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모리셔스! 모리셔스! 모리셔스는 천국인가?
아프리카/인도양
작성자
전영숙
작성일
2023-12-10 21:11
조회
3624

모리셔스! 모리셔스! 모리셔스는 천국인가?
천국이야기 쓰려니 쉽지 않다. 마음을 정화하고 주변도 정리해서 차분히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이번 주는 자꾸 소소하게 일이 생겨 어수선했다. 오늘 밤, 이제 모리셔스로 들어가 볼까나?
모리셔스와 셰이셀이 천국이라던데…, 떠오르는 신혼 여행지라는데….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그랬다더라. ‘신은 모리셔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천국을 만들었다.’
하느님도 모리셔스를 본떠서 천국을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답길래? 얼마나 좋길래? 기대와 설렘으로 빵빵 터질라칸다.
즐길 수 있는 것도 능력인데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밀도와 강도가 얼마 만큼일까?
너무 좋아서 미치는 거 아닐까? 혼자 보기 아까워서 죽겠으면 우짜지?
누구랑 같이 오고 싶어지려나?
기대는 충분히 충족되었고 설렘은 빵 터졌다!
레위니옹에서 모리셔스로 들어오는 입국 수속을 받을 때 공항에서 너무 오래 진을 빼서 모리셔스에 대해 약간 토라진 심사였다.
그런데 차에서 내려 벨르마흐의 Ambre Hotel에 들어서자마자 짜안~~
저 세상 비쥬얼이다. 와! 진짜 천국이네!

내 예감은 맞았다. 너무 멋져서 미치겠고, 천국을 감당하기에 나, 솔직히 벅차다.
다른 이들이 호텔 로비 부근에 앉아 수영장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동안 나는 호텔 주변과 숙소, 해변 이쪽저쪽을 돌며 전체를 훑어보았다. 마음속에서 감탄사가 다발로 터진다.
그러다 로비로 돌아와 바로 앞 수영장을 바라보는데 뭔지 모를 부정적 감정이 스을쩍 올라온다. 뭐지? 가만 들여다보니 열등감, 소외감 같은 거다. 맞아! 옷차림 때문이야! 많은 외국인들이 너무나 멋진 수영장과 천국의 해변에서 천 쪼가리만 걸친 채로 수영하거나 길게 누워서 그야말로 최고의 휴양지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나 많이 입고 있지 않은가? 나는 긴 바지에 운동화, 양말까지 신은 상태다. 옆에 짐들은 어수선하게 놓여 있고.
호텔에 일찍 도착했는데 아직 체크인 할 시간이 아니라 수영복을 갈아입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솔자 라씨의 엄청난 조바심과 수고로움 덕에 우리는 점심을 먹고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룸은 아주 크고 좋다. 들어가자마자 ‘벗어야 해! 더 벗어야 해!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이 필요하지.’ 하며 수영복 입으려 했는데~~ 헐! 비가 오고 있는 게 아닌가? 변덕도 심한 날씨야! 아까는 그렇게 덥더니! 그래서 민소매 미니원피스를 입고 우산을 들고 바닷가로 나갔다. 상쾌하다.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이제 이곳에 좀 어울리는 것 같다.
천국에서는 좀 더 아름다워야 할 것 같고 좀 더 좋은 마음으로 있어야 할 것 같다.
더 많이 감탄해야지! 시를 쓰든, 그림을 그리든, 춤을 추든 예술 활동도 좀 해야 되는 거 아님?
그러다가 가랑비 내리는 해변에서 어디서 많이 본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캬아! 바로 미정씨다! 맞아! 우리 둘은 가만히 못 앉아 있는 형이지. 둘 다 호기심 천국에 욕심이 많다. 시간도 아깝고 멋진 정경도 아까워서 그냥 놔두질 못한다. 기어이 봐야지. 우린 그렇게 우연히 만나 둘이서만 즐긴 경험도 몇 번이나 된다. 우연히 만나니 더 반가워서 둘이서 몸으로 그림그리기 도 적극적이다. ㅎㅎ 바다는 비가 오니 더 멋지다.

