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미 여행의 모든 것(2025.3.4~3.31)-켈리 인솔자
송출1위/남미여행
작성자
최병문
작성일
2025-04-05 10:08
조회
565
** 이 글은 작은별 여행사의 팀리더였던 켈리(서혜인)인솔자와 일행, 현지 스텝 및 가이드와 함께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점을 극히 주관적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남미여행을 다녀 오신분들이 다시 되새김 할 때나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용상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부분은 답글로 보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서혜인 인솔자를 비롯하여 현지 가이드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팀을 이끌었고, 사전에 미리 미리 준비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해 주었습니다. 또한 힘들 때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고 배려해 줘서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1일 차 (3월4일, 화) - 인천에서 리마까지
여행은 과정이고 이동의 연속이다. 그동안 옆지기가 꾸린 캐리어 2개와 휴대용 백을 가지고 카카오택시를 탔다. 새벽2시가 가까워 오는 시외버스터미널은 고요했다. 인천공항 행 버스대기실만 여행객과 짐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새벽6시에 인천공항 E40에서 미팅이 있다. 빗방울이 간간이 뿌리더니 정안휴게소에서는 눈발이 살짝 날린다.
졸다 깨면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미팅장소에서 켈리(서혜인) 인솔자를 만나 몇 가지 물품을 전달 받고 체크인 카운터에서 물품을 부치고 표를 받아 출국 수속을 밟았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반복되는 코스다.
'애틀랜타'행 비행기는 9시20분에 정시 출발했다. 공항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안개도 짙게 깔린다. 좌석에 앉자 곧 비몽사몽이다. 이륙하는지도 몰랐는데, 창밖 바람소리와 함께 잔잔한 비행이 이어진다. 좌석은 비상구 쪽 좌석으로 사전에 구입했다. 앞 공간이 있어 좋기는 한데 화장실이 있어 흠이다. 승객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2번의 기내식과 영화시청 등을 하면서 14시간만인 9시40분에 애틀랜타 공항에 내렸다.
해외로밍 덕에 데이터도 잘 터진다. 환승해서 페루 '리마'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입고 온 겨울옷이 덮게 느껴진다. 공항은 넓고 복잡하지만 트램과 에스컬레이터가 각 구역을 잘 연결해 준다.
까다로운 입국과 출국수속, 환승을 위한 게이트이동을 하고 대기를 하다, 14시20분발 리마행 델타항공에 탑승했다. 인천에서는 한국인 셋이었는데 영어를 하는 외국인이 통로 쪽에 같이 앉았다. 다시 6시간30분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전 비행시간이 길어서인지 그리 지루하지는 않다. 기내식 한번, 영화시청, 졸기 몇 번으로 비행은 끝났다. 어둠을 밝혀주는 도시의 조명위로 비행기는 착륙을 했다 20시50분이다.
상공에서 바라보이는 조명이 아름답다. 기온 25°씨다. 터미널을 나서니 약간은 습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현지가이드 페드로를 만났다. 기사는 옛윙, 인솔자 켈리(서혜인)이다, 호텔로 이동하여 22시35분에 도착했다(홈 3월5일 12시35분). 집을 떠난 지 35시간만이다. 그리 크지 않은 호텔이지만 아늑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편안한 휴식이 기대된다.
2일 차 (3/5, 수) -리마 시티투어
기분 좋은 아침이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곤 탓에 시차를 느끼지 못하고 푹 자고 일어났다. 하늘엔 높은 구름이 덮인 흐린 날씨다. 호텔은 지도상에서 보면 해안가 근처다. 해안까지 산책을 생각했다.
호텔식 조식이다. 과일이 풍부하다. 파인애플, 토마토 등등……. 외부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음악과 함께 만족스런 식사를 했다. 일행들도 보인다. 피곤할 텐데도 일찍들 일어났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 해변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활기차다. 도로에 차량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는가 하면 달리기를 하기도 한다. 바닷가 소공원도 아기자기하다. 별로 요란하게 꾸미지 않았는데도 자연과 어우러졌다. 바다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저 멀리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 점점이 떠 있다.
오전에 시간 여유가 있다. 아침에 찾은 해변을 바닷가까지 걸어 보기로 했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니 몽돌해변이다. 선팅을 하고 있기도 하고 서핑대여점들이 들어서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밀려오는 파도가 꽤 사납다. 그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이 마냥 자유스러워 보인다. 바닷물은 탁하다. 몽돌해변인데도 우리 서해안 바닷물 색깔이다. 보이지 않는 안쪽이 갯벌일지도 모른다.
11시에 전체인원이 모여 미팅을 했다. 고산병과 멀미, 소지품관리에 대한 주의사항과 궁금사항에 대한 질의응답을 했다.
12시15분 전용버스를 타고 호텔을 출발해 '연인공원'으로 향했다.
"연인 공원은 1992년 개장 되었고 스페인 가우디공원을 모방했다 한다. 매년 2월14일은 리마 밸런타인데이로 사랑의 조각상 앞에서 연인들이 사랑의 고백을 한단다" 사계절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으로 서핑 젯스키 등 해양스포츠가 성행한다. 네이호라는 이름의 가로수에 오렌지색 꽃이 피었다.
그새 기온이 올라 덥게 느껴진다. 그늘은 시원한데 햇볕은 사납다. 선글라스에 모자로 무장했지만 그래도 햇볕이 따갑다.
'서울식당'에서 한식뷔페로 점심을 했다. 식당가는 길에 신전유적지가 흙벽돌 쌓아 놓은 듯하다. 한식 메뉴는 볶음밥, 김밥, 맵밥, 닭튀김, 돼지고기조림, 당면, 계란말이, 숙주나물, 생채, 김치, 국이 준비되어 있다.
"남미에는13개국이 있고 동고서저 지형은 안데스산맥 때문이다. 16세기 '피사로'의 군대를 앞세운 스페인 침략으로 '잉카제국'이 무너지고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산마르틴'장군에 의해 독립하게 되었다".
"'아르마스'는 무기라는 뜻으로 중심부에 위치한다". '유니온거리'를 지나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다. 많은 인파가 출렁인다. 리마의 명동이다. 간혹 오래된 건물들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채로 서 있다. 리마 유일 화덕 닭구이집과 건축에만 200년이 걸렸다는 성당을 지났다.
아르마스광장 곳곳의 벤치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정원수들과 벤치로 어우러진 광장은 산 프란시스코 성당, 대통령궁, 리마대성당으로 둘러 싸여 있다. 벤치를 차지한이들이 한가롭기만 하다. 건물들은 대리석을 이용한 바로크 양식이다. 리마 대성당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복자 피사로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미사가 진행 중이라 외부 건물만 들러보았다. 자유 시간을 이용해 사진도 찍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길거리나 가게에 구걸이나 물건을 파는 아이들도 가끔씩 눈에 띈다.
여행 첫날은 시내에서 좀 가볍게 보냈다. 옆지기는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많이 피곤해 한다.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 중 졸고 있다. 아직은 덜 세련된 모습의 거리와 사람들이다.
저녁은 호텔 근처 현지식당에서 문어와 감자로 이루어진 스테이크를 먹었다. 소스가 맵기는 했지만 먹을 만하다.
내일은 사막도시 '이카'의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로 간다.
3일 차 (3/6, 목) -이카 이동 및 사막 버기카 및 선셋 투어
너무 일찍 잠 들었나 보다. 잠이 깼는데 새벽3시다. 다시 잠들지 못했다.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처방받은 고산증 예방약이 모자랄 것 같다. 예상보다 복용할 기간이 길다. 인인솔자에게 추가 구매를 문의한 후 구입을 할 수 있었다
6시30분 서둘러 아침 식사를 했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잘 먹기 위해서는 또한 건강해야 한다.
호텔에서 8시에 출발했다. 바퀴 가방은 호텔리셉션에 맡기고 1박에 필요한 짐만 챙겨 나왔다. 다음 숙소인 호텔까지는 약287km로 4시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가는 도중에 농작물 등을 볼 수 있는데, 건조한 기후로 감자나 옥수수 등이 주요 작물이다. 알래스카부터 우수아이아까지 30,000k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도로인 팬 아메리카 하이웨이 일부구간을 남쪽으로 달리게 된다.
시가지 외곽으로 갈수록 낡은 건물들이 늘어난다. 출근길 교통 혼잡은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시내로 향하는 편도 2차로에 승용차와 버스 화물차가 늘어 서 있다. 보이는 산과 들엔 숲은 보이지 않고 앙상한 골격만 남은 벌거벗은 모습으로 온통 잿빛이다. 황량함이 끝이 없다. 숲이 없는 산들이 이어진다. 숨이 막힐 듯하다. 비가 없는 건조기후 탓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살고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은 동쪽에 위치한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있기 때문이다.
10시쯤 휴게소에 도착했다. 지역이름이 '아시아'다. 과거 많은 수의 중국과 일본인들이 은을 찾아 이곳에 이주하여 살게 되면서 붙여진 지명이다.화장실을 사용하고 스트레칭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같은 조로 편성된 연장자분이 콜라 한 병을 건네준다.
높은 구름 사이로 간간이 햇살이 비친다. 우측 태평양 연안 해변가로 붉은 지붕에 하얀 벽을 가진 깔끔한 주택단지가 들어서 있다. 오랜만에 녹색지대가 나타난다. 주로 옥수수와 감자밭이다. 붉은 흙탕물이 바닷가 쪽으로 흐르는 강도 지난다. 물이 생명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생명은 이어진다. 마을 앞 교차로에서 차량이 서행하는 사이 도로에서 파인애플 수박조각 등 과일과 물을 지나가는 차량에 판매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12시50분 '이카'에 도착해 현지식 점심을 했다. 나름 꾸며 놓은 야외정원 식탁에 앉았다. 야자수 등 과일나무로 둘러 싸여 개방감도 있고 새들의 지저귐도 함께 한다. 애피타이저로 아보카도와 감자가 있고 메인으로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중 선택했다. 후식으로 현지 과일이 제공되었다. 식사 후에는 '피스코'라는 페루산 와인 제조과정과 시음시간을 가졌다. 기본적인 제조과정은 포도주와 같은데, 발효를 항아리를 이용하고 도수도 다르고 과일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
15시에 호텔 ‘라스 두나스’에 도착 해 체크인 후, 16시50분까지 휴식시간을 갖고, 와카치나 오아시스마을로 버기카 투어 및 샌딩보드 탑승을 위해 출발했다. 호텔은 넓은 정원과 야외풀장이 어우러져 풍경이 아름답다. 휴식시간 중 야외수영장 이용을 시간관계로 이용하지 못해 아쉽다.
눈물을 흘리는 소녀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 '와카치나'는 사막에서 물이 솟는 오아시스마을이다. 샘이 소녀의 눈물이다. 마을입구에서 버기카로 갈아탔다. 지프를 개조한 10인승차로 사막 모래 위를 달린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언덕을 오르내리고 사막을 질주한다. 사진촬영을 하기도 하고, 언덕에서 샌딩보드를 타면서 바람을 가르고 미끄러져 내리기도 하면서, 소리 지르며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어느덧 어스름이 찾아오면서 사막에 노을빛이 깃든다. 노을을 머금은 사막을 안고 인생 컷을 남겼다. 잠시나마 바람을 가로지르며 소리 지르고 사막이 그려내는 풍경에 젖었다.
저녁은 호텔에서 닭튀김에 감자가 곁들인 요리다. 저녁 식사 후 카페에서 상큼한 레몬에이드 한잔했다.
내일은 나스카 상공에서 비행하면서 문양을 본다.
4일 차 (3/7, 금) -라스카 라인을 만나다
중간 중간 잠이 깨다가 기어이 새벽2시에는 일어나고야 말았다. 쿠스코로 이동을 앞두고 어젯밤부터 복용하기 시작한 고산약 때문인가 싶다. 이뇨작용이 있다 했는데 제대로 약효가 나는가 보다.
아직 어둠에서 벗어나지 않은 시간, 올려다 본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하고 격자무늬 구름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다. 반팔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새벽 5시부터 호텔에서 아침식사가 시작되었다. 잘 먹어야 힘이 나는데, 먹는데 지장이 없으니 다행이다.
