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남미 여행기(250317)
2025 남미 여행
남미 여행 - 어려서는 상상도 못했고, 중년 때는 상상은 할 수 있었지만 장기간인데다 경비도 너무 들고 일에 쫓겨 함부로 엄두를 내지 못했던 여행! 이제나마 어느 정도 여건이 충족되어 기꺼운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했다. 일행이 주로 60대로 구성되어 '어른들의 우아한 남미 여행'이라 명명한 여행팀에 합류했다. 모든 내용을 글로 남길 수 없음은 모든 풍광을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이다. 하여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여행의 대강이나마 간단하게 남겨본다.
2025년 3월 17일(월)부터 4주간 <작은별여행사>가 모집한 남미 여행을 세미패키지로 신청했다. 여행이 시작되기 8개월 전 고향 친구가 남미 여행을 함께 하자는 제의에 선뜻 응해 한 달 남짓 준비한 끝에 시작된 남미 여행! 동행자는 인솔자(박국환/남)를 포함해 27명으로 남자 10명, 여자 17명으로 구성되었다. 대체적인 코스는 인천공항에서 LA를 거쳐 페루 리마로 입국한 후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차례로 여행한 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애틀랜타를 거쳐 귀국하는 일정이다.
남미 여행은 거대한 안데스산맥을 중심으로 이어지며, 기본적으로 시티 투어와 주위의 자연 경관 및 유적지를 둘러보는 형식으로 계속되었다. 여행을 통해 남미 5개국의 대략적인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을 비교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의 위상과 훌륭한 시설을 실감하는 시간도 되었다. 여행 중 인솔자는 전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고, 해설은 지역별로 현지인이나 남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맡았는데 모두 친절하고 최선을 다해 안내해 주었다. 코스코의 네스토, 부에노스의 이한규, 이과수의 안드레 가이드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페루와 볼리비아, 칠레는 안데스산맥의 서쪽에 위치한 나라이다. 페루에서는 마추픽추를 중심으로 주로 잉카제국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정복자들의 잔인함과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를 떠올려 보았고, 볼리비아에서는 척박한 환경만큼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촐리따와 우유니 소금사막이 인상적이었다. 칠레는 세계에서 남북으로 가장 길게 뻗어진 나라로 다양한 지형과 기후를 경험할 수 있는데, 날씨가 급변하는데도 토레스 델 파이네(화강암 산봉우리)를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안데스산맥의 동쪽에 위치한 나라이다. 두 나라 모두 면적이 대단한데 아르헨티나는 주로 초원지대, 브라질은 주로 밀림지대로 되어 있다.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에서는 드넓은 초원과 피츠로이산, 모노레빙하와 우수아이아를 비롯한 남미의 땅끝마을을 여행하였고, 북부에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티 투어를 하였다. 브라질에서 여행한 곳은 극히 일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과수폭포와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빵산 투어가 전부인데 귀국을 위한 관문으로의 역할이 더 큰 것 같다.
어쩌다 길게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친구의 안내로 시도한 남미 땅끝마을의 에스메랄다 호수 트래킹과 부에노스아이레스 이틀째의 우루과이 콜로니아 투어는 오랫동안 은근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동안 친분을 쌓은 부부와 넷이서 함께 한 트래킹은 애잔한 단풍으로 물든 원시림 숲속의 눈 덮인 길을 따라 한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기게 했고, 유람선을 타고 국경을 넘어 오후 한나절 동안 빗속을 거닌 콜로니아 투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중하고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두 차례 디너쇼도 즐겼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탱고 디너쇼를, 브라질 이과수에선 라파인 디너쇼를 감상했다. 두 쇼 모두 먼저 저녁식사가 시작되고 이어서 쇼가 진행되었는데, 전자에선 와인이 충분히 제공된 반면 후자에선 다양한 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쇼는 전자가 탱고 전문이라면 후자는 남미 여러 나라의 전통춤을 즐겁게 엮은 공연으로 내용과 깊이가 서로 달랐다. 전자 때 주어진 와인을 너무 마셔 속이 불편했기에 후자 때는 음식이 매우 조심스러웠다. ㅎ
이번 여행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명소는 역시 페루의 마추픽추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그리고 이과수폭포다. 이과수폭포는 세계 3대 폭포의 하나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걸쳐있다. 수량이 줄었다는데도 '큰 물'이란 어원에 걸맞게 수량이 엄청나며, '악마의 목구멍'과 '산마르틴폭포'를 포함해 270 여개의 폭포가 반원형 모양으로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리는데 이를 매우 가까운 곳까지 접근해 지켜보았다. 거기에 보트로 폭포에 다가가는 스릴과 폭포수 세례까지 더하여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누렸다.