그리로 살짝 다가가서 발꿈치 들고 손도 번쩍 쳐들어 나도 예술행위에 동참해본다. 오!! 물 속 맨발 촉감에 몸이 절로 리듬을 타누나!
아싸! 천국의 기분, 낙원의 몸짓 누려보고 취해보자!
얘들아! 고기라도 한 마리 낚아서 소리 질러 봐!! 우리가 뭐가 더 부럽겠니?
이대로 완전 충만! 천국이야! 천국! 모리셔스, 1차 천국 인정!!
비가 그치면서 우리 일행들도 바다로 나오기 시작했다. 수영복으로 멋있게 싸악 갈아입고서. 저 멀리까지 적당한 깊이의 바닷물이라 수영을 못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이제부터 드디어 바다에서의 물놀이가 시작된다. 날씨는 개고 우리가 점령한 아늑한 해수욕장에서는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나도 일행 사진 찍고는 원피스차림으로 풍덩해버렸다! 민영씨 말에 내 몸이 바로 반응한 거다.
“언니! 우리가 여기 언제 또 와보겠어? 오늘 뿐이야!”
다음 날은 모리셔스 여행의 하이라이트! 카타마란 쌍동선 원데이 요트투어다. 카타마란은 아주 럭셔리한 큰 요트다. 사람들이 많이 탔다. 하루종일 요트타고 먼 바다로 나간다. 인도양 한 복판으로 나가는 것이니 그야말로 천국의 뱃놀이를 하는 거다. 야호!!
요트로 가다가 도중에 우리 일행끼리만 다른 배로 옮겨 타고 폭포를 보러 가는 여정도 있었다. 폭포는 폭폰데 귀여운 폭포다. 사진 상으로 엄청 큰 폭포로 만들며 키득키득 웃는다.
모델을 하려면 나처럼 해야지, 요렇게!!
요트 맨 앞 끄트머리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번쩍 들어보인다. 한 손에 맥주병을 쥐고서.
천국의 맥주! 맥주천국!!(김밥천국, 알바천국 연상 작용 일어난다 ㅋㅋ)
요트에서 맥주 광고 모델 콘셉트로 모델 선발대회 한다.
남자모델은 칠호오라버니 1등! 여자 모델은 나!(내 맘대로!ㅋㅋ)


왜냐하면 사진이 증명하잖아! 사실 사진이 실물보다 훨 잘 나왔다.
칠호오라버니는 사진도 잘 찍으신단 말이야!
기분이 좋아서 가족 카톡방에 사진을 날렸더니 남편 답글이
어떻게 뽀샵을 했길래 요래 날씬해졌냐 한다.
뽀샵은 뭔 뽀샵? 나 마다가스카르에서 2킬로 빠졌거든. ㅋㅋ
암튼 인생 샷 건지고 기분 좋게 요트 안쪽에 얌전히(?) 수다 떨며 앉아있는데~~
음악소리 쿵짝쿵짝~~ 몸이 좀 들썩들썩~~ 하고 있는데~~
저기 서양 여인들 몇몇과 우리 일행 중 순예씨가 흔들흔들거리며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닌가? 순예씨는 레위니옹에서 오른쪽 팔을 다쳐 깁스를 한 상태였는데 아무 상관없이 우아하게 몸을 흔들고 있다.
누가 이끌었는지 아니면 자발적으로 흥에 겨워 스스로 나갔는지 기억이 없지만 내가 춤판에 등판한다.
환호성이 들리고 난리가 났다. 발동 걸린 춤판에 저쪽(프랑스인+멕시코인+?) 편에서도 우리 쪽에서도 더 많은 이들이 나와서 춤추기 시작한다. 15년간 에어로빅으로 갈고닦은 춤 실력 보유자 난희언니. 정숙언니는 음악 나오면 저절로 몸이 반응하는 스타일이란 것, 레위니옹 바닷가 송림에서 알아봤지. 준숙님도 은근 적극적이다. 깔린 멍석을 모르는 척하지 않아서 좋다. 함께 막 춘다. 막춤을!
맨발로! 수영복 비스무리한 차림으로 배꼽까지 보이며 추는 춤! 난생처음이다. 몰라! 몰라! 내 맘대로 할 거야! 아무 생각이 없다. 흥이 나고 신이 나서 그냥 춤에 몰두할 뿐!
와우! 저쪽 서양인 중에 눈에 띄게 미모 출중하고 제일 춤 잘 추는 여인이 나를 보며 손짓한다. 자기 옆으로 오란다. 발동작, 손동작을 해 보이며 같은 동작으로 춤추자고 흥을 돋운다. 자기 멋쟁이야!! 서로서로에게 엄지척을 하며 신명나게 놀았다.
요트는 유유히 인도양 바다를 가르고 동서양인 함께 섞여 함성을 지르며 춤으로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우린 카타마란 요트를 찢어버렸다! 아니 인도양을 찢었다!!
이게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랴? 천국이야! 천국! 모리셔스 2차 천국 인정!!
신나게 놀다가 멋진 섬에 내린다. 섬 이름은 일로셰프! 사슴섬이란다.