5시50분, 어둠 속에서 '피스코' 공항을 향해 이동 을 시작했다. 약 40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나스카 라인'은 페루 남부의 나스카 지역에 있는 거대한 지상화다. 이 라인들은 고대 나스카 문명이 약 2000년 전인 기원전 500년에서 기원후 500년 사이에 그려졌다고 여겨지고 있는데, 나스카 라인은 약 80개의 거대한 그림과 300개 이상의 직선 및 도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은 하늘에서만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스카 라인의 그림은 크기가 매우 커서, 일부 그림은 수백 미터에 달한다. 가장 큰 그림들은 동물이나 기하학적 도형을 형성하고 있는데, 원숭이, 고래, 도마뱀, 벌레, 새, 나비 등 다양한 동물들의 형태와 복잡한 선들이 그려져 있다. 또한, 직선이나 삼각형, 사각형 같은 기하학적 도형도 많다. '페루' 정부와 유네스코 등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199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피스코 공항에 07시20분에 도착했다. 멀미약을 복용했다. 문양을 보기 위해 좌우로 롤링을 하면서 멀미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12명씩 2대에 나눠 탑승하게 되었다. 12인승 프롭 경비행기는 활주로를 이륙하여 해안가를 돌아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모래사막과 초원지대가 확실히 구분되었다. 황무지가 있는가 하면 초록도 섞였다.
약30분여의 비행 끝에 나스카 문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영어로 설명을 하면서 좌측 우측으로 날개를 기울여 문양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항상 느끼는 게 사진보다 나은 실물은 없다. 하늘에서 전체를 보아서 좋기는 한데 크기가 작아 보여 그 크기를 실감할 수가 없다. 그래도 한참을 좌우로 날개를 기울이면서 각가지 문양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돌아오는 길 졸음이 밀려온다. 나스카 문양의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고대부터 거기에 있었고 지금의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파라카스'해변으로 이동했다. 관광지라서 인파가 꽤 있다. 늘어선 식당가를 지나 해변이 있다. 해변은 가꾸어지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고 사람들만 붐빈다. 점심 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특별히 할일이 없다. 햇볕이 따갑다. 길가 그늘이 있는 벤치가 천국이다.
해변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생선 맑은 수프와 해물 ‘빠에야’가 나왔다. 여행 중 처음 맛보는 요리가 있어도 인정하고 먹으려 한다. 스프는 그런 대로 먹었는데 빠에야는 결국 남겼다. 해물로 오징어가 많이 들었다. 빠에야에 오징어는 별로다. 문 앞에서 거리의 악사가 기타연주와 노래로 분위기를 돋운다.
다시 리마로 향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졸린 것이 일찍 일어난 탓도 있지만 멀미약 때문이기도 하다. 차에 따자마자 졸다가 깨보니 두어 시간이 지났다. 창밖으론 가면서 보았던 풍경들이 이어진다. 메마른 땅, 풀도 자라지 않는 땅에 기대어 살아야하는 이들의 비애가 새삼 느껴진다. 좋은 환경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다. 사계절이 있고 물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18시쯤 리마호텔에 도착했다. 몸 상태가 별로다. 점심으로 먹은 밥이 꺼림칙했는데 장시간 에어컨바람을 쐬며 이동하느라 탈이 났다. 속이 답답하고 근육통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저녁을 건너뛰고 옷도 벗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다행히 소화제와 해열제를 먹고 옆지기가 물수건으로 습포를 해 주면서 좀 나아진 듯하다. 옆지기에게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 남은 기간 몸 관리 잘해야겠다.
5일 차 (3/8, 토) -리마->쿠스코
9시에 호텔 체크아웃 후 공항으로 출발했다. 11시50분 리마를 출발한 비행기는 약 1시간 반 만에 '쿠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옆지기 상태가 안 좋다.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린다. 점심도 걸렀다. 냄새만 맡아도 속이 거북하다.
시내투어는 생략하고 우루밤바 숙소로 인솔자의 도움을 받아 택시로 이동해야만 했다. (비용은 인솔자가 지불해주었음) 둘 다 먹지 못하고 물만 마셔도 화장실로 가기 바쁘다. 열도 다시 오르락 내리락 한다. 다른 인원들이 들어 올 때까지 기진맥진해 누워 있어야만 했다. 옆지기가 일행분께 장염약을 구해 복용했다.
6일 차 (3/9, 일) -마추픽추에 가다
다행히 열은 내렸지만 화장실 가는 것은 여전하다. 마침 쌀밥이 있어 따뜻한 물에 말아 아침식사를 좀 했다.
7시20분 호텔에서 출발하여 약 50분간 이동했다. 8시30분에 출발하는 잉카레일을 탔다. 협곡을 달린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열차가 가고 검붉은 흙탕물이 흐른다. 우기라서인지 산들도 초록이다. 동쪽과는 정반대다. 약 1시간 30분 이동 후 10시에 '아구아 깔리엔테' 마을에 하차해 셔틀버스로 갈아탔다. 구불구불 흙길을 올랐다.
드디어 마추픽추다. 주거지와 신전의 형태가 돌집의 형태로 남아 있다. 주거지 창은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나 있고 태양의 신전은 창문에 태양이 위치하는 것을 기준으로 계절을 가늠할 수 있게 지어졌다.
그래도 나는 조금 괜찮아졌는데 옆지기는 매우 힘들어 한다. 약 2시간에 걸쳐 둘러보면서 설명도 듣고 사진도 찍었다. 마추픽추를 내려 와 식사를 했다. 나는 몇 숟가락이라도 떴는데 옆지기는 시늉만하다 만다. 오늘 일정 끝나고 쉬면 좋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안데스 산맥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치솟은 산들과 길고 긴 골짜기가 끝이 없다. 1911년 한 탐험가에 발견되기 전까지 은둔의 도시였던 마추픽추! 무슨 이유로 깊은 골짜기를 지나 산 위에 도시를 건설했고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7일 차(3.10, 월) -오얀따이땀보, 살리네라스, 모라이, 삭사이와망
늘 그렇듯 이른 아침식사를 했다. 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졌지만 조심스럽게 아침을 마쳤다. 잡목이 우거진 산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이다. 옆지기도 많이 회복된 듯 제법 식사를 한다.
7시에 호텔 체크아웃 후 출발해 첫 번째로 잉카 문명을 엿볼 수 있는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했다. 15세기 '잉카제국'이 스페인의 침략을 받았을 때 마지막 항전지로 알려져 있다. 산비탈을 따라 반대편 사면에는 감자 등을 저장할 수 있는 자연 통기식 건축물이 있고 한쪽 사면에는 태양의 신전 아래 계단식 주거지 유적이 남아 있다.
이곳 지형이 라마를 닮아서인지 라마 몇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태양의 신전에는 잉카의 상징인 콘도르, 퓨마, 뱀이 새겨져 있었는데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지워지고 일부 흔적이 남아 있다. 과거 제국자들이 벌인 문화말살은 그들에게서 신마저 앗아 가려 했다.
다음으로 '살리네라스'마을로 향한다. 살리네라스는 염전마을이다. 그새 비가 그쳤다. 고갯길을 한참 오르자 넓은 초원지대다. 이름 모를 들꽃과 들풀이 덮고 있다. 해발 3,250m의 개찰구를 지나 언덕을 내려가기도 잠깐 3,000m계곡에 형성된 계단식 염전이 나타난다.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자연 건조해 소금을 생산한다. 소금은 4단계로 나눠 채취하고 마지막으로 채취하는 소금은 의료용으로 사용된다. 보통 건기인 4~9월에 소금을 생산한다.
버스는 '모라이'로 향한다. 고원지대가 끝도 없이 광활하기만 하다. 곳곳에 마을이 있고 유채 밭과 목초지도 눈에 뜬다. 양떼를 몰고 가는 목동이 한가롭다. 모라이는 잉카의 계단식 밭이 있는 곳이다. 3,250m 고지대에 생성된 분화구처럼 생긴 싱크 홀에 낙차를 이용한 계단식 농경지를 만들었다. 각 계단 간 1도의 온도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봐 농작물 재배 시험에 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발굴 당시 하층부에서는 주로 콘이, 상층부에서는 감자가 발굴되었다. 페루에서 재배되는 감자의 종류는 약 1,500여 가지가 되고 옥수수도 1,200여 가지로 다양한 품종이 있다
점심식사는 현지식 뷔페다. '돈 엔젤' 레스토랑은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어 며칠만에 제대로 골라서 식사할 수 있었다. 먹지 못하는 고통을 체험한 며칠이었다.
마지막 코스로 '삭사이와망'으로 출발했다. 한참을 이동했다. 구름이 걷힌 안데스 산맥위로 하얀 빙하가 드러난다. ‘쿠스코’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올랐다.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데도 3,620m다. 잉카의 유적으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거대한 돌들은 무게가 큰 것은 120톤, 작은 것도 40~50톤에 달한다. 쿠스코는 퓨마형상인데 머리에 해당하는 곳으로 지혜를 뜻한다. 잉카제국 시대에 정복자들이 큰 돌은 현지에서 작은 돌은 인근에서 가져와 축조를 했고 중앙에는 40m에 달하는 탑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이 점령하면서 파괴되고 성당들을 짓는데 가져다 써 지금은 헝클어진 형태가 되었다. 설명을 듣고 쿠스코 전경을 감상하러 가려는데,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해 시내로 이동해야만 했다.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아르마스 광장주변 회랑을 따라 걷다가 인근 스타벅*에 앉아 따뜻한 띠 한잔 마시며 저녁시간을 기다렸다.
저녁식사 후 쿠스코공항에서 비행기로 리마로 간 후, 환승을 해서 볼리비아 ‘라파즈’로 가게 된다. 7일간의 페루여행을 통해 일부나마 페루의 어제와 오늘을 볼 수 있었고, 어찌됐든 장염으로 고생한 것도 큰 경험이 되었다. 굿바이 페루!
쿠스코 공항 리마행 비행기 탑승장에서 대기 중 옆지기 이름이 불리었다. 캐리어에 넣은 체온계가 수화물 검사에서 걸린 것이다. 전자식 체온계의 배터리가 문제였다. 직원의 안내로 캐리어에서 체온계를 제외하고 항공기에 탑승했다. 비행은 제 시간에 맞춰 이뤄졌다. 23시30분 다시 리마공항에 도착했다.
볼리비아 라파즈행 환승이 3시간 연착이다. 원래 1시 반에서 4시 반 이후로 연기되었다. 오전7시에 숙소에서 나와 밤샘까지 하게 생겼다. 게이트 앞 대기의자에서 쪽잠이라도 자 보려 했으나 쉽지 않다.
8일 차(3.11, 화) -쿠스코 리마->볼리비아 라파즈, 시내 투어
3시간 연착한 대가로 15불상당의 쿠폰이 지급되었다. 과자를 구입했다. 4시 30분에 리마를 떠나 3시간여 만인 8시 30분에 라파즈에 도착했다. 1시간의 시차가 있다. '엘알토' 국제공항은 해발 4,200m의 높이에 위치해 있다. 비몽사몽 중 버스로 호텔로 1시간여 이동 중 보이는 설산이 압도적이다. '안데스' 일부다.
'카사 그란데'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3박 예정이다. 룸이 커서 시원시원하고 난방도 잘된다. 라파즈는 평균 3,200m고도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인 안데스 산맥 안에 위치한 분지형태의 볼리비아 행정기구들이 있는 행정도시다.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을 생략하고 좀 더 쉬기로 했다. 꿀잠을 자고 났다. 라파즈 시내 일정이 시작되었다. 2시에 출발하기 위해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먹구름이 보이고 천둥소리가 들리며 우박이 섞인 굵은 빗줄기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다. 환영인사 치고는 세다
'달의 계곡'은 세일 퇴적암의 일종이 풍화작용을 겪으면서 만들어진 지형이다. 달에 다녀 온 암스트롱도 극찬한 곳이란다. 갖가지 이름형상을 가진 지형들이 보인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지형과 닮은 듯하면서 다르다. 보다 작으면서도 세밀하게 보여 준다. 일부 무너진 곳도 있긴 하나 자연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무리요' 광장으로 이동했다. 무리요는 볼리비아 독립영웅이다. 남미의 많은 광장들이 '아르마스'라는 이름을 쓰는데, 이곳은 독립영웅의 이름을 붙였다. 광장엔 국회의사당이 있는데 이곳엔 이색시계가 있다. 남반구의 관점에서 시계를 보자는 뜻을 담아 시간표시를 역방향으로 했다. 광장 중앙엔 탑 조각상이 위치해 있고 수많은 비둘기가 사람들과 어우러져 있다.
'하옌'거리에 내렸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시대 건물이 100여m에 걸쳐 줄지어 늘어서 있다. 바닥은 돌길이다. 노랑 오렌지 벽체에 붉은 기와지붕이다. 2층엔 철제 테라스가 있다. 비록 정복자가 지은 건물이지만 보존하면서 과거역사의 아픔을 보여주는 교육의 장이다. 침략자의 것이라 해도 물적인 것은 보면서 기억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으면 쉬이 잊힌다.
