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레위니옹에서의 사랑과 우정(인도양 레위니옹 여행후기)
아프리카/인도양
작성자
전영숙
작성일
2023-12-03 23:58
조회
2717
<2023.10.22.~11.13.인도양 한붓그리기, 마다가스카르-레위니옹-모리셔스-세이셸 여행후기 제8편입니다.>
레위니옹에서의 사랑과 우정

사랑과 우정이 넘치는 어린왕자의작은별여행사인도양한붓그리기개척단
레위니옹은 단아하고 야무지고 지 알아서 잘 사는 참한 여인같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미니 프랑스랄까? 프랑스령이라 한다. 그래서 수도는 파리. 제주도 1.4배쯤 되는 크기에 크리올 인종이 64% 인도인이 28% 정도, 종교도 다양하다.
비자없이 유럽사람 내왕이 가능하여 유럽인들이 많이 찿아오는 관광지이다. 제일 큰 농업은 사탕수수 재배이며 지금 수확 중이다. 사탕수수 농사를 위해 노예를 데려왔는데 노예해방 된 이후에도 프랑스령으로 계속 남아있다고 한다.

날씨는 변화무쌍하여 비가 자주 내린다. ‘너희 집에 비가 온다고 우리집에도 비가 온다고 생각하지 마라’(개개인마다 다 다른 사정이 있는 법이란 뜻)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건물과 집들이 거의 하얗다. 작은 정원을 아기자기 잘 가꾸어 꽃이 있는 집이 많다.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게 분명하다.


생드니에 도착하여 Mercure호텔에 들었다. 호텔이 완전 멋지고 깨끗하다. 와이파이도 잘 연결된다. 아! 드디어 완전한 문명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앞으로 여행할 모리셔스, 세이셸도 이 정도 수준이거나 더 낫겠지.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진다. 한참동안 마다가스카르에서 찍은 사진을 단톡방에 올린다. 그러다 뭔가 살짝 김빠진 사이다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뭐지? 마다가스카르의 다이나믹, 서프라이즈, 카오스는 없을 것 같은 예감!
다음 날 아침 호텔 조식 먹고 호텔 산책을 하는데 천국 온 기분이다. 수영장을 바다와 이어지는 듯 설계를 해서 환상적이다. 이제 우아를 좀 떨어도 되나 싶어 처음으로 롱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토아마시나에서 산 밀짚모자도 쓰고. 그러다 곧 우아는 포기하고 편한 게 최고야, 반바지차림으로 나갔다.



외부장식도 내부장식도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성안나교회와 1977년 화산폭발 시 용암도 비켜갔다는 신비한 노트르담 성당도 보고, 바닐라농장을 견학했다. 세계에서 샤프란 다음으로 비싼 향신료인 바닐라빈이 생산되는 곳이란다.
이곳의 바다 풍광은 화산폭발 영향인 듯 검정색 절벽과 하얀 포말, 파란 바닷물색이 선명하게 어우러져 너무나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점심 식사 후 후식 나오는 줄 모르고 산책하다 보너스처럼 다가온 아름다운 해안 정경에 넋을 잃었다. 식당에서는 후식으로 나온 내 아이스크림이 다 녹은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빅토리아Le Victoria hotel in Grand Bois 호텔은 바다 바로 앞에 있는 단층 오두막식으로 지어진 멋진 호텔인데 꽃을 피운 선인장과 하와이무궁화라는 히비스커스꽃이 참 예뻤다. 중앙에 수영장이 있어 일행들과 제대로 물놀이를 즐겼다.(수영을 즐겼다 아님ㅎ) 정숙언니의 인어같은, 날렵한 접영모습에 깜놀하며 부러워서 부러워서 질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은 400개 고갯길을 넘는 실라오스 마을 투어다. 레위니옹 섬 중앙을 지나가는 것이다. 화산 폭발의 흔적이 여기저기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산과 계곡의 높이와 깊이가 대단하다. 엄청 높은 곳까지 도로가 만들어져 있고 버스도 다닌다. 버스운전사는 거의 묘기를 부리듯 좁고도 험한 고갯길 운전에 성공하여 몇 번이나 우리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젠 마을이 없을 거야 하는데 큰 호수까지 있는 아름다운 마을, 실라오스가 나타난다. 고도 1000미터가 넘는 곳, 옛날 노예들이 피난 와서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라 한다.

