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반대편에서, 한 달
밀린 일들을 잠시 끝내고 나니 벌써 며칠이 지나버렸다.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 책상에 앉아 지난 시간을 추억해본다. 무릎이 정상이 아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조차 가보지 못한 지구 반대편에 대한 설레임으로 떨쳐버리고 나는 리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의 첫 번째 여정은 LA를 경유하여 리마를 향하는 것인데 LA출입국시 까다로운 보안검사에 신경이 쓰였지만 무사히 통과했다.
왜냐하면 수하물에 든 라면 때문이었다. 이는 고기가 함유된 라면조차 금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놈이 꼭 필요하였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장시간의 비행 후 리마공항에 내딛는다. 리마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리마시티투어를 필두로 이제부터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된다. 와카치나의 더 넓은 사막에서 석양을 뒤에 두며 타는 버기카는 우리의 들뜬 마음을 고조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다음날 작은 파타고니아라 불리는 바예스타를 보트에서 관람하는 것인데 거대한 지상에 새겨진 문양은 신비로움으로 다가왔고, 섬에서 편하게 쉬고있는 바다사자와 펭귄은 우리의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우리의 지나친 관심은 쉬고 있는 이들을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도 하게 된다.
다음은 이번 투어의 대표들 중에 하나인 마추피추이다. 이곳을 가기위해서 쿠스코로 들어가야한다. 쿠스코가 약 해발 3,300M 정도라 고산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서 우리는 하루 전날 리마에서 한국에서 준비해간 약을 복용하고 왔다. 고산증은 개인에 따라 증상이 달라 고산증 약도 어떤 사람은 현지약이 더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두통, 설사가 많은 것 같아 타이레놀과 지사제를, 건조한 곳이 많고 고산이어서 기온차로 인해 감기를 하는 경우도 많으니 종합감기약도 필요할 것 같다.
한편 숙소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여행용 전기담요를 준비했었지만 괜한 짐만 되고 정작 사용해야할 곳인 우유니에서 아카타마로 가는 길에 있는 호스텔에서는 우리의 객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사용하지 못했다. 여기에서는 USB를 사용하는 작은 전기방석이 보다 실용적이었다. 다시 쿠스코에서 잉카문명의 정교한 건축술인 12각돌과 궁전외벽 그리고 광장주변과 산 페드로시장에서 현지 삶을 교감할 수 있었다.
숙소는 좀 더 저지대인 우루밤바에서 운기조식을 한 후 다음날 오이엔따이땀보에서 페루레일을 타고 아구아깔리엔떼스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비포장길을 가야 비로소 맞추피추 입구에 다다른다. 이 비포장길 한편은 까마득한 낭떠러지여서 아찔하면서도 경이롭다.
입구에서 날씨가 흐려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와이나피추까지 살포시 보여주면서 사진과 TV에서만 보던 그 마추피추를 마주하니 “왔노라! 그리고 보았노라!” 라고 외치고 싶었다. 다음날 모라이와 살리네라스, 삭사이와망 유적까지 보고 라파즈로 이동했다.
라파즈는 해발 4000m 이상의 높은 곳에 위치한 볼리비아의 수도이며 도로가 주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곳에서는 차량보다는 케이블카가 이용하기 수월하게 보였다. 도로의 차량은 오래된 차들로, 내뿜어지는 매연은 우리를 괴롭혔다.
마녀시장에서 지역 토속신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삼겹살과 열무김치로 저녁식사를 마친 후 킬리킬리전망대에서 라파즈의 야경을 파노라마로 접했다. 전망대 아래 내려다보이는 반짝이는 조명들이 낮에 매연으로 숨막혔던 도시이미지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다음날 비를 맞으며, 마치 지구와는 다른 낮선 형상을 하고 있는 달의 계곡을 방문하였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다음날 잉카유적지인 티와나쿠를 방문하여 잉카피라미드와 태양력을 이용한 건축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또 우리는 버스를 타고 티티카카호수로 향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호수에 정박된 작은보트가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는 삼삼오오 나누어 서둘러 배에 탔다. 배는 시동과 함께, 미끄러지듯 바다 같은 티티카카호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우리가 탄 배가 갈대숲을 지나자 한 무리의 오리떼가 나타나 우리를 반긴다.