'텔레페리꼬' 케이블카는 대중교통의 하나이다. 지형의 특성상 고지대와 저지대, 고지대간을 7개의 노선이 연결한다. 가장 높은 곳과의 고도차는 무려 1,000m에 달한다. 고지대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되었다. 지금은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편의성도 개선되어 편리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제일 높은 지대에 위치한 '엘 알토' 마을까지 이동하는 동안 생각과는 달리 현대식 붉은 벽돌집들이 이어졌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라파즈 시내는 온통 붉은색이다. 높고 낮은 지형을 따라 건물들이 이어진다. 산등까지 이어진 붉은색은 그 끝이 난다. 그 너머에는 햇빛에 빛나는 설산이 버티고 나를 부르는 듯하다.
일명 '마녀시장'을 방문했다. 길 양쪽으로 전통방식의 장신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현지인 보다 외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듯하다. 눈요기 하듯 기웃거리며 산책하듯 한가로이 자유 시간을 즐겼다.
저녁은 한식으로 삼겹살이다. 삼겹살, 마늘, 된장, 김치찌개 모두가 반갑다. 음주는 고산증 때문에 금지다. 현지 35년차 연로하신 주인장 아주머니도 군구더기 없이 훈훈한 영락없는 우리 동네 아주머니다. 또 한 끼 잘 먹었다. 나오는 길 올려다 본 하늘에는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마지막으로 '낄리낄리' 전망대에서 시내 야경 구경을 했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하늘엔 채 차지 않은 도시의 둥근달과 가로등이 전망대를 밝혀 주고 있다. 주변 건너편 언덕 비탈면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의 삶이 녹아 있는 등불이 피어나는 수많은 촛불이 되어 빛나고 있다. 그들의 삶도 찬란히 빛나기를 바라 본다. 아름다운 밤이다.
내일은 라파즈를 출발 '티티카카'호수로 향한다.
시내는 약간의 평지에만 현대식고층건물이 있고 대부분 저층건물이다. 길들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 덩치 큰 버스나 트럭들이 오르막을 오르며 시커먼 매연을 내뿜기도 한다.
9일 차 (3.12, 수) -티티카카 호수에 가다.
'티티카카라'는 이름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앞서서 나가니 따르자고 외치다가 먼저 간 뜻을 같이한 이가 쓰던 닉네임이었다. 그래서 티티카카호수는 나에게 있어 그저 티티카카가 아니다.
약3시간30분이 소요된다. 크기는 8,371km2 면적에 페루와 분할되어 있다. 송어, 메기, 큰개구리 등 어종이 잡힌다. 티비 방송 등에서 자주 소개된 갈대섬은 페루 쪽에 속해 있다.
고개위로 올라섰다. 라파즈주에 속한 '엘 알파'시로 인구가 100만에 달하는 비교적 많은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전통복장의 현지 여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검은 머리를 땋아서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전통 모자를 쓰고 스프링이 속에 있는 통 큰 ‘춀리타’ 치마를 입었다. 노상시장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과일들 구경도 하고 칼륨을 보충할 수 있는 바나나도 샀다.(켈리 인솔자는 고산약 복용시 칼륨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손과 발이 저리다며 지속적으로 바나나 섭취를 권유한다.)
도시를 벗어나니 끝없는 평원이 이어진다. 멀리 나지막한 언덕들이 펼쳐지고 푸른 초원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기도 하다. 멀리 설산도 다시 보인다. 우리는 3~4천 미터를 오가는 고원 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중간에 고속도로가 비로 막혔다 한다. 얼마 전 마추픽추를 다녀 온 다음날 산사태로 마추픽추 관광이 중지되어 다음 팀들이 마추픽추를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다행히 국도를 이용해 돌아갈 수 있단다. 시간이 20여분 더 소요된다. 어렵게 돌아 티티카카호수에 도착했다.
작은 마을을 끼고 바다 같은 티티카카호수는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토토라'라는 갈대로 만들어진 민속배를 약 30분여 타고 호수를 유람했다. 잔물결이 이는 수면 위를 두 대의 토토라배는 모터를 달고 나아간다. 한적하기 그지없다. 오가는 배 한척 없는 호수 위 배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보냈다. 육지에 닿았다. 토토라 박물관 겸 기념품 가게에서 머무는 동안 폭우가 사정없이 쏟아 붇는다. 토토라배의 제작 장인으로부터 배의 역사를 듣고 기념품들을 구입해 나오니 비가 그쳤다.
인근에서 현지 뷔페식으로 점심을 했다. 호수가 식당이다. 현지 야외 결혼식이 열리는 곳이란다. 식사 도중에 또 다시 우박과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세찬 바람과 함께 쏟아진다.
하늘아래 첫 번째 호수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관광 인푸라도 없다. 같은 고도에서 살아가는 현지인들에게 별반 다를 것 없는 호수일 뿐이다. 찾는 외지인들 기준에 맞춰 대할 뿐이다. 티티카카호수는 말없이 제자리에 있을 뿐이다. 돌아가는 길도 왔던 길 따라 돌아가야만 한다. 전체 일정이 1시간 정도 늦춰졌다. 손끝은 저리지만 오늘도 또 한 가지 일을 해 냈다.
10일 차(3.13, 목) -볼리비아 우유니
새벽 4시부터 서둘렀다. 7시40분에 출발하는 우유니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서다. 1시간 거리다. 우유니 공항에 8시40분에 도착했다.
우유니는 '안다' '품다'의 의미가 있다. 많은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 1순위로 올라가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큰 거울이 있는 곳이다. 여행자들은 물 찬 우유니를 보기 위해 12월부터 4월까지 우기 시즌에 이곳을 방문한다. 볼리비아와 칠레의 경계선상에 하얗게 덮여 있으며, 해발 3500m 고지에 그 넓이는 우리나라 강원도 땅만큼의 크기를 자랑한다.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랐던 바다가 산악 주변의 분지형 지역에 갇혀 호수가 되고, 이 후 호수물이 모두 증발하고 세상에서 가장 평평한 소금사막이 만들어졌다.
현지 가이드 알리나를 만나 일곱 대의 지프에 네 명씩 타고 기차마을에 도착했다. 1907년부터 은, 구리 등 철광 산업이 활발할 때 운행하던 열차 중 일부가 1940년부터 운행 중지 된 상태로 방치되었다가 관광자원화 되었다. 녹슨 철길과 철마가 기다리고 있다. 힘차게 달려야 할 철마는 녹슬고 부분 떨어져 나가 세월 속으로 녹아들었다.
다음 목적지 염전마을을 향해 곧게 뻗은 포장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하늘과 땅이 만났다. 구름이 차지한 하늘은 거칠 것 없는 대지를 땅 끝에서 만나 부둥켜안는다. 대지가 품어야 할 수목은 사라지고 이름 모를 키 작은 잡목만 보인다. 현재고도 3,733m. 수목 한계선을 훨씬 지났다.
'콜차니' 염전마을에 도착했다. 주민 800여명이 소금을 생산 판매하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소금의 생산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념품 가게를 돌아 나왔다.
소금사막에 들어섰다. 발목 깊이의 물을 헤치고 나아간다. 구름이 내려앉고 하늘이 잠겼다. 여의도 넓이의 17배 크기가 물에 차 있다. 소금도 생산하고 인생 샷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왜 세계의 거울이라 하는지 알 것 같다. 와 봐도 실망하지 않을 곳이다. 말로 다 할 수 없다. 궁금하면 와 봐라! 다카랠리 홍보 탑과 만국기 광장을 방문하고 근처에서 소금사막 위 만찬으로 점심을 했다. 태양빛 차단막 안에 탁자와 의자를 놓고 간단 뷔페식과 컵라면으로 식사를 하면서 포도주도 한 잔 곁들여 분위기를 돋웠다.
선셋까지 남은 시간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4,200m '겔로우'산은 머리에 하얀 지붕을 이었다. 선셋투어에 나섰다. 바람이 거세다. 바람 따라 흐르는 물결에 앞서 가는 차가 게걸음 걷는 듯 보인다. 선셋투어에 나선 차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서쪽하늘은 높은 구름으로 덮였다. 열려진 하늘 사이로 붉은 해가 잠시 머무는 듯 하다가 옅은 구름층 사이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 것만 보고 아쉬움을 안고 호텔로 돌아 왔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하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인간의 생각과 다르다 해서 하늘을 탓할 수 있으랴?
호텔은 소금호텔이다. 벽면 내장이 소금으로 마무리 되어 있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나름 운치도 있다.
새벽부터 시작된 오늘의 여정. 우유니는 그야말로 ‘세계의 거울’이라 불릴 만한 곳이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이 경이로운 풍경, 직접 와 보면 그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11일 차 (3.14, 금) -알티플라노 고원지대 1일 차
오늘은 알티플라노 고원지대 투어다. 해발 4,000미터의 광활한 알티플라노 고원을 랜드크루져로 질주하며 다양한 빛깔의 아름다운 호수지대와 플라밍고를 감상하고 넓은 사막지대와 기암괴석을 조망할 예정이다.
다소 늦게 소금호텔을 떠나 '우유니' 마을로 향했다. 어제 봤던 소금사막을 우측에 끼고 우유니마을로 곧게 뻗은 길을 달린다. 간밤에 비 내리더니 햇빛은 더 눈부시고 아침기온은 약간 바람 끝이 차갑다. 한편에서는 라마 무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사륜구동 랜드쿠루져는 곧은길을 신나게 달린다.
슈퍼에서 물, 초콜릿 등 간식을 구매한 후 과일시장으로 향했다. 재래시장 안 과일가게에 들렀다. 파파야 망고 메론 바나나 등 과일을 사선으로 세운 진열대에서 판매하고 있다. 더러 구입하기도 하고 기웃거리면서 눈 구경을 했다. 현지를 보여주는 곳 중에 하나가 재래시장이다. 하지만 대부분 구경을 하러간다. 음식은 청결이 필수인데 그렇지 못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대부분이 노점이고 일부 건물 안 가게다. 쭈그려 앉아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도 우리네를 많이 닮았다.
'산크리스토발'마을로 가는 길에 좌우로 물길이 펼쳐진다. 바닥은 붉은 황토색 흙이다 가끔 플라밍고들이 눈에 띈다. 관목지대가 나타나면 방목한 사슴을 닮은 '비쿠냐'들과 라마가 관목을 뜯고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넓기는 하다. 붉은색 노란색 퀴노아를 재배하는 땅도 있다. 너무 높아 특정 관목 외에는 풀조차도 자랄 수 없는 땅이다.
'산크리스토발' 카치와시식당에서 현지식 식사를 했다. 스프와 라이스, 생선구이에 토마토, 수박 과일, 상추와 오이 등 채소가 다였지만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소화도 시킬 겸 마을을 한 바퀴 걸었다. 외관도 거리도 깔끔하고 번잡하지 않다.
한 무리의 양떼가 길을 가로질러 간다. 달리던 차가 멈춘다. 라마 떼를 만났다. 수많은 라마가 무리지어 한가로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잠시 멈췄다. 작은 물줄기가 흐르고 파릇파릇 이끼류가 초원을 이뤘다. '비야 알로타'다. 고도 3,800m다. 멀리 마을도 보인다. 평화 자체다.
오프로드를 달린다. 사막을 달리듯 바퀴 공기압을 뺀 채로. 불어오는 바람에 흙먼지가 흩날린다. 알티플라노 고원지대다. 루프에는 예비타이어와 연료통을 실었다. 생수도 실었다. 중간에 연로를 공급 받을 수도 식음료를 구할 수도 없다. 우측으로 암석지대가 보인다.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보인다. '라구나까탈'에 도착했다. 평원에 바위들이 각가지 형상을 하고 서 있다. 보는 순간은 있어도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기억했다가도 쉬이 잊어버리는 나이다. 사진으로 찍고 기록해 놓으면 생각날 때 한 번씩 찾아볼 수 있어 좋다.
차는 다시 고원의 오프로드를 달린다. 물길을 헤치고 구덩이들을 지나고 모래로 덥힌 길을 나아간다. '라구나 빈또'호수다. 플라밍고 몇 마리가 유유히 유영하고 있다. 내일 보다 많은 호수에서 플라밍고를 보기로 하고 잠깐의 휴식을 갖고 다시 출발 해 '이탈리아 뻬르디다'로 향했다. 이탈리아 사람이 발견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타이완의 지류공원을 연상케 한다. 해안에 있고 고원에 있고의 차이고 형상들이 작고 크고의 차이다. 갖가지 형상들을 하고 있는 것은 비슷하다. 고도 4,000m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그늘의 길이가 늘어났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호스텔에 도착했다. '빌라마 마큐'다. 열악한 환경에서 잠깐 머무르고 떠나야 한다. 2인실 게스트하우스 정돈데, 찬물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침대나 침구도 불편하고 난방도 무선인터넷도 안 터진다. 그래도 새벽 5시면 떠날 수 있어 다행이다.
