙스라지오 해변도 끝내준다. 모래가 너무 부드럽고 곱다.
목감기 증상 있어 무릎까지만 담그려했는데 일행들이 어찌나 좋다! 좋다! 들온나! 하는지 유혹을 못 이기고 물속으로 들어가 목까지 푹 담갔다.
세상에! 물이 정말 맑고 물고기가 수두룩 내 앞으로 옆으로 막 다닌다. 병어같이 생긴 귀여운 물고기들과 술래잡기하다가 우리 일행들 모두 손잡고 물속 강강술래를 한다. 옆에 있던 외국 아줌마들도 오세요! 함께 손잡고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여기도 우리가 접수다!
보발롱으로 돌아가는 배는 엄청 시끌벅적하다. 뒷자리 앉은 이국의 젊은이들이 끝없이 큰소리로 수다를 떤다. 신나서겠지. 그네들도 큰맘 먹고 벼르고 별러서 이 천국의 섬에 놀러 왔겠지. 하늘은 노을로 덮이고 있고 바람이 분다. 노을이 날아오르는 새 같은 형상으로 신비롭다.
이 순간 영원히 한 번 뿐이리. 코끝이 찡해진다.
충만하다. 이 충만함으로 또 잘 살아야지.
이제 여행인간으로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는 게 아주 좋다. 얼마나 바라던 백수 생활인가?
퇴직 후 딸과의 일본 여행 중에 나는 인제 공부인간-예술인간-여행인간으로 살 거다! 하면서 메모를 했더니 딸이 갑자기 위기감을 느꼈는지
“엄마! 딸사랑인간도 꼭 적어 놔레이~~” 한다.
당근이지~~ ‘내 마음 속 영원한 첫 번째!’ 이모티콘 날렸던 기억이 난다.
“오케이! 공부인간-예술인가-여행인간-딸사랑인간! 조~오타! 좋은 거 다 해, 전영!”
세이셸은 11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라디그와 프랄린 섬 다음으로 마헤 섬이 인상 깊다. 마헤 섬 보발롱에 제일 먼저 도착하여 Coral Strand Smart Choice Hotel에서 3박을 하고 마지막 날 마헤 섬을 관광했다.
도착한 다음 날은 하루종일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호텔과 해변을 맘껏 즐기거나 시내구경을 가거나….
생각해 보자! 지금 천국여행 중이다. 천국 중의 천국인 세이셸에서 하루 종일 자유롭게 천국을 누리라네. 이 보다 좋을 순 없지 않나? 근데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그런 자각이 일어났을 때의 나를 바라본다.
세이셸 보발롱 해변의 Coral Strand Smart Choice Hotel 422호 창가에 앉아 있다.
창밖엔 야자수가 4층 우리 룸까지 올라와 있고 파란 수영장이 내려다보인다.
물색과 같은 파란 파라솔 아래 서양 사람들이 길게 누워 폰을 보거나 담소를 한다.
우리 일행들도 몇몇은 저기 바다로 나가 수영을 즐기고 있다.
난 쿠션을 받쳐 놓고 책을 본다.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기록> 이란 책이다.
p84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중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 인용한 부분에서 머무르고 있다.
‘참으로 이곳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올 것이 아니다. 이곳은 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올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한 사람, 가득하게, 에누리 없이 시새우며 행복한 사람의 땅’이라고 지중해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지중해를 세이셸로 바꾸어도 무방할 듯하다.
책을 보다가 keep memo 앱을 열어서 메모도 한다.
또 오랜만에 보이차를 꺼내 제대로 우려내서 마신다. 목이 아파 손수건을 감고 있는 중에 따끈한 차를 마시니 좋다. 정숙언니가 부탁한 마다가스카르 풍경 사진을 정리해서 단톡방에 올려주기도 한다.
여유롭고 편안하다.
이것이다!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공간에서 내가 한 것!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것이었고 자주 보는 나의 일상이다.
‘파랑새는 내 옆에’를 새삼 확인한다.
일상이 천국이고 천국이 일상임을 깨닫는다.
아! 귀하디 귀한 순간이여! 그냥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온다.
저녁 무렵엔 오늘 정숙언니 생일이라고 수봉언니가 저녁 한턱 쏘는 사진이 단톡방에 올라오니 우루루 축하드린다는 메시지가 터진다. 저녁 식사가 호텔식이었다가 자유식으로 바뀌는 바람에 함께 축하해주지 못해 아쉽다.
마지막 날 우리는 마헤 섬 전체를 둘러보고 세에셸이 자랑하는 에덴 섬에서 마무리를 한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고,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 만큼이라 했다.
여행의 경험들은 내게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
몽골의 광야에 홀로 있던 작은 게르는 극도의 고독을 떠올리게 한다.
고독하고 싶을 때,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고 싶을 때 눈을 감고 몽골을 떠올리듯이
평화와 황홀함을 느끼고 싶을 땐 눈을 감고 앙스수스다정 해변을 떠올리면 평화와 황홀 속으로 쑤욱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다녀 온 후 한 달 동안 수시로 인도양 그곳, 천국에 가 있다. 시공을 초월한 느낌이다. 그러면서 이곳, 내 집, 내가 사는 부산이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더 행복해졌다. 이곳에서도. 수영강변과 광안리해변을 산책할 때도 여행자가 되어 걷는다. 좋다. 천국이다!
누가 그랬다.
인생은 예술처럼, 일상은 여행처럼!
나는 덧붙인다.
인생은 자연처럼, 일상은 천국처럼!
이제 인도양 섬나라들을 품고 새로운 세계로 다시 나아가보려 한다.
거기에 또 다른, 아주 재미있는 천국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이 여행후기는 24분의1에 해당할 겁니다. 24명이 같은 곳을 여행했지만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게 보고 다른 경험을 했을 테니까요. 모두 자신만의 여행을 나름대로 기록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고 입체적인 여행기가 될까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긴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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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세이셸 여행기가 올라왔네요^^ 일상이 천국으로, 부산에서도 여행자로 지내신다는 문구가 진하게 와닿습니다. 전 세이셸을 떠올리면 케이크 들고 정숙 선생님 찾으러 뛰어다니던 기억이 제일 먼저 나네요 ㅋㅋ 여행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선생님의 다음 여행기를 고대합니다🙏 그동안 좋은 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완벽한 여행기의 마지막 편…! 다음 여행기도 기대하겠습니다~~
열펀의 여행기를 다 보지는 못하고 우선 눈이 가는 대로 드문드문 보았는데 읽어 보고 사진을
볼수록 인도양 한붓 그리기 여행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자리를 잡네요.
이런 저의 꿈이 이루어지길 소망해 봅니다.
이런 멋진 꿈을 갖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고의 여행기였습니다. ^^
전영님의 여행기 완독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 편 한 편 귀하지 않은 것이 없었답니다. 보석을 뿌린 듯 독자를 설레이게 하는 생생한 표현, 마치 함께 경험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글과 맞아 떨어지는 선명한 사진들, 매 회마다 살짝 살짝 비치는 전영님의 삶의 색채를 느낄 수 있어 행복했어요. 마지막 편 후반부에 "여행의 경험들은 내게 새로운 상상를 할 수 있게 한다." 라고 하셨죠. 무척 공감합니다.
전영님의 지금, 여기를 빛나게 해 줄 다음 여행기 기다려집니다. 전영님. 좋은 글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