요즘 해외여행은 크게 배낭여행과 패키지여행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번 여행은 세미패키지여행이다. 너무 계획적인 패키지여행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세미패키지여행으로 자유시간이 많아 개별적인 투어나 쇼핑도 할 수 있고, 때에 따라 음식을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에 만족도가 더 높다고 한다. 그러나 언어 소통이 어려우면 답답할 수 있고, 안전 문제가 더 우려될 수 있다. 난 다행히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친구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남자끼리 동행한 것은 우리뿐이고, 남자 단독 2명과 네 부부, 일가 8명(남1, 여7) 그리고 여성 세 팀으로 여성이 거의 2/3를 차지했다. 그런데 여성은 남성보다 다양한 의상 준비와 사진을 찍을 때 연출 솜씨, 현장 적응력 및 감성 등이 월등히 뛰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무딘 나로서는 은근히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우리의 삶 속에서 해외여행도 여성 위주로 바뀌어 세상이 크게 변했음을 새삼 느낀다.
여행 도중 어려움은 두 나라에 걸쳐 고산지대를 지나다 보니 고산병 증상이 여러 가지로 나타나 힘들었고, 사막 지역의 비포장도로를 지프차로 장시간 달릴 때는 건조한 기후와 모래먼지 때문에 콧속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급변하는 날씨도 여행을 어렵게 할 것인데 우린 누가 도왔는지 대부분 좋은 날씨와 마주했다. 장거리 이동으로 피로가 겹치기도 했지만 쾌적한 숙소와 다양한 음식 체험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고...
여행을 하다 보면 갖가지 해프닝이나 에피소드도 생기게 된다. 일행 중 한 분이 캐리어를 분실할 뻔한 일과 PDI영수증(출입국영수증), 핸드폰, 여권을 분실했다가 되찾은 에피소드, 이과수폭포의 핸드폰 사건, 공원 마감시간이 지나 하마터면 밤중에 공원에 갇힐 뻔한 일과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겪은 해프닝 등이 있었다. 나는 볼리비아에서 설사 때문에 세 번이나 혼나 정신이 아득했고, 빨래 처리나 호실 내 음식 섭취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이제 나로서는 긴 여행이 끝나간다. 해외여행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하며, 여러 사람과 함께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면서 삶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럼에도 동행한 친구와 뜻이 맞지 않아 속 좁은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기에 반성하며, 여러 가지로 도움을 준 친구가 고맙다. 그리고 여행을 마음껏 즐긴 일행에게도 감사하며, 젊고 용모가 수려해 인상이 좋고 스페인어가 유창하고 차분해 일정을 매끄럽게 이끌어준 인솔자 박 팀장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
프랑스의 작가 아나톨 프랑스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남미의 잔혹하고 처참한 역사와 비참하고 극단적인 현실, 국가 간 대립과 사회문화 등을 다소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친구의 성향과 삶의 폭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도 되었다. 이제 앞으로 이런 여행을 다시금 할 수 있을는지 생각해 보면서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며 여행을 조용히 되새김질해 본다. ♡
- 2025.4.11.(금), 남미여행을 마치며
안녕하세요. 선생님
남미 여행을 선택하실 때 작은별여행사를 믿고 선택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글을 읽으니 여행은 그 자체로 우리의 시각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작은별여행사와 함께 한 남미 여행을 통해 얻으신 귀중한 깨달음과 깊은 성찰을 나눠주셔서 감사드리며,
선생님의 인생에 아름다운 남미에서의 추억이 큰 의미로 남길 바랍니다.
인솔자 및 현지 가이드에게 남겨주신 칭찬 말씀은 저희가 대신하여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여행도 저희와 함께 그려주세요.🌈
작은별여행사
남미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