12일차(3.15, 토) -알티플라노 고원지대 투어 2일 차
오늘은 '알티플라노' 고원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감상하고 천연 온천욕도 할 수 있으며 많은 호수를 지나는 코스로 볼리비아 고원지대를 떠나 칠레 '깔라마'에서 숙박하게 된다.
난방조차 안 되는 숙소에서 새벽 4시부터 식사 후 5시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또 하나의 추억이다. '라구나꼴로라다'로 향한다. 어둠 속에서 출발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차량들의 엔진소리가 밤공기를 가른다. 차량 불빛에 의지해 어둠을 뚫고 나아간다. 고갯길을 한참 올랐다. 현재고도 4,500m. 난생 처음이다. 고갯마루에 올라섰다.4,800m를 찍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손가락 끝아 살짝 저리다. 고산증세 중 하나다.
붉은 노을이 동쪽 하늘을 물들이더니 점점 주변이 환해진다. 반대편 산등성이 위로 걸린 달이 파랗다 못해 투명하다. 산등성이가 점점 황금빛으로 물들다 밝게 빛난다. 세상의 모든 곳에서 태양은 매일 같이 떠오르지만 4천 미터가 넘는 고원에서 맞이하는 태양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다.
기어이 차가 멈췄다. 첫날은 시동불량으로 말썽이더니 이번엔 바퀴 축 베어링이 깨져 움직일 수 없단다. 한참을 씨름하다가 나머지 차량에 나눠 타고 출발했다.
3시간30분만에 '라구나 꼴로라다'에 도착했다. 안데스 생태국립공원안에 위치한 로스 플라맹코스 보호구 호수는 주변 붉은 산들에 둘러 싸여 물이 고여 생성되었다. 호수물이 붉다. 녹아내린 철광석과 플랑크톤 때문이다. 플라밍고도 붉다. 철새인 플라밍고는 번식을 하고 북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머리를 물속에 쳐 박고 먹이활동을 하기도 하고, 두 다리로 겅중겅중 걷기도, 수면 위를 낮게 비행하거나 떠다니고 있다. 지구 반대쪽에서 보러 온 것을 알기라도 하듯 울음소리를 내면서 움직인다. 이 곳이라야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아쉬움을 남기고 플라밍고가 보여주는 향연을 뒤로했다.
'내일의 태양'을 향해 달렸다. 다시 고도 갱신 . 4,975m를 넘었다. 간헐천을 만났다. 내일의 태양이다. 지면이 부글부글 끓고 증기가 바람에 흩날린다. 유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화산활동이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다.
'폴케천연온천'으로 출발했다. 아직도 유황냄새가 코끝에 맴돈다. 고개를 넘어서니 호수가 나타난다. 호수를 끼고 몇 개의 천연온천탕이 들어섰다. 대형 온천탕 크기라거나 할까? 준비한 수영복을 두고 족욕이나 하기로 했다. 탕 끝에 걸터앉아 햇빛을 등졌다. 공기도 상쾌하고 햇빛도 좋다.
마저 점심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현지식 뷔페가 준비되어 있다. 음식 탓은 배부른 자들의 복에 겨움이다. 한 끼 한 끼 식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식곤증에 밀려오는 졸음과 씨름하다 보니 '볼리비아에서 마지막 코스인 '라구나베르데'/'라구나블랑까' 전망대에 도착했다. 두개의 호수 뒤로 세 개의 화산 분화구가 보인다. '리깐까부르화산'이다. 호수에는 생명이 없다. 물에 비소가 섞여 있기 때문이란다. 물 빛깔도 약간 검은색을 띠었다.
볼리비아와 칠레국경이 코앞이다. 먼저 볼리비아 출국심사를 진행했다. 소위 출국세 덕분인지 쉽게 통과됐다. 씁쓰름하다. 오는 사람 반갑게 맞고 가는 사람 웃으며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일행 중 하나가 출국 수속을 하면서 여권을 분실했다.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여권을 찾아 올 때까지…….
칠레입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통상의 여권 검사와 짐 검사가 이루어졌는데, 짐 검사 시 농산물 반입여부를 까다롭게 검사했다.
이제 숙소가 있는 깔라마로 간다. 도로도 잘 포장되어 있다. 고도는 2,400m정도라 편안하다. 문명세계로 되돌아 온 느낌이다. 넓은 평원에 수많은 풍력 발전기가 설산을 배경으로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곧게 뻗은 길이 끝없이 뻗어 있다. 잠만 자고 내일 '산티아고'로 날아간다.
13일 차 (3.16, 일) -산티아고 이동 후 시티투어
편안한 밤이었다. 깔끔하고 부족함이 없다. 어제 저녁은 '디에고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 전식으로 닭고기야채샐러드, 메인으로 연어구이가 감자튀김과 함께 나왔다. 후식으로 달달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니 그 행복감이라니…….
'산티아고'로 가기 위해 서둘러 아침을 먹고 '칼라파' 공항에 도착했다. 소규모 공항이고 인파도 그리 붐비지 않아 쉽게 게이트 대기장까지 나왔다. 8시53분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해 기수를 남쪽으로 향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10km 상공 좌측 창가좌석에서 내려다보이는 안데스 산맥 따라 펼쳐지는 산과 골, 평원과 호수 등 물 줄기를 잘 볼 수 있어 좋았다.
2시간만인 10시58분에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기다리던 전용버스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남미에서 가장 많은 2,200명 정도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고, 현지 가이드는 '로드리고'다.
칠레 인구는 1,900만 정도로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단다, 과일은 체리가 특히 유명하고 포도 생산량 세계 2위로 와인이 유명하다. 은, 구리, 리튬등 광업이 발달했고 관광산업도 활발하단다. 시내로 가는 길에 약 5km의 터널을 지난다. 상부는 공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오늘은 산티아고 시티투어를 진행한다. 먼저 '벨라 비스타'에 들러 환전을 하기로 했다. 카니발 기간이라 환전하기가 쉽지 않단다. 높은 현대식 빌딩, 잘 닦여진 도로와 가로수들과 녹색공간들이 눈에 익은 모습이다. 벨라 비스타는 아이스크림, 츄러스등 스낵코너와 바등이 위치한 음식거리로 조성되었다. 자유 시간에 한 바퀴 둘러보고 아이스크림 하나 즐겼다.
한인 타운에 위치한 '다리원'에서 삼선짬봉과 짜장으로 점심을 했다. 핑크색 벽면이 한국배우 ‘지창*’의 사진들과 몇 명의 이름 모를 사인들로 채워져 있다. 짜장 짬봉도 한국식 중식의 하나가 되었다. 지구 반대편 칠레에도 한국식 짜장과 짬봉맛은 살아 있다. 깔끔히 비웠다. 입맛에도 맞다.
구시가지에 자리한 '산티아고 아르마스 광장' 은 역사적, 정치적으로 산티아고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광장 주변에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독립기념비, 산티아고의 기초를 쌓은 발 디아비의 기마상 등이 자리한다. 마포초강과 오이긴스 거리 사이에 있는데, 공원 안에는 16세기 산티아고의 개척자 발디비아 동상과 독립기념비가 있다. 주위에 시청사, 중앙 우체국, 국립역사박물관등 행정기관과 대성당, 산티아고 박물관 등이 있어 시 중심부라 할만하다.
조금 걸어 법원청사를 지나 '모네다' 궁전에 도착했다. 한 낮의 기온이 더위를 느끼게 한다. 셔츠 단추를 풀어 제꼈다. 옛 화폐제조장을 개조해 현재는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광장은 물론 건물 일부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앞 광장에는 1,973년 쿠데타 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대통령의 동상이 있고, 이 후 칠레에서 쿠데타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영웅시하고 있단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남미에서 가장 높은 뷰를 자랑하는 300m 높이의 '코스타네라'전망대에 올랐다. 복합 쇼핑몰 건물에 위치한 스카이 타워에서는 전 방향으로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 높지 않은 사무공간과 단층의 주택단지가 적당한 녹지와 어우러져 있어 보기 좋았다. 실생활을 떠나 보이는 외양은 잘 가꾸어진 도시라는 느낌이다.
시내투어를 마치고 '풀만 산티아고 비타쿠라'호텔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까지는 여유가 있다. 야외풀장에 입수했다. 5m짜리다. 물도 차갑다. 그래도 기왕 준비한 김에 몇 바퀴 돌고 나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오랜만에 수영을 해 봤다. 비록 맛 보기였지만~~.
14일 차(3.17, 월) -발파라이소/와이너리 투어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했다. 접시를 바꿔가며 먹고 마셨다. 5성급 호텔답게 룸도 럭셔리하고 편안했다.
8시에 호텔 로비에 집결 후 발파라이소로 출발했다. 2시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발파라이소(Valparaíso)'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가까운 항구 도시이다. 1818년 독립 당시 세계무역항으로 활발했으나 파나마 운하 개통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다가 최근 도시재생 사업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다. Val는 영어 Valley, paraíso는 영어 paradise과 거의 동의로, 한국어로는 "천국의 골짜기"라는 뜻이다. 인구 27만 명(2006년 기준)의 태평양에 면한 항만 도시이며, 미로처럼 뒤얽힌 역사가 있는 아름다운 거리가 2003년에 UNESCO 세계 문화유산에 "발파라이소 항구도시의 역사지구"로 지정되었다.
담이 없이 잔디밭 정원을 갖춘 단독 주택이 개방적이고 깔끔해 보인다. 출근 시간 때 시내를 벗어나느라 잠시 정체하더니 이내 차량들 틈에서 속도를 내어 달린다. 어제 지났던 지하터널도 빠져 나왔다. 하늘은 높고 푸른 가을 날씨다 낮달이 중천에 머물고 있다. 지나치는 산들은 흙빛이 드러나 보이고 키 작은 침엽수종이 다수다. 숲이라기에는 풍성함이 모자란다. 아마도 건조기후 탓이리라.
해군사령부 건물을 지나 콘셉시온을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 100년 무사고 운행이란다. 급경사를 레일 위에서 쇠줄에 의지해 오른다. 항구가 보이고 언덕위 주거지들이 보인다. 정박해 있는 배들과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근처에 크로아티아나 유고슬라비아풍의 건물이 번성했던 당시를 말해 주는 듯하다.
사진 몇 컷 찍고 벽화마을로 이동했다. 도시의 쇠락과 함께 우범지대가 된 곳에 벽화마을을 조성했다. 이 후 범죄율도 줄고 벽화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도 늘어나게 되었단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을 따라 이동하면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관광객들이 쉬면서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현지인들에게 무엇이 득이 되는지 의문이다. 최초의 영국 성공회 교회에서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웅장하게 연주되고 있고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햇빛에 환하게 드러낸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길가로 야자수 나무가 가로수로 자라고 있다. 태평양이 펼쳐 보이는 해안도로를 따라 간다. 쪽빛이다. 윤슬이 반짝인다. 속절없는 파도는 하얀 포말을 머금고 해안가에 닿는다. 해안공원은 잘 조성되어 있다. 철 지난 비치는 모래사장만 덩그러이 내년을 기다리고 있고 불어오는 바람 맞으며 갈매기가 날고 있다. 저 바다 건너면 동해 어디쯤일까?
부자들의 휴양지 '비냐델마르'에 위치한 한식당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창가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로스 포마이어노스' 현지식 고급 레스토랑에서 해물탕에 와이트 와인을 겉들인 식사다. 해물탕은 푸짐했다. 흰살 생선에 조갯살이 가득하다. 질 좋은 해물탕을 맛보았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맛 봤다.
14시 20분경 '베라몬테 와이너리'로 출발했다. 한국에 수출도 하는 중소기업규모이다. 시원한 해양 기후와 비옥한 토양을 토대로 소비뇽블랑, 피노 누아, 샤르도네 등 고품질의 와인을 친환경으로 생산하고 있다. 와이너리 도착 후 와인 제조과정에 대한 설명과 제조과정을 견학 후 시음을 했다. 포도는 토양, 햇빛, 기온 등 기후에 민감하기 때문에 재배지 선정 시 고려가 되고 유기농으로 재배를 하고 있단다. 현지뿐만 아니라 타지 생산포도로도 와인을 제조하고 있다. 포도는 착즙과 발효, 정제를 거쳐 생산되고 발효는 오크통에서 이루어진다.
