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확인한 파티고니아 (feat. 데이빗 인솔자)
마추픽추, 우유니 소금 사막, 파타고니아, 이과수 폭포... 듣기만 해도 환상적인 곳들이다. 여행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버킷 리스트에 반드시 포함되는 여행지들이기는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도 우리나라와 정확하게 지구 반대쪽에 있는 그 넓은 남미의 곳곳을 여행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아무도 큰 의미를 주지 않는 환갑이라는 의미도 부여하고, 해마다 챙기기 만만치 않은 결혼기념일 축하의 의미까지 더해가며 4주간이라는 긴 여정을 결정한 것은 내 개인적으로는 파타고니아라는 신비로운 이름을 가진 남미 남쪽 끝 지방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던 탓이다.
페루 리마에서 시작된 우리들의 본격적인 남미 여정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유명한 곳들 뿐만 아니라,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으로 알려진 아타카마 사막이나, 볼리비아에서 칠레의 경계에 있는 광활한 알티플라노 지역을 거쳐서, 내가 동경했던 공간인 파타고니아 지방을 지나, 사람이 도시를 이루고 있는 가장 남쪽 끝이라고 주장하는 핀 델 문도의 세상 끝 등대를 확인하고, 이과수 폭포의 미친 듯한 굉음과 그 장관의 여운이 주는 아쉬움을 리우 데 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달래는 일정으로 마무리 되었다.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파타고니아라는 지역이 특정 지명이 아니라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남쪽 지역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이 파타고니아 지역의 기후적 특성을 우리가 방문한 뿌에르또 나딸레스의 엄청난 바람으로 실감할 수 있었고, 지형적으로는 엘 칼라파테의 수 많은 빙하 호수와 만년설로 덮인 안데스의 준봉들로 잘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 중 압권은 뭐니 뭐니해도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보여준 다채로운 푸른 빛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직 아프리카나 시베리아 등과 같은 거대한 지형을 경험해 보지는 못했으나, 안데스 산맥의 거대한 산줄기와 파타고니아 지역을 보면서 광할한 지구 지형의 일부를 체험할 수 있었던 점은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 체험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세미 패키지 여행 상품이라고는 되어 있지만, 패키지 여행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 부부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의외의 체험도 하게 되었다. 하나는 이번 동반자분들에 국한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체 여행의 매너가 상상 이상으로 좋아, 우리부부가 문제적 일행은 아닐지 걱정될 지경이었다는 점이었다. 시간 약속에 가장 늦기 일쑤였던 우리 부부였기에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하나는 남미 여행을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우리 부부의 생각과는달리, 참여한 분들이 대부분 60~70대분들이었는데, 그 긴 여정을 아무 문제 없이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건강 관리를 더 열심히 해서 10~20년 후에도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단체 여행에 참여함으로써, 자유여행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의외의 소득은 멋지게 나이 듦의 아름다움을 몸소 보여주신 일행분들을만날 수 있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솔자 데이빗님에 대한 감사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랜드 크루즈를 타고 볼리비아 국경을 넘어 칠레로 넘어갈 때였다. 국경을 넘으니 여권을 준비하라는 인솔자의 말에 항상 여권을 두었던 가방을 뒤졌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여권이 없는 것이었다. 아뿔싸, 직전 여정인 솔데마냐냐(내일의 태양) 온천욕 하던 곳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떨어뜨리고온 것 같았다. 심히 당황한 나는 인솔자를 급히 찾았고, 그는 여권을 떨어뜨리고 온 것 같다는 나의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는 말에도 '선생님, 당황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다시 잘 찾아보세요. 일단 저희가 어떻게 볼게요'라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그러나 그 말을 하는 그의 휘둥그레진 눈을 통해서 심히 당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그 미안함이란…. 아마도 이 7대의 랜드 크루즈 차를 모두 돌려서 왔던 길을 다시 가야 하나 어쩌나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 이를 어쩌나 하며, 다시한번 온천욕장에서의 상황을 곰곰이 되짚어보던 나는, 문득 탈의하기 전에 여권을 더 잘 챙기느라 큰 가방에 보관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아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하다니…. 어쨌든 아주 잠깐이지만 인솔자를 심하게 당황하게 했던 것을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그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해 준 인솔자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을 보면 내가 이번일행 중 가장 문제적 동반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를 하나 더 만들기는 했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남미에서의 한 달…. 우리 부부에게 큰 선물과 같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같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선배 일행분들과 인솔자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안녕하세요. 작은별 여행사 입니다.
선생님의 버킷리스트를 저희 작은별이 도울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28일 일정에 귀한 인연들을 만나 아름다운 여정이 되셨던 것 같아 저희 스텝들도 너무 기쁩니다!
다음 여행도 작은별과 함께 그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작은별 남미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