천국이라는 모리셔스에서도 또 지상낙원이라 일컫는 곳이니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거기다 춤과 음악과 분위기에 살짝 취한 상태에서 내렸으니….
쭉쭉 뻗은 야자수와 에메랄드빛 바다와 백사장, 정박해 있는 하양빨강노랑 요트들, 수영 즐기는 사람들 모습…. 모두가 잘 어울리고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나는 한군데서 물놀이만 하기엔 넘 아까워서 물속을 걸어, 모래사장을 걸어 일로셰프섬 여기저기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았다. 홀로라도 참 좋았다. 천국 중의 천국이다. 모리셔스 3차 천국 인정!!
그런데 에구, 배가 고파 죽겠는 걸…. 천국인데? 천국에서도 배고픈가? ㅋㅋ
야자수 아래 모여 있는 일행들에게로 가서 구걸한다. 정순언니가 짱박아둔 빵과 과자를 내주시는데 어찌나 고마운지…. 기본욕구를 쫌 해소하고 나니 일로셰프는 더 낙원 같다.
돌아오는 배에서 선상 바비큐가 벌어진다. 요트에서 직접 구워주는 치킨과 생선구이, 소시지구이, 무채 같은 파파야샐러드, 볶음밥….
다 맛있다!! 그리고 2차 댄스파티가 벌어진다. 이번에는 민영씨 부부까지 합세하여 섹시댄스로 분위기 업! 역시 놀아본 사람 티 나는 걸. ㅎㅎ
그러는 바람에 인도양 바다를 고독하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깊은 사색~~ 이런 건 전혀 못했다. 하려고 마음먹은 적도 없고. 그러나 어떤 이는 조용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내면을 살찌우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나름의 천국을 나름의 방법으로 만들고 있었으리라.
서양인그룹과 헤어질 땐 함께 춤추었던 금발여인과 포옹까지 하며 격렬하게 인사를 나누었고 손을 오래오래 흔들었다.
매력적인 사람이다!

모리셔스의 마지막 날은 수도 포트루이스 관광부터 시작한다. 가장 큰 재래시장인 센트럴마켓에 우루루 몰려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알루바 삘레이에 가서 전통음료 사먹기다. 바닐라가 섞인 음료라는데 바나나우유 맛이 난다. 맛있다! 모리셔스는 바닐라차, 녹차, 럼, 소금, 설탕, 모과잼 등이 유명하다는데 난 무거운 건 절대 살 수가 없는 상황이라 패스다. 연두색 빈티지풍 모자와 라씨가 입은 것과 같은 가벼운 원피스 한 장 사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50루피로 토마토 6개 사서 나눠먹으며 없는 게 없는 시장을 누비고 다닌다. 재래시장은 어디나 정신없는 재미가 넘친다.
다시 모여 우루루 거리를 걷다보니 물 위에 떠있는 듯한 멋진 건물들이 나타난다. 카우단 워터프린트 거리다. 모리셔스 최대 번화가요 핫플레이스인 이곳에서 자유 시간을 얻은 우리는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했는데 문양이 멋스러운 캐시미어 스카프가 인기 품목이다. 수봉언니는 재래시장에서 산 파랑꽃무늬원피스를 언제 갈아입었는지 너무 맘에 든다며 입이 귀에 걸려 나타났다. 워터프린트 우산거리에서 원피스 뽐내며 폼도 제일 많이 잡았다.^^