16시30분경 호텔로 출발하여 약1시간 후 도착했다. 태평양 연안 발파라이소까지 서쪽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와이너리 투어를 한 가벼운 일정이었다. 휴식 후 저녁은 호텔 식당에서 현지식 구운 연어와 야채 곡물 밥과 과일로 식사를 했다. 하늘과 땅과 수고한 모든 이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잘 먹고 있다.
15일 차(3,18, 화) -푸에르토 나탈레스
쉬어가는 날이다. 이동만 하고 여행일정은 없다. 비행기 탑승시간이 9시44분에서 7시44분으로 2시간 당겨졌다. 새벽 05시30분 호텔 로비에서 밀 박스를 픽업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밀 박스엔 샌드위치, 요구르트, 사과, 물 한 병이 들어 있다. 공항 이동 중에 버스 안에서 대충 식사를 마쳤다.
07시44분 정시에 이륙한 비행기는 푸에르토 몬토 경유 푸에르토 나탈레스 공항에 12시 16분쯤 도착했다.
현지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아보카도 샐러드, 그릴드 치킨과 밥, 디저트로 크림케익이 나왔다. 샐러드는 그런 대로 먹을 만했다. 그릴드 치킨과 밥은 소스 없이 먹기는 힘들었다. 콜라와 함께 좀 먹다가 결국 반 이상을 남겼다. 식사 후 거리를 산책하면서 보온용 비기 모자도 구입하고 마켓에서 간식거리 과자도 구입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파타고니아 지역의 작은 도시로 호수를 끼고 있고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길목에 위치해 있다. 국립공원에 가기 위한 트렉커들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16일 차(3.19, 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숙소는 따뜻하고 아늑했다. 은은한 불빛과 목재로 장식된 벽면, 각종 소품들이 정겹게 한다. 도시풍이 아닌 은은하고 분위기 있는 전원카페가 연상 됐다. 작은 언덕 위에 바다를 바라보며 위치한 호텔은 작은 갈대밭 속에 파 묻혔다. 때 마침 밤새 울어 대는 바람에 끊임없이 춤춘다. 또 하나의 추억이다.
6시 30분부터 식사 후 8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으로 출발했다. 해 돋기 시작한 바닷가 하늘 위에 무지개가 빛도 선명하게 떴다. 바람과 함께 잔뜩 찌푸린 하늘에선 빗방울이 돋는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세계 10대 절경에 속하는 명소로 산, 호수, 폭포, 빙하 등 모든 아름다운 자연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가장 두드러진 지질학적 특징인Torres(탑, 타워)와 원주민 테우엘체족 언어에서 ‘파란색’을 의미하는 ‘Pain’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이 공원의 주요 랜드 마크인 세 개의 화강암 봉우리는 각각 ‘토레 수르, 토레 센트랄, 토레 노르테’로 불리며, 파타고니아 지역을 대표하는 자연 형상 중 하나이다. 이 공원은 1959년 공식 설립되었고, 1978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 되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려간다. 점점 깊은 산속이다. 키 작은 나무들이 숲을 이뤘다. 잔잔한 호수들도 지난다. 나지막한 산들에 갇혀 있다. 햇살은 숨바꼭질이다. 검은 구름 사이로 간간이 파란 하늘이 끼어 있다. 호수에 햇살이 반짝 거린다. 첫 번째 뷰포인트에 도착했다. 강이 흐르는 사이로 숲과 들이 있고 캠핑장이 옹기종기 모였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이 그림이다. 사진에 남겼지만 가슴에도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강이 보이는 뷰포인트를 떠나 40여분을 달려 '그레이' 호수로 향했다. 넓게 펼쳐진 들판은 황금색을 머금고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산에 둘러싸인 물길은 흐름을 멈춰 곳곳에 호수를 만들었다. 그레이 호수는 빙하가 녹아 내려 만들어져 물색이 회색이라서 그레이 호수다. 좁은 숲길을 따라 걸었다. 이끼낀 아름드리나무와 고목이 반긴다. 반갑다. 나무야! 검은 모래사장을 지나니 회색빛을 담은 호수가 펼쳐진다. 아쉽게도 빙하는 구름 속에 잠겨 그 모습을 숨겼다.
비 오고 바람 불더니 식사 장소에 오니 햇빛이 쨍하다. 현지식 뷔페다. 야채, 소고기 스테이크, 주스, 디저트 생크림이 나왔다. 어제부터 디저트로 나오는 생크림은 별로다. 아이스크림이 좋은데~~.
40여분을 달려 삐오에 호수가 바라보이는 지점에 도착했다. 다시 비 오고 바람이 분다. 호수 안으로 작은 섬이 다리로 연결되고 주택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이름 모를 들꽃이 바람에 살랑댄다.
곧 이어 도착한 '살토 그란데 폭포'는 호수 건너편에서 부는 바람에 물줄기를 흩날리고 있다. 자연은 꾸미지 않고도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그 모습을 보러 나선다. 트렉킹이 아닌 버스로 이동하면서 펼쳐지는 전경을 보다 보니 세세히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다. 긴 시간 머물면서 구석구석 돌아 볼 수 없는 긴 패키지여행의 한계다.
'노르덴스키' 전망대에 도착했다. 호수는 푸르고 바람에 물보라가 인다. 그 위로 세 개의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색 빙하를 품고서.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호수로 스며든다. 오르진 못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하다. 원주민들의 산 토레스 델 파이네가 거기 있다.
버스는 아르헨티나 '칼라파테'를 향해 달린다. 약 40분 후면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을 육로로 통과한다. 흙길이 끝나고 포장도로를 달린다. 구릉지가 연이어 나타나고 들풀들은 황금색이다. 산을 벗어나니 파란 하늘도 간간이 보인다. 넓은 들판엔 말들이 방목되어 있고 간간이 과나코 무리도 보인다. 목초지는 철조망과 나무말뚝으로 경계가 구분되어 있다.
칠레 국경에 도착했다. 출국 수속은 간단했다. 버스에서 몸만 내려 줄 서서 여권에 출국도장 받고 끝냈다. 곧 이어 아르헨티나 입국장에 도착해 여권 들고 입국 신고하는 것으로 아르헨티나로 넘어 왔다.
지금부터 4시간여를 가야 오늘의 목적지 '칼라파테'에 도착한다. 그새 하늘은 파랗게 변하고 햇빛도 눈부시다. 국경을 지났지만 비슷한 지형에 황금빛 목초지는 계속해 이어진다. 양들도 눈에 띈다. 땅은 그대로인데 인간들이 선을 긋고 네땅 내땅한다. 국가의 폐해다. 국경 없는 세계 공동체는 불가한 것인가? 이곳은 파타고니아 지역이다.
해가 붉은 노을과 함께 서쪽 하늘로 사라지고 주위도 어둠이 감싸기 시작했다. 호텔 도착 예정시간 21시, 저녁으로 초밥이 기다리고 있다.
17일 차(3/20, 목) -피츠로이 트레킹
8시에 버스를 타고 '엘 찰텐'으로 출발했다 약 3시간 이동하게 된다. 엘 찰텐마을은 '피츠로이' 트렉킹의 시발점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기온은 약간 쌀쌀하다.
피츠로이산(Fitz Roy)은 아르헨티나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 지방 안데스산맥에 있는 산이다. 해발 3,375m이다. 산봉우리에 항상 구름이 머무르는 모습이 담배 피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원주민들은 연기 나는 산 '엘 찬튼'이라 부르며 신성 시 했다. 이 후 탐험가인 '피츠로이'선장의 이름을 붙여 부르게 되었다. 오늘은 엘 찬텐마을에서 시작해 피츠로이 봉우리가 보이는 '카프리' 호수까지 왕복 약 8km를 4시간에 걸쳐 걷게 된다.
차창 밖으로 푸른 하늘아래 광활한 황금빛 들판과 낮은 구릉지가 이어진다. 가끔 물 고인 호수와 과나코 무리, 타조들도 눈에 띈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 왔는데도 민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우측으로 물을 잔뜩 머금고 도도하게 강이 흐른다. 가다가 호수를 이루고 메마른 대지에 젖줄이 된다.
중간 휴게소에 들렸다. 회색빛 강물이 도도히 흐르고 차갑지 않은 세찬 바람에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아간다. 파타고니아 루트 40번 '라 레오나' 휴게소다. 서울까지 17,931km 이정표가 눈에 띈다.
엘 찬텐 마을에 도착했다. 산 가까이에 오면서 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비친다. 현지 산악 가이드 두 분의 인솔 하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약간 경사진 곳을 오르기도 하면서 산행은 이어졌다. 산행은 비교적 평이했다. 오래된 나무들이 고목과 함께 반긴다. 나뭇잎은 약간 단풍기가 들었다. 고목이 산의 연륜을 말해 주는 듯하다. 겸손해지는 마음이다.
먼저 엘 찬텐 마을이 시야에 펼쳐진다. 산 아래 붉은 색 지붕들이 돋아 보인다. 언덕을 돌아 서자 검붉은 강물이 휘돌아 나간다. 막힘없는 곳에 바람이 거세다. 강물은 피츠로이 산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깊게 파인 협곡을 거침없이 내달린다. 잠시 휴식을 갖고 산길을 걸었다. 몇 방울 돋던 빗방울이 빗줄기로 바뀌었다. 판초우의를 입었다. 뒤집어 쓴 판초우의 위로 빗방울이 때린다. 하산하는 외국인 대다수가 바람막이 하나로 비를 견뎌 내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다가 잠시 쉬기도 하면서 목적지 카푸리 호수에 닿았다.
카푸리 호수 건너 피츠로이산 봉우리를 보기 위해 비를 뚫고 왔지만 봉오리는 구름에 잠겼다. 산허리는 하얀 눈을 감고 만년설이 드러누웠다. 만년설이 파란색인 것은 빛의 파장 길이가 짧은 파란색을 반사해 내기 때문이다.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흰 쌀밥에 불고기, 김치, 가지반찬이다. 밥에 넣고 버무려 먹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에 머물던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그렇게 힘들게 식사를 했다. 피츠로이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하산을 시작했다. 경사진 흙길은 빗물을 머금고 미끄러웠다. 그새 내린 비는 산길에 작은 물길을 만들었다. 일행 중 몇이 기어이 미끄러졌다. 조심하며 내려오는 비탈길은 평소에 비해 배나 힘들었다.
빗속에서 한 트레킹이었지만 멋진 전경과 오래된 나무들을 만나 보았다. 높은 산은 빙하를 만들고, 그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은 호수와 강을 만들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편안한 잠에 빠졌다. 오랜만에 한식 비빔밥으로 저녁을 했다. 한식당은 홀이 개방적이다. 주변에 정원을 잘 가꾸었다. 머리 위에 조명과 전열기가 추위를 녹여 주었다. 깔끔히 비빔밥을 비웠다. 미역국까지도…….
18일 차(3/21, 금) -모레노 빙하, 우수아이아 이동
오늘은 '모레노' 방하 투어 후 우수아이로 항공기로 이동한다. 아일랜드 항공 수화물 규정 15kg을 맞추느라 백팩 무게가 더해졌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점점이 떠 있고 기온은 서늘한 편이다.
8시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페리토 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를 향해 숙소를 출발했다. 빙하는 눈이 쌓이고 다져진 얼음덩어리로 산악빙하(ex.히말라야)와 대륙빙하(ex.남극대륙)로 구분되는데,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남극과 그린란드에 이어 지구에서 세 번째로 큰 파타고니아 대륙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로 호수에 떠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현지 가이드의 지역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지역명 칼라파테는 작은 관목열매 이름이고 건조기후로 먼지가 많아 미루나무를 많이 심었다. 바람이 심하고 눈이 많아 단층구조에 뾰족한 지붕이 특징이다. 근처의 아르헨티노 호수는 그 크기가 서울의 2.5배로 여러 빙하의 물이 흘러들어 온다. 파타고니아 지역은 스텝지역이다. 건초가 자라고 넓은 황무지로 이루어져 있다. 천연가스, 석유, 리튬등 광물을 개발 중이고 농사는 마늘 정도만 기를 수 있고 넓은 땅이 자연 상태로 남아 있다. 콘도르, 초익조, 타조과 까란초새, 플라밍고, 검은목백조, 까오깽, 검은목조 따오기,딱따구리 등의 조류와 퓨마, 안데스 사슴, 사막여우, 삵, 등껍질아르마빈노, 과나코 등 동물이 서식한다.