이제 우리는 드디어 우유니에 입성한다. 공항에 내려 조별로 4명씩 오프로드용 차량에 탑승한다. 차량은 좀 오래된 것 같지만 나름 분위기는 낼 수 있는 것 같아 아이마냥 기분이 들뜬다. 우유니의 첫 번째 방문한 곳은 기차무덤이라는 곳 이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폐차들을 모아 놓은 곳인데 이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 SNS에서 퍼져 그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도 기차를 배경으로 앞에서, 옆에서 연신 셔터를 눌렀다. 그 다음 찾아간 곳은 끝없는 백색의 소금바다와 흰구름을 품은 푸른 하늘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아! 이 곳이 바로 우유니 소금사막이다. 우리는 사진사들의 연출지시에 따라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준비된 공룡인형과 캔맥주 등의 소품들을 가지고 원근법을 이용해 우유니의 특성에 맞게 사진작품을 만들어 낸다.
이러는 동안 점심시간이 되었는지 저 멀리 국기가 펴진 곳에서 점심이 준비되었다고 한다. 더 넓은 소금사막에서 대한민국 국기아래서 먹는 점심은 특별했으며 또한 붉은 해가 떨어지는시간에 맞춰 준비한 와인파티도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숙소에 들어간다.
숙소는 소금벽돌로 지어진 소금호텔이다. 난생처음 접하는 소금호텔이다. 객실의 침대도 소금벽돌로 만든 것 같다. 오늘은 여러 가지 사진포즈를 연출한답시고 피곤하여 일찍 꿈나라로 간다.
다음날은 알티플라노지역으로 가기위해 새벽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조는 총 7대 중 3호차다. 우리는 차량에 탑승하여 비포장길을 이틀동안 달리는 것이다. 7대의 차량이 줄지어 사막을 횡단하는 모습은 실크로드의 카라반을 연상케하는 색다른 모습이다.
도로가 험하여 이동 중 우리일행의 차량이 고장을 일으켰지만 다시 재정비해서 출발할 수 있었다. 가는 도중 몇 몇 라군을 방문하여 간단한 트레킹을 히면서 라마와 홍학을 볼 수 있었다. 여하튼 칠레 깔라마까지 비포장길을 이틀에 걸쳐 강행군을 하였던 것이다. 그 중 가장 높은 곳은 고도계가 4952m 를 가르켰다.
이제 우리는 볼리비아를 뒤로하고 칠레국경을 넘어 깔라마에서 하루를 보내고 산티아고로 향한다. 산티아고시내에서는 아르마스 광장과 중앙시장 등을 돌아다녔고, 다음날은 버스를 타고 칠레인근의 발파이소을 방문하여 바닷가에 위치한 근사한 식당에서 해산물요리를 맛본다.
다음여정은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여장을 푼 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투어이다. 이때는 비바람이 너무 거세 트레킹이 힘들었다. 다음은 갈라파테로 이동하여 피츠로이를 보러가는 여정이다. 전날 날씨가 좋지 못해 걱정했는데 피츠로이투어에서는 날이 좋아 카프리호수까지 무난히 올라갈 수 있었다. 카프리호수 너머 보이는 피츠로이 봉우리는 나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봉우리와 호수를 바라보며 먹는 도시락은 꿀맛이었다. 한식을 먹은지도 좀 되었었고 해서 한식으로 준비된 도시락과 피츠로이의 조합은 우리들에겐 환상적이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충전 후 다음날은 모레노 빙하를 보트를 타고 관람하는 것이었다. 세계에서 3번째 큰 빙하 라는 곳인데 규모가 엄청나게 커 보는 이를 압도하였다. 다만 여기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가 계속 녹아내리는 현실은 우리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다음 우리는 우수아이아로 향해서 도착 후 점심은 현지 가이드가 추천해준 메로구이를 먹고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을 꼬마기차를 타고 돌아보는 것이다. 예전에 죄수들이 벌목할 때 타던 기차를 어떤 사업가가 인수 해 관광지화 시킨 곳이라고 한다. 한 칸에 6명이 타는데 매우 협소하다. 이후 땅 끝 우체통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가게는 문이 닫혀있어 우리는 그 앞에서 몇 장의 사진으로 대신했다.
다음날 우리는 선착장으로 가 배를 타고 비글해협을 관람했다. 배 밖은 바람이 거세게 불어 몸을 가누기도 벅찼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최남단 등대를 카메라에 담으려 애썼다. 투어를 마치고 점심은 어제 만족하지 못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남들보다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여 킹크렙 전문점에서 한을 풀었다. 음식의 신선도와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두꺼운 겨울옷은 캐리어에 두고 여름옷을 준비하여 順風이라는 뜻을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한다. 시티투어로는 플로리다거리와 극장을 서점으로 변경한 엘 아테네오, 5월의 광장과 대성당 등을 둘러보고,
탱고 쇼에서 현란한 몸짓과 쇼 중 흘러나온“ Don“t Cry for me Argentina” 에서는 Eva Peron 이 연상되기도 했다. 저녁에는 ”아사도“라는 현지음식이 나오는 교민식당에서 회식을 하기도 했다. 다음날은 스테이크로 이름난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기회도 가졌다.