점심은 뷔페식인데 탕수육이 아주 맛있다. 먹는 중에 천둥 번개 치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식당 지붕 위의 빗소리가 무섭다. 사파리차같은 검정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고맙게도 버스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계곡 물이 순식간에 황토색으로 변해 콸콸콸콸 흘러내린다.
‘돈 안 내고 사파리투어 잘 하네’ 그 와중에도 씩씩한 우리 일행이 좋다. 든든하다.

모리셔스도 화산섬이라는데 레위니옹과는 상당히 다르다. 레위니옹은 검은색 바위가 위엄 있게 절벽을 이루면서 형성되어 있어 해수욕장이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여기 모리셔스는 밝은 베이지 톤의 모래사장과 부드러운 에메랄드빛 바다색을 띤 해변이 많다. 온화하고 다정한 느낌이다. 해변이 멋지니 해변을 끼고 지어진 호텔들이 즐비하고 바다에는 멋진 배들이 낭만적 감성을 자극한다.
모리셔스에서 마지막 잠을 잘 호텔이 또 너무 좋다. Tamassa Hotel!


근데 우리가 넘 늦게 호텔에 도착한데다 날씨도 좀 서늘하여 해수욕을 즐길 상황은 아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고 바닷가로 나가 산책하며 야자수 옆에서 사진도 찍고 아침 바다를 즐겼으나 Tamassa Hotel을 충분히 누리지는 못한 채 떠나야 했다.
모리셔스! 이 넓고도 높고도 깊은 곳으로 와서 나는 나를 얼마나 확장시켰는가?
하늘과 바다가 무한히 열려 있는 인도양 어느 지점에서 세계인들과 온 마음을 열고 흔들거리며 출렁거리며 자유로움을 만끽한 기억은 이제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선생님~ 여행기가 아니라 책 읽는 기분이에요! 읽다 보니 첫날 키 빨리 달라고 리셉션 앞에 버티고 앉아서 무언의 압박하던 기억나네요 ㅋㅋ 민영님 말투를 고스란히 옮기셔서 음성 지원도 되고 요트 투어하며 다 같이 마카레나 춤추시던 기억도 나고 마지막에 그물에 누워서 도란도란 수다 떨던 추억도 떠오르네요❤️ 제 단골집인 알루바 필레이에서 잘 드실지 살짝 걱정하며 사드렸는데 다들 맛있게 드셔서 뿌듯했던 기억도 솔솔~ 근데 사진이 실물보다 낫다는 문장은 동의할 수 없어요! 실물이 훠어어얼씬 더 아름다우신 걸요! 😆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해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오! 라씨님! 또 와주셨네요. 이집트 요르단 여행후기에 라씨님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샘날 정도야~~^^ 제 글이 너무 길죠? 쓰다보면 자꾸 생각나서...ㅎ 라씨님이 한달 살기 했다는 모리셔스가 저도 참 좋았어요. 알루바 필레이가 단골집이었군요. 저두 한 달 살면서 단골집 만들어보는 상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
모리셔스를 만끽한 멋쟁이!! 천국에서 이 정도는 즐겨줘야지~~
와우 참으로 여행 기행문 최고입니다
제가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여행기
당장 천국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ㅎㅎ 전영님 행복해 하는 모습 눈 앞에 펼쳐서 박장대소하며 읽었어요.
"모리셔스, 이 넓고도, 높고도, 깊은 곳으로 와서 나는 나를 얼마나 확장시켰는가?' 대목에서 뜨거운 지지의 박수를 보냅니다. 엄지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