1시간30분을 달려 첫 번째 전망대에 섰다. 호수 끝 산에서 흘러내린 거대한 빙하가 있다. 사진 속에서만 봤던 모레노 빙하가 눈앞에 펼쳐졌다.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탔다. 호수 위를 20여분 가면 빙하의 측면을 볼 수가 있다. 눈을 이고 있는 산이 있고 그 아래 호수가 있다. 산에서 흘러내린 빙하는 호수로 흘러든다. 물 위로 드러난 빙하는 햇빛을 받아 파랗게 빛난다. 가끔씩 녹아내리는 빙하 덩어리가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다. 환호성이 터진다. 수만 년의 세월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빙하 근처에서 머물던 유람선은 뱃길을 돌려 선착장을 향한다. 빙하는 서서히 멀어진다. 눈 덮인 산에 둘러싸인 잿빛 호수가 일렁인다.
배에서 내려 전망대 투어에 나섰다. 고갯길을 오르니 빙하가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눈 덮인 산허리 골짝 골짝이 빙하로 채워져 있다. 마치 스키장처럼 펼쳐진 모습은 빙하의 또 다른 모습이다. 데크길을 굽이굽이 돌며 전망대 투어를 마쳤다. 제대로 빙하를 봤다. 자연의 섭리가 거기에 묻어 있다. 온통 설산으로 들러 싸여 갈 길을 잃은 물길은 거대한 호수를 만들고, 겹겹이 수만년 쌓인 만년설은 빙하를 만들어 호수를 만난다.
우수아이아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김밥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2시간 이동하면 공항이다. 엘 칼라파테 공항은 그리 혼잡하지 않고 국내선 탑승이라서 어렵지 않게 탑승 게이트까지 도착했다. 약 1시간의 비행 후에 우수아니아 공항에 내렸다. 보이는 산마다 하얗게 지붕을 덮었다. 이제 세상의 남쪽 끝 전환점에 도착했다. 호텔은 언덕위에 있다. 항구와 마을이 발아래 놓였다.
19일 차(3.22, 토) -비글해협 투어
산속 언덕위의 '윈담' 가든 호텔에서 아침을 맞았다. 창밖으로 밝아 오는 아침 풍경이 그려진다. 검은 구름 아래 수평선은 일출을 머금고 붉게 물들다 만다. 발아래 항구의 불빛도 밝아 오는 아침을 견뎌내지 못하고 희미하게 사라진다. 정박해 있는 배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호텔 정원의 푸른 잔디에 크로버 꽃이 피었다. 둘러 싼 산들도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 평화로운 아침을 맞았다.
08시30분 로비에 모여 버스로 항구까지 이동해 '비글해협' 유람선을 탑승했다. 자리는 관광객들로 만석이다. 9시30분에 출항한 배는 햇살이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1시간 30분 정도 항해해 나간다. 비글해협은 '찰스 다윈'의 비글호가 항해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좌우로 육지가 이어진다. 갈매기가 낮게 날아오른다.
'세상의 끝 등대'에 닿았다. 영화 ‘해피투게더’에서 등장했던 곳 중 하나다. 이곳은 단순한 등대가 아니라, 지친 마음과 아픈 기억을 내려놓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 위로의 등대이기도 하다. 바다사자들과 가마우지가 무리지어 작은 돌섬을 나눠 차지하고 있다. 그 사이로 갈매기가 날며 방해를 한다. 크기도 제 각각. 끊임없이 고갯짓을 하고 느릿느릿 배로 긴다. 그들의 놀이터, 쉼터가 언제까지나 지속되길 바란다.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잠시 후 '티에라 델 푸에고'(?)섬에 닿았다. 전망대까지 걷기도 잠시, 멀리 설산이 바라보인다. 기념사진들 찍기에 바쁘다. 안내방송이 한국어로도 했으면 좋겠는데, 스페인어와 영어라 눈치껏 하는 수밖에 없다.
펭귄과 돌고래는 볼 수 없었다. 자연과 희귀동물들들을 볼 수 있는 투어 일정이라 기대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돌아오는 뱃길은 빨랐다.
항구에 도착해 도보로 식당으로 이동했다. 중식 뷔페에서 고기와 튀김, 해산물 등으로 식사했다. 식사 후 거리구경에 나섰다. 기념품 및 아웃도어 가게 및 식당과 카페가 거리를 따라 위치했다. 특별히 살 것도 없이 가게를 기웃 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일찍 숙소로 돌아 왔다. 투어도 기대했던 것 만 못했고 자유시간도 그리 편하지 않은 하루였다. 지구 반대편 남쪽 땅 끝 마을에 와 있다는 상징성 외에 그리 특별할 것 없었다.
20일 차(3.23, 일) -세상의 끝 국립공원
창밖으로 바라 보이는 '우수아이아' 풍경은 고요다. 호수 같은 바다 한쪽엔 뽀족산, 반대쪽엔 비행장이 있다. 항구를 따라 작은 도시가 자리 잡았다. 검은 구름이 머무는 하늘아래 풍경은 고요다. 평화다. 담고픈 한 폭의 그림이다.
이침 식시 후 8시15분에 로비에 모여 세상의 끝 국립공원으로 이동한 후 기차 투어를 한다. 세상의 끝 국립공원은 1960년대 지정되었고 해양감옥이 있던 곳에 만들어졌다. 넓이가 광활하여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투어를 하게 된다.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가 숲은 나무로 빽빽이 차 있다. 내가 흐르는 계곡 사이로 난 비포장도로를 약 15분가량 버스로 달려 입구에 도착했다.
세상 끝 철도 '티에라 델 푸에고' 역사에서 기차를 탔다. 협궤열차에 좌석은 무릎이 닿을 정도로 비좁게 3명씩 마주 보고 앉았다. 앞쪽에 외국인 여성 셋이 자리 잡았다. 영 불편하다. 잘려 나간 너도 밤나무 밑동이 고목으로 남아 있다. 교도소 수용자들이 연료 채취를 위해 잘라낸 흔적이다. 가끔씩 말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기도 한다. 시내가 흐르고 낮은 곳은 습지가 되었다. 나무에 이끼가 수염처럼 달렸다. 열차는 중간에 한번 정차하고 마지막 종점에 닿았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라파타이 베이'로 간다. 가꾸어지지 않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뤘다. 온통 너도밤나무다. 나무엔 겨우살이들이 기생하고 있다. 제주도의 ‘곶자왈’을 닮았다. 아메리카고속도로의 끝 라파타이아 만에 섰다. 알래스카에서부터 이어진 '팬 아메리카 하이웨이'는 이곳에서 끝났다. 대륙의 끝이자 세상 남쪽 끝이다.
이어서 1997년 오픈한 세상의 끝 우체국에 도착했다. 바다위에 컨테이너 박스하나 세워 놓고 세상 끝이라는 상표로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우수아이아로 돌아 와 점심식사를 했다. 현지식 닭고기와 볶은 채소다. 맵지 않은 닭볶음탕이랄까? 채소와 닭가슴살에 감자튀김이 얹혔다. 매운 소스와 소금을 곁들여 콜라와 함께 식사를 했다.
잠시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 후 공항으로 이동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향한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아담한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남쪽 끝에서 비행기로 3시간30분 이동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 후 호텔에 들었다.
21일차(3.24, 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티투어, 탱고 쇼
아침 식사 후 오전은 자유시간이다. 잠깐 근처 공원과 거리를 산책하고 돌아 왔다. 건물들은 도색이 오래되 낡아 보였다. 도로는 비교적 잘 블록화 되어 있다. 초겨울에서 여름으로 온 느낌이다. 잠깐인데도 덥게 느껴진다.
오후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티투어가 진행된다. 먼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엘 아테네오' 서점으로 갔다. 오페라 극장에서 영화관으로 운영되다가 현재는 서점이 운영되고 있다. 무대와 원형 객석을 살려 카페와 서가가 위치해 있다. 중앙에는 천장화가 그려져 있다. 대규모 시위대를 만났다. 아르헨티나의 오늘은 1976년 3월 24일의 군사 쿠데타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날로, 매년 다양한 단체와 시민들이 모여 민주주의와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행진을 진행한단다.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함께 걸으며 소리치고 춤춘다. 그들이 바라는 바가 어루어지기를 바란다.
'갤러리아' 백화점에 들렀다. 쇼핑을 위해서가 아니라 둘러보기 위함이다. 명품 브랜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보석, 가죽, 의류입체와 지하 식당가가 있고, 벽화와 중앙 천장화가 눈에 띄었다. 오가는 쇼핑객들도 물건을 구입하기 보단 둘러보는 사람 위주다. 거래가 활기차 보이지 않았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탱고 디너쇼를 봤다. 먼저 식사와 주류가 제공되었고, 식사가 끝나자 탱고 쇼가 진행되었다. 음악이나 쇼가 주는 감흥에 젖지 못하고 홀을 나와 끝나기를 기다렸다. 언어도 음악도 춤도 모두 낯설었다.
22일 차(3.25, 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티투어 2일 차
날은 화창하고 바람도 시원하다. 오전 자유 시간을 이용해 도보로 '라 레꼴레타 공동묘지(La Recoleta Cemetery)'에 다녀오기로 했다. 숙소에서 약 20분 거리다. 라 레꼴레타 공동묘지는 유명한 역사적인 묘지로, 19세기 초에 설계되어 1822년에 개장했다. 특히, 그 아름다운 조각상, 고급스러운 묘비,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역사적인 인물들이 묻혀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술 작품처럼 정교하게 조각된 묘비들과 함께 역사적인 인물들의 마지막 안식처로 유명하다. 에바 페론은 아르헨티나의 퍼스트 레이디로, 그녀의 묘는 가장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묘지 내부는 고딕, 바로크, 신고전주의 등의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도로가 블록화 되어 있어 찾아 가기는 어렵지 않았다. 커다란 공원에 들러 싸여 있고, 공원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 입장료가 14,000페소나 된다. 결국 포기하고 공원을 산책하면서 인근 국립미술관으로 향했다. 개장 시간이 11시다. 결국 외관만 보고 인근 대학 건물을 둘러보고 되돌아 왔다. 오가는 사람들 피부나 외모 언어는 달라도 결국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한 인류다. 문화가 다르고 생각 차이는 있어도 좀 다를 뿐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11시50분 로비에서 모여 집결 후 점심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식사는 현지식으로 에피타이져, 메인, 후식 순으로 제공 되었다. 매끼가 여행의 과정이다. 먹는 것, 자는 것, 이동하는 것 모두가 여행이다. 익숙한 것 보다는 새로운 것과 만나는 것이다.
'5월의 광장'을 찾았다. 5월의 광장은 독립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앙에는 5월의 탑이 있고 시청사와 박물관, 대통령궁이 주변에 있다. 대통령궁은 핑크색으로 칠해져 있다. 독립과정에 있어 내란이 있었고, 내란을 종식하고 평화와 화합을 나타내고자 빨간색과 흰색을 섞어서 만든 핑크색을 칠하게 되었다.
대성당에 들렀다. 광장 바로 옆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주교로 있던 성당이고 남미 독립의 영웅 '산 마르틴' 장군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정면엔 12사도상이 있고 내부에 한국의 103성인을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종교 시설에 가면 경건해지고 편안함을 느끼고 휴식의 시간을 갖고픈 것은 나 만일까?
'라 보카'지구로 향했다. 탱고의 발상지다. 항구지역이었던 곳이라 각 나라의 춤이 혼합되어 탱고가 탄생하게 되었다. 처음 정착지다 보니 빈민들이 삶의 애환을 달래느라 추기 시작했다. 지금은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서고 거리의 화가들이 그림을 전시하고 있고, 탱고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 주고 돈을 받기도 한다. 잠깐 기념품 가게도 돌아보고 거리 구경도 한 후 숙소로 돌아 왔다.
저녁은 한국식 된장찌개와 반찬에 아사도다. 아사도는 고기를 장시간 구워 만든 요리로 육즙이 풍부하고 연하다. 여행 중 고기가 야채보다 흔하다.
23일 차(3.26, 수) -이과수로 이동
새벽 3시 이른 조식 후 호텔에서 4시에 출발하여30분 후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진행했다. 여행일정이 항공기를 탑승하다 보면 새벽이나 밤에도 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 도시락을 준비해서 이동하는 차 안이나 공항에서 대기 중에 식사를 하게 된다. 패키지 여행의 또 하나의 풍경이다. 특히나 이번처럼 여러 나라를 거치며 이동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금은 힘들어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6시10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8시5분 '이과수'(아르헨티나)공항에 도착해서 차량으로 이과수 국립공원에 9시 쯤 도착 후 투어를 시작했다. 이과수라는 이름은 현지토착어 '으과수'에서 왔고 '으'는 크다는 뜻이다. 세계 3대 폭포 중 폭이 가장 넓은 폭포다.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는 폭포 트레일에 나섰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있다해서 '우정의 폭포' 또는 한 때는 '천사의 목소리'라고 부르자는 시도도 있었다. 중앙역에서 협궤열차를 타고 빽빽한 숲 사이로 20여분 달려 내렸다. 철다리가 놓인 몇 개의 지류를 지나 약1km쯤 가자 폭포가 나타났다. 철다리를 지나는 동안 메기, 거북이도 보이고 나비나 어치류의 새들도 보였다. 폭포는 깊게 파인 협곡 아래로 바람에 물보라를 날리며 쏟아져 내렸다. 물보라에 금세 옷이 젖어 온다. 거대한 물줄기와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사진 몇 장 찍고 그 자리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잠시 머물렀다.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인지 기운도 빠지고 허기도 진다. 먼저 점심을 먹고 상부트레일 투어에 나서기로 했다. 공원 안에 위치한 '포티어' 현지식당에서 고기와 감자, 과일을 곁들여 식사를 마쳤다.