이제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여정인 이과수로 떠나보자! 공항에 내리니 후덥지근한 것이 열대기후이다. 이과수폭포를 아르헨티나 쪽에서 보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악마의 목구멍이라고 하는 곳 까지 가는 길이 막혀 가까이 갈 수는 없어 다른 길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해서 우리는 가이드가 가르쳐준 포토포인트에서 열심히 흔적을 남기고 내일 브라질 이과수에서 못다 본 이과수 폭포의 진면목을 기대한다. 숙소에 돌아와 재충전 후 다음날 브라질이과수에 간다.
오전에는 브라질에서 만든 관람로를 따라 폭포의 뷰포인트들을 관람하고 마지막으로 폭포의 물보라도 맞아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른다. 점심식사 후 오후 일정은 이과수폭포 보트투어를 하러가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다시 지프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고 마지막으로 보트에 탑승한다. 보트를 타기까지의 과정이 거창하다. 보트를 타고 폭포가 떨어지는 폭포아래까지 가는 코스인데 먼저 보트가 도착한 곳은 낯익은 폭포였다.
맞다. 바로 로버트 드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가 출연한 영화 미션의 배경이 된 폭포 바로 그곳이다. 감회가 새롭다. 저 멀리서 앤니오 모리코네의 넬라판타지아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그 폭포를 뒤로하고 선장은 우리가 물 맞을 폭포로 배를 돌린다.
로컬가이드 안드리아 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그 폭포아래까지 5번 정도 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안드리아의 요청에 따라 11번씩이나 들어갔다. 특히 그 폭포아래에서는 물보라와 너울로 인해 위험한데도 뱃머리에 서서 우리들을 위해 사진촬영을 하는 안드리아의 프로정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리해서 우리 모두는 물에 빠진 생쥐마냥 온 몸이 젖은 채 그래도 해맑은 표정으로 돌아간다.
이제 우리는 마지막 여정인 리우로 향한다. 숙소에서 아침에 나와 예수상과 빵산을 둘러보는 일정인데 날씨가 흐려 예수상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이 많다. 이슬비를 맞으며 예수상을 보려 케이블카에 탑승해서 올라갔다. 잔뜩 흐린 날씨에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산정상이어서 바람이 불어 순간순간 가렸다 보였다 한다. 우리는 카메라 렌즈를 준비하고 있다가 보일 때를 기다려 찍어야만 한다. 마침 조금 지나니 구름이 걷히고 기다리던 예수님이 우리를 구해주신다. 우리는 예수님의 구원을 받아 몇 컷을 남기고 빵산으로 향했다. 우리는 현지 가이드의 빵산의 케이블카에 대한 역사를 들으면서 정상에 도착했다.
나는 전망대에서 리우의 전경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지나온 여정을 돌이켜 보면 잉카문명과 남미 자연의 경이로움에 찬사를 보내며, 한편 처음부터 끝까지 웃는 모습으로 우리를 보살펴 준 씨엘로(하늘씨)와 볼리비아에서 친절함과 성실함을 보여 준 스테파니, 그리고 이과수폭포에서 11번씩 물벼락을 맞게 해 준 안드리아에게 감사의 인사의 전하며 이번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문미선입니다.
여행의 일기로 다시한번 남미를 다녀온듯 합니다.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시차가 좀 괴롭히네요. 저는 심한 감기로 고생도 좀 했답니다.
3조 쌤들의 각지에서 오신 분들의 조합은 어떻게 오신 분들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며 시작한 여행에서 편안하게
말도 걸어 주시고 즐거운 여행을 함께 하게 되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다채로운 긴 여행으로 일상에서 좋은 추억으로 돌아보며 다음여행을 기대하며
바쁜 일상을 지내보는 것도 좋은것 같습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고 행복하세요~~^^
7조 문미선~~~
안녕하세요 이재호 선생님~!
여독은 좀 풀리셨을까요?
선생님의 글과 사진을 함께 읽어내려가다 보니, 지난 28일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함께 보낸 그 여정 속에서, 순간순간 우리 선생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어떤 마음이셨을지 저로서는 늘 궁금했답니다.
이렇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또 다른 감동이 생겨납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답답한 일들을 마주했을 때도 늘.. 한 번 더 이해해주시던 선생님!
돌발상황에서도 든든하게 자리잡아주시고 함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큰 도움 주셨던 선생님!!
비록 우유니의 밤하늘을 함께 보지는 못했으나, 다른 모든 곳에서 더욱 반짝이는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잊지못할 아름다운 여행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또 다른 여행길에서 다시 한 번, 반짝이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