자유롭게 짝을 지어 마을을 산책하고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 모였는데 우와! 음식이 정말 맛있다. 레위니옹 음식점마다 대만족이었는데 이곳은 감탄사가 끝이 없다. 럼주, 구아바주스에 렌틸콩소스 올린 돼지고기, 커리참치, 호박찜? 와인 여러 종류….
레위니옹의 음식은 정성스런 맛인데다 품격이 있다. 다 맛있다. 가짓수도 적당하다. 음식뿐만 아니라 바닐라농장이나 럼주 제조공장에서도 세련된 사람들이 자기 삶에 대한 자부심으로 빚어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 품질이 좋고 그것이 승화되어 최고의 바닐라빈, 최고의 럼주, 최고의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그걸 또 자신있게 보여주고 싶어하고.
바다거북 치유소를 갔다. 상처 난 거북이를 장기간 보호, 치료해서 바다로 내보내는 곳인데 규모가 꽤 크다. 연못에 다리 하나 없는 큰 거북이가 다른 물고기들과 유유히 헤엄쳐 다니고 있고 내부에도 큰 수족관이 있고 거북이 관련 온갖 게 전시되어 있다. 전망대에 올라가 보니 바다 풍경이 멋지다. 환경 보호 관련 설치 작품도 많고 꽤 창의적이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사람들이 한참 머물렀다.
보고난 후 입구 벤치의자에 앉았더니 A가
“거북이 몇 마리 봤시유?” 묻는다.
“한 다섯 마리 쯤.”
“난 세 마리 봤는데, 거북이 세 마리 보자고 여길 오나? 볼 게 없으~”
실망으로 화가 좀 난 것 같은 표정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고생해서 힘들여 왔는데 실망스런 경우.
그럴 때 난 얼른 마음 속 버튼 하나를 누른다. 긍정 태도 선택 버튼!
'일어날 객관적 사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태도일 뿐입니다. 나는 다만 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나 자신의 주관적 태도를 고상하게 만들 수 있을 뿐인 것입니다.'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김상봉>
일상에서 일어나는 문제, 사건, 사태 등은 여행 중에는 더 많이 일어난다. 그런 객관적 사태에서 어떤 태도로 받아들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불평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감사로 받아들일 것인가? 툴툴불평해봤자 자기 마음만 괴롭고 얼굴은 못나진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좌우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똑같은 말이다. 생각나서 찾아 적어본다. 여행 준비물에 이 문장도 포함시키면 좋겠다. ㅎㅎ
마침 곁에 있던 정순 언니가
“좋은 데요. 지구 환경도 생각해 보게 하고.”
언니는 기념품 가게에서 두툼한 레위니옹 도록까지 사갖고 나온 학구파였다. 언니는 긍정태도 선택버튼이 필요 없겠지만 A에겐 필요할 듯. 그러나 또 다른 상황에서는 바뀔 수도 있는 거다.
레위니옹에서는 변화무쌍한 날씨로 헬기투어(선택)와 요트투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행들은 그게 아쉬워서 불만이 생겼을 것이다. 요트 투어는 모리셔스, 세이셸 투어에 계획되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긴 했지만.
레위니옹의 마지막 밤은 따뜻하고 풍성했다. 전주언니네 방 초대받아 녹차 얻어 마시고 룸메는 수봉언니에게 감기약을 얻어왔다. 이번 여행에서 맛본 특생강칩, 흑마늘, 돌복숭칩, 김부각, 녹차 등 품격 있는 먹거리들은 다 이 전주언니가 직접 키워 만든 것이라 한다. 정성의 아이콘 전주언니, 존경해요!^^ 수봉언니에게 룸메가 얻어온 병원조제 감기약은 나중에 나까지 수혜자가 되었는데 알고보면 내가 가져온 감기약은 애초에 룸메가 먹었고 룸메가 가져온 위장약은 내가 먹게 된다. 칠호오라버니가 준 한방소화제까지 약의 이동경로 복잡다! , 정순언니가 준 육포와 홀스, 영월언니가 기운차리라고 준 침향환, 대구아저씨가 사준 맥주와 따끈한 홍차까지…. 줄줄이 떠오른다.
미정씨와 조이언니 방에 가서는 싱싱한 상추를 얻어와서는 둘이서 얌냠 맛있게 저녁을 먹었는데 이번엔 정숙언니 메시지가 떴다. 218호로 룸메와 함께 오란다! 알겠사와요! 하고 올라가니 이미 네 분이 거하게 차려서 저녁을 먹고 있다. 정숙언니 남편, 칠호오라버니는 자꾸만 먹거리 내오며 분위기 띄운다. 캐리어 다 비울 심산? 해물라면에 로제와인까지 없는 게 없는 화려한 밥상! 그렇게 화려한 밥상을 차려 옆방 두 분과 우리까지 초청한 이유는 말 안했지만 옆방 두 분의 갈등 완화를 위해서일 거라 추측한다. 총 23일의 여행 기간 중 반이 지나면서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는 중이었다.
칠호오라버니! 부산서 만나 콜라겐 돼지껍데기 먹자는 약속 아직 유효한 거죠?ㅎㅎ
사랑과 우정이 넘치는 우리 어린왕자의작은별여행사인도양한붓그리기개척단팀! 감사해요!, 사랑해요!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선생님 글 읽으며 그랬었지~ 추억에 잠기게 되네요^^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계시다니 너무 신기해요! 여행하면서 선생님의 긍정 파워에 행복했습니다❤️
생생하고 따뜻한 여행기를 이렇게 시리즈로 읽으니 인도양으로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네요~~
좋은 분들과 멋진 여행지의 풍광, 사랑과 우정이 영글어진 여행기를 선물해 주신 전영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 읽고 말미에 보니 '어린왕자의 작은 별 여행사 인도양한붓그리기 개척단팀'이라 하셨는데 가 보지 못한 저에게는 정말 전영님과 함께 한 모든 분들이 개척단이 분명 맞습니다. 언제 꼭 한 번 가 봐야겠다는 마음이 솟구칩니다. 가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어떤 마음가짐이 더 풍요로운 여행의 세계로 풍덩 빠질 수 있게 하는 지 선례를 잘 보여주셔서 감사드려요.
크리스마스 연휴 시간이 나서 여행기 서핑 하다 오늘도
평소 잘 접하지 못하는 인도양 아름다운 여행기에 푹 빠져 봅니다.
계속 꿈을 키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