총 4개의 트레일 코스 중 두 번째로 '상부 트레일' 투어에 나섰다. 한 낮의 기온은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뜨거운 기운이 감싼다. 그래도 그늘에서 가만히 있으면 좀 견딜만하다.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면 폭포를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나오는데, 제 각기 다른 폭포를 볼 수 있다. 6개의 지류가 수량에 따라 폭포 개수를 결정한다. 수량이 많을 때는 개수가 줄어들지만 수량이 줄어들면 개수가 늘어난다. 넓은 지역을 달려오던 강물이 절벽을 만나 쏟아지며 폭포가 만들어진다.
짧은 시간 안에 폭포투어를 마치고 육로로 브라질로 향했다. 1시간여 만에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브라질로 들어 와 숙소에 들었다. 출입국은 짐 검사 없이 여권 확인만으로 간편하게 이뤄졌다.
24일 차(3.27, 목) -브라질 이과수 투어
어제 호텔에 도착 후 저녁식사 전까지 시간 여유가 생겼다. 호텔 야외 풀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마음에 드는 풀장이 없었는데, 그런 대로 수영하기에는 괜찮았다. 썬팅족은 괜찮은데, 욕탕족은 수영하는데 방해가 된다. 누가 누구를 방해하는 건지?
여유 있게 아침식사도 즐겼다. 특히 과일 중 파인애플은 싱싱하고 과즙도 많고 맛도 좋았다. 같은 일행과 오랫동안 식사도 하면서 환담도 나누었다.
9시 20분에 호텔 로비로 집결 후 이과수투어에 나섰다. 어제는 아르헨티나쪽이었는데 오늘은 브라질 쪽이다. 하늘은 구름 몇 조각, 맑고 햇볕은 따갑다. 193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18만5천 헥타르의 면적으로 서울의 4배에 달한다. 세계 7대 자연 경관이자, 3대 폭포 중의 하나인 이과수 폭포는 275여개의 폭포로 구성되었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의 국경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국립공원 개찰구를 지나 밀림 속을 투어버스로 15분가량 이동했다. 투어버스는 40km이하로 속도가 제한되어 여유 있게 이동한다. 이과수 폭포투어는 버스에서 내려 약 1.5km 구간을 걸으면서 시작되었다. 위쪽에서 시작된 트렉킹길은 아래쪽으로 점점 폭포 쪽으로 향했다. 전체적인 폭포뷰가 잘 보였다. 거대한 물줄기와 피어오르는 물안개, 우렁찬 폭포수 소리,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물안개에 몸이 젖어도 좋다. 행여 기억에서 지워질까 보고 또 봐도 새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지는 물의 향연이다.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보여 줄 것은 다 보여준다. 비록 내가 볼 수 있는 것이 이과수의 일부일지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먼 길을 온 보람이 있다.
공원 내의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현지식 뷔페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보트 투어는 사파리 차량을 타고 자연 상태의 밀림 속 외길을 따라 강에 접근했다. 비옷으로 감싸고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어차피 젖을 거라면 그냥 비옷 없이 젖어도 괜찮다 싶었다. 맨 앞자리에 자리 잡고 보트를 타고 이과수 강을 거슬러 올라 폭포 아래로 접근했다. 쏟아지는 폭포수를 맞으며 폭포 아래를 들락거리며 환호하고 즐겼다.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버리고 이과수강물에 흠뻑 젖었다.
오늘 하루는 이과수 폭포가 만들어 내는 절경에 감탄하고 그 물에서 보트를 타며 환호하고 즐긴 멋진 하루였다.
저녁은 남미 9개국 민속 쇼인 '라파인쇼' 공연을 관람하며 '슈하스코' 식사를 즐겼다.
25일 차(3.28, 금) -이과수->리우
오늘도 여유 있게 아침을 마쳤다. 간밤에 비 뿌리던 하늘은 청명하기만 하다. 리우엔 폭염주의보가 떴다는 소식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항공 이동을 하는 동안 캐리어 무게로 신경 쓰였고 기내수하물이 하나 더 늘어 불편했는데 이제 짐 꾸리는데 신경 쓰지 않아 홀가분하다. 아르헨티나 항공이 위탁수화물 무게를 15kg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8시, 그 동안 머물던 '에코 카타르타스' 리조트를 체크아웃 후 '푸에르토 이과수 공항'으로 이동했다. 10시40분발 비행기로 리우로 향한다. 여행도 막바지다. 조금은 긴장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돌아갈 때가 다가오면 아쉬움이 앞선다. 12시45분 쯤 리우에 도착했다. 공항 밖으로 나서자 더운 기운이 덮친다.
마중 나온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인근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해물 빠에야와 광어 구이가 나왔다. 그런 대로 편하게 식사했다.
호텔은 해변 옆에 있다. 호텔에 짐을 풀고 해변으로 나왔다. 거센 바람에 대서양의 거대한 파도가 힘차게 해변으로 밀려든다. 모래사장은 베드와 돗자리를 펴고 썬팅하는 족으로 채워졌다. 물속에는 불어오는 바람을 안고 파도를 가르는 패러세일러들이 수를 놓고 있다. 옷 입고 해변을 걷는 여행객들이 어울리지 않아 불편하다. 잠깐의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17층 옥상의 수영장도 수영하기에는 너무 작다. 물에 몸 담그고 이야기를 하거나 썬 베드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정도다. 결국 객실로 돌아 와 저녁 식사 전까지 쉬었다. 여행 중 휴식은 또 다른 여행의 준비다. 이동하고 식사하고 자는 것 모두가 여행의 일부다. 받아 들이기 나름이다.
26일 차(3.29,토) -리우 시티투어 후 귀국
6시 호텔 조식을 끝으로 이번 여행 호텔 숙식은 끝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호텔 여건도 음식도 제각각이었다. 좋고 나쁘고의 차이 자체가 여행이다. 집 보다 편안한 곳이 있으랴? 여행은 불편함을 안고 떠난다.
8시 체크아웃 후 호텔을 출발했다.
'코르코바' 언덕의 예수상을 보러 간다. 하트 모양의 호수를 지나 기차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간다.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던 브라질이 독립100주년과 흑인 노예 해방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21년부터 10년에 걸쳐 천주교 신자들의 헌금으로 건립되었다. 예수상은 많은 곳에 있다. 코스코바 언덕의 예수상이 특별한 것은 좀 더 높은 곳에서 두루두루 살펴보고 보살피고자 하는 예수님의 생각을 나타내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예수상의 후면에는 빈민촌이, 정면에는 부촌이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실까? 30여m에 달하는 거대한 예수상 앞에서 기념사진만 찍어 대는 관광객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실까? 생각이 많아지면 기분도 가라앉는다.
11시30분 현지식 '슈하스코'로 점심식사를 했다. 현지식 뷔페식당으로 샐러드를 각자 가지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으면 꼬챙이에 낀 각종 고기를 써빙 해준다. 편하게 앉아서 원하는 고기를 충분히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저녁부터 귀국까지는 기내식으로 때워야 한다.
점심을 마치고 '빵산' 투어에 나섰다. '코타 카바나'해변을 지나 '빵지아수까르'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 빵산은 리오 중심부에 솟은 약 300여m의 화강암 산으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주변 전경을 두루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늘로 들어서면 그런 대로 괜찮은데 햇볕은 무덥기만 하다. 짜증날 정도로. 덥고 붐비고 기다리고…….경치도 귀찮고 케이블카 좀 타겠다고 난린가 싶다. 사진 몇 장 찍고 아이스크림 먹고 나니 그래도 좀 기분이 가라 않는 느낌이다.
공항으로 이동했다. 20시30분에 리우를 출발하여 10시간만인 3월30일(일) 5시 35분에 애틀랜타에 도착했다. 비행기 탑승은 매번 번거롭다. 수화물 위탁, 보안검사, 출국수속, 게이트까지 이동 대기 후 탑승하게 된다. 보통 2-3시간 전 공항에 도착해야 늦지 않게 탑승할 수 있다. 수화물은 연결 편으로 인천까지 바로 간다. 사람은 입국 후 보안검사 후 다시 게이트로 이동하게 된다. 출발시간이 여유가 많아 편한 의자에서 쉬고 있다.
9시45분 애틀랜타를 출발하여 3.31 (월)14시20분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다.
---제안 드립니다.---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어서 아쉬웠고, 모레노 빙하는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비용이 좀 더 추가되어도 빙하트레킹을 해 보는 거라든지, 비글해협 투어 시 남극의 상징인 펭귄도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우리 서혜인 인솔자를 비롯하여 현지 가이드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팀을 이끌었고, 사전에 미리 미리 준비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해 주었습니다. 또한 힘들 때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고 배려해 줘서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1일 차 (3월4일, 화) - 인천에서 리마까지
여행은 과정이고 이동의 연속이다. 그동안 옆지기가 꾸린 캐리어 2개와 휴대용 백을 가지고 카카오택시를 탔다. 새벽2시가 가까워 오는 시외버스터미널은 고요했다. 인천공항 행 버스대기실만 여행객과 짐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새벽6시에 인천공항 E40에서 미팅이 있다. 빗방울이 간간이 뿌리더니 정안휴게소에서는 눈발이 살짝 날린다.
졸다 깨면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미팅장소에서 켈리(서혜인) 인솔자를 만나 몇 가지 물품을 전달 받고 체크인 카운터에서 물품을 부치고 표를 받아 출국 수속을 밟았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반복되는 코스다.
'애틀랜타'행 비행기는 9시20분에 정시 출발했다. 공항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안개도 짙게 깔린다. 좌석에 앉자 곧 비몽사몽이다. 이륙하는지도 몰랐는데, 창밖 바람소리와 함께 잔잔한 비행이 이어진다. 좌석은 비상구 쪽 좌석으로 사전에 구입했다. 앞 공간이 있어 좋기는 한데 화장실이 있어 흠이다. 승객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2번의 기내식과 영화시청 등을 하면서 14시간만인 9시40분에 애틀랜타 공항에 내렸다.
해외로밍 덕에 데이터도 잘 터진다. 환승해서 페루 '리마'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입고 온 겨울옷이 덮게 느껴진다. 공항은 넓고 복잡하지만 트램과 에스컬레이터가 각 구역을 잘 연결해 준다.
까다로운 입국과 출국수속, 환승을 위한 게이트이동을 하고 대기를 하다, 14시20분발 리마행 델타항공에 탑승했다. 인천에서는 한국인 셋이었는데 영어를 하는 외국인이 통로 쪽에 같이 앉았다. 다시 6시간30분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전 비행시간이 길어서인지 그리 지루하지는 않다. 기내식 한번, 영화시청, 졸기 몇 번으로 비행은 끝났다. 어둠을 밝혀주는 도시의 조명위로 비행기는 착륙을 했다 20시50분이다.
상공에서 바라보이는 조명이 아름답다. 기온 25°씨다. 터미널을 나서니 약간은 습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현지가이드 페드로를 만났다. 기사는 옛윙, 인솔자 켈리(서혜인)이다, 호텔로 이동하여 22시35분에 도착했다(홈 3월5일 12시35분). 집을 떠난 지 35시간만이다. 그리 크지 않은 호텔이지만 아늑하고 깔끔한 느낌이다. 편안한 휴식이 기대된다.
2일 차 (3/5, 수) -리마 시티투어
기분 좋은 아침이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곤 탓에 시차를 느끼지 못하고 푹 자고 일어났다. 하늘엔 높은 구름이 덮인 흐린 날씨다. 호텔은 지도상에서 보면 해안가 근처다. 해안까지 산책을 생각했다.
호텔식 조식이다. 과일이 풍부하다. 파인애플, 토마토 등등……. 외부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음악과 함께 만족스런 식사를 했다. 일행들도 보인다. 피곤할 텐데도 일찍들 일어났다.
식사를 마치고 인근 해변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활기차다. 도로에 차량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는가 하면 달리기를 하기도 한다. 바닷가 소공원도 아기자기하다. 별로 요란하게 꾸미지 않았는데도 자연과 어우러졌다. 바다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저 멀리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 점점이 떠 있다.
오전에 시간 여유가 있다. 아침에 찾은 해변을 바닷가까지 걸어 보기로 했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니 몽돌해변이다. 선팅을 하고 있기도 하고 서핑대여점들이 들어서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밀려오는 파도가 꽤 사납다. 그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이 마냥 자유스러워 보인다. 바닷물은 탁하다. 몽돌해변인데도 우리 서해안 바닷물 색깔이다. 보이지 않는 안쪽이 갯벌일지도 모른다.
11시에 전체인원이 모여 미팅을 했다. 고산병과 멀미, 소지품관리에 대한 주의사항과 궁금사항에 대한 질의응답을 했다.
12시15분 전용버스를 타고 호텔을 출발해 '연인공원'으로 향했다.
"연인 공원은 1992년 개장 되었고 스페인 가우디공원을 모방했다 한다. 매년 2월14일은 리마 밸런타인데이로 사랑의 조각상 앞에서 연인들이 사랑의 고백을 한단다" 사계절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으로 서핑 젯스키 등 해양스포츠가 성행한다. 네이호라는 이름의 가로수에 오렌지색 꽃이 피었다.
그새 기온이 올라 덥게 느껴진다. 그늘은 시원한데 햇볕은 사납다. 선글라스에 모자로 무장했지만 그래도 햇볕이 따갑다.
'서울식당'에서 한식뷔페로 점심을 했다. 식당가는 길에 신전유적지가 흙벽돌 쌓아 놓은 듯하다. 한식 메뉴는 볶음밥, 김밥, 맵밥, 닭튀김, 돼지고기조림, 당면, 계란말이, 숙주나물, 생채, 김치, 국이 준비되어 있다.
"남미에는13개국이 있고 동고서저 지형은 안데스산맥 때문이다. 16세기 '피사로'의 군대를 앞세운 스페인 침략으로 '잉카제국'이 무너지고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산마르틴'장군에 의해 독립하게 되었다".
"'아르마스'는 무기라는 뜻으로 중심부에 위치한다". '유니온거리'를 지나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했다. 많은 인파가 출렁인다. 리마의 명동이다. 간혹 오래된 건물들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채로 서 있다. 리마 유일 화덕 닭구이집과 건축에만 200년이 걸렸다는 성당을 지났다.
아르마스광장 곳곳의 벤치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정원수들과 벤치로 어우러진 광장은 산 프란시스코 성당, 대통령궁, 리마대성당으로 둘러 싸여 있다. 벤치를 차지한이들이 한가롭기만 하다. 건물들은 대리석을 이용한 바로크 양식이다. 리마 대성당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복자 피사로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미사가 진행 중이라 외부 건물만 들러보았다. 자유 시간을 이용해 사진도 찍고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길거리나 가게에 구걸이나 물건을 파는 아이들도 가끔씩 눈에 띈다.
여행 첫날은 시내에서 좀 가볍게 보냈다. 옆지기는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많이 피곤해 한다.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 중 졸고 있다. 아직은 덜 세련된 모습의 거리와 사람들이다.
저녁은 호텔 근처 현지식당에서 문어와 감자로 이루어진 스테이크를 먹었다. 소스가 맵기는 했지만 먹을 만하다.
내일은 사막도시 '이카'의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로 간다.
3일 차 (3/6, 목) -이카 이동 및 사막 버기카 및 선셋 투어
너무 일찍 잠 들었나 보다. 잠이 깼는데 새벽3시다. 다시 잠들지 못했다.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처방받은 고산증 예방약이 모자랄 것 같다. 예상보다 복용할 기간이 길다. 인인솔자에게 추가 구매를 문의한 후 구입을 할 수 있었다
6시30분 서둘러 아침 식사를 했다.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잘 먹기 위해서는 또한 건강해야 한다.
호텔에서 8시에 출발했다. 바퀴 가방은 호텔리셉션에 맡기고 1박에 필요한 짐만 챙겨 나왔다. 다음 숙소인 호텔까지는 약287km로 4시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가는 도중에 농작물 등을 볼 수 있는데, 건조한 기후로 감자나 옥수수 등이 주요 작물이다. 알래스카부터 우수아이아까지 30,000k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도로인 팬 아메리카 하이웨이 일부구간을 남쪽으로 달리게 된다.
시가지 외곽으로 갈수록 낡은 건물들이 늘어난다. 출근길 교통 혼잡은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시내로 향하는 편도 2차로에 승용차와 버스 화물차가 늘어 서 있다. 보이는 산과 들엔 숲은 보이지 않고 앙상한 골격만 남은 벌거벗은 모습으로 온통 잿빛이다. 황량함이 끝이 없다. 숲이 없는 산들이 이어진다. 숨이 막힐 듯하다. 비가 없는 건조기후 탓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살고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은 동쪽에 위치한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있기 때문이다.
10시쯤 휴게소에 도착했다. 지역이름이 '아시아'다. 과거 많은 수의 중국과 일본인들이 은을 찾아 이곳에 이주하여 살게 되면서 붙여진 지명이다.화장실을 사용하고 스트레칭도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같은 조로 편성된 연장자분이 콜라 한 병을 건네준다.
높은 구름 사이로 간간이 햇살이 비친다. 우측 태평양 연안 해변가로 붉은 지붕에 하얀 벽을 가진 깔끔한 주택단지가 들어서 있다. 오랜만에 녹색지대가 나타난다. 주로 옥수수와 감자밭이다. 붉은 흙탕물이 바닷가 쪽으로 흐르는 강도 지난다. 물이 생명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생명은 이어진다. 마을 앞 교차로에서 차량이 서행하는 사이 도로에서 파인애플 수박조각 등 과일과 물을 지나가는 차량에 판매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12시50분 '이카'에 도착해 현지식 점심을 했다. 나름 꾸며 놓은 야외정원 식탁에 앉았다. 야자수 등 과일나무로 둘러 싸여 개방감도 있고 새들의 지저귐도 함께 한다. 애피타이저로 아보카도와 감자가 있고 메인으로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중 선택했다. 후식으로 현지 과일이 제공되었다. 식사 후에는 '피스코'라는 페루산 와인 제조과정과 시음시간을 가졌다. 기본적인 제조과정은 포도주와 같은데, 발효를 항아리를 이용하고 도수도 다르고 과일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
15시에 호텔 ‘라스 두나스’에 도착 해 체크인 후, 16시50분까지 휴식시간을 갖고, 와카치나 오아시스마을로 버기카 투어 및 샌딩보드 탑승을 위해 출발했다. 호텔은 넓은 정원과 야외풀장이 어우러져 풍경이 아름답다. 휴식시간 중 야외수영장 이용을 시간관계로 이용하지 못해 아쉽다.
눈물을 흘리는 소녀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 '와카치나'는 사막에서 물이 솟는 오아시스마을이다. 샘이 소녀의 눈물이다. 마을입구에서 버기카로 갈아탔다. 지프를 개조한 10인승차로 사막 모래 위를 달린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언덕을 오르내리고 사막을 질주한다. 사진촬영을 하기도 하고, 언덕에서 샌딩보드를 타면서 바람을 가르고 미끄러져 내리기도 하면서, 소리 지르며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어느덧 어스름이 찾아오면서 사막에 노을빛이 깃든다. 노을을 머금은 사막을 안고 인생 컷을 남겼다. 잠시나마 바람을 가로지르며 소리 지르고 사막이 그려내는 풍경에 젖었다.
저녁은 호텔에서 닭튀김에 감자가 곁들인 요리다. 저녁 식사 후 카페에서 상큼한 레몬에이드 한잔했다.
내일은 나스카 상공에서 비행하면서 문양을 본다.
4일 차 (3/7, 금) -라스카 라인을 만나다
중간 중간 잠이 깨다가 기어이 새벽2시에는 일어나고야 말았다. 쿠스코로 이동을 앞두고 어젯밤부터 복용하기 시작한 고산약 때문인가 싶다. 이뇨작용이 있다 했는데 제대로 약효가 나는가 보다.
아직 어둠에서 벗어나지 않은 시간, 올려다 본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하고 격자무늬 구름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다. 반팔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새벽 5시부터 호텔에서 아침식사가 시작되었다. 잘 먹어야 힘이 나는데, 먹는데 지장이 없으니 다행이다.
5시50분, 어둠 속에서 '피스코' 공항을 향해 이동 을 시작했다. 약 40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나스카 라인'은 페루 남부의 나스카 지역에 있는 거대한 지상화다. 이 라인들은 고대 나스카 문명이 약 2000년 전인 기원전 500년에서 기원후 500년 사이에 그려졌다고 여겨지고 있는데, 나스카 라인은 약 80개의 거대한 그림과 300개 이상의 직선 및 도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은 하늘에서만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스카 라인의 그림은 크기가 매우 커서, 일부 그림은 수백 미터에 달한다. 가장 큰 그림들은 동물이나 기하학적 도형을 형성하고 있는데, 원숭이, 고래, 도마뱀, 벌레, 새, 나비 등 다양한 동물들의 형태와 복잡한 선들이 그려져 있다. 또한, 직선이나 삼각형, 사각형 같은 기하학적 도형도 많다. '페루' 정부와 유네스코 등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199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피스코 공항에 07시20분에 도착했다. 멀미약을 복용했다. 문양을 보기 위해 좌우로 롤링을 하면서 멀미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12명씩 2대에 나눠 탑승하게 되었다. 12인승 프롭 경비행기는 활주로를 이륙하여 해안가를 돌아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모래사막과 초원지대가 확실히 구분되었다. 황무지가 있는가 하면 초록도 섞였다.
약30분여의 비행 끝에 나스카 문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영어로 설명을 하면서 좌측 우측으로 날개를 기울여 문양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항상 느끼는 게 사진보다 나은 실물은 없다. 하늘에서 전체를 보아서 좋기는 한데 크기가 작아 보여 그 크기를 실감할 수가 없다. 그래도 한참을 좌우로 날개를 기울이면서 각가지 문양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돌아오는 길 졸음이 밀려온다. 나스카 문양의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고대부터 거기에 있었고 지금의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파라카스'해변으로 이동했다. 관광지라서 인파가 꽤 있다. 늘어선 식당가를 지나 해변이 있다. 해변은 가꾸어지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고 사람들만 붐빈다. 점심 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특별히 할일이 없다. 햇볕이 따갑다. 길가 그늘이 있는 벤치가 천국이다.
해변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생선 맑은 수프와 해물 ‘빠에야’가 나왔다. 여행 중 처음 맛보는 요리가 있어도 인정하고 먹으려 한다. 스프는 그런 대로 먹었는데 빠에야는 결국 남겼다. 해물로 오징어가 많이 들었다. 빠에야에 오징어는 별로다. 문 앞에서 거리의 악사가 기타연주와 노래로 분위기를 돋운다.
다시 리마로 향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졸린 것이 일찍 일어난 탓도 있지만 멀미약 때문이기도 하다. 차에 따자마자 졸다가 깨보니 두어 시간이 지났다. 창밖으론 가면서 보았던 풍경들이 이어진다. 메마른 땅, 풀도 자라지 않는 땅에 기대어 살아야하는 이들의 비애가 새삼 느껴진다. 좋은 환경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다. 사계절이 있고 물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18시쯤 리마호텔에 도착했다. 몸 상태가 별로다. 점심으로 먹은 밥이 꺼림칙했는데 장시간 에어컨바람을 쐬며 이동하느라 탈이 났다. 속이 답답하고 근육통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저녁을 건너뛰고 옷도 벗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다행히 소화제와 해열제를 먹고 옆지기가 물수건으로 습포를 해 주면서 좀 나아진 듯하다. 옆지기에게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 남은 기간 몸 관리 잘해야겠다.
5일 차 (3/8, 토) -리마->쿠스코
9시에 호텔 체크아웃 후 공항으로 출발했다. 11시50분 리마를 출발한 비행기는 약 1시간 반 만에 '쿠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옆지기 상태가 안 좋다.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린다. 점심도 걸렀다. 냄새만 맡아도 속이 거북하다.
시내투어는 생략하고 우루밤바 숙소로 인솔자의 도움을 받아 택시로 이동해야만 했다. (비용은 인솔자가 지불해주었음) 둘 다 먹지 못하고 물만 마셔도 화장실로 가기 바쁘다. 열도 다시 오르락 내리락 한다. 다른 인원들이 들어 올 때까지 기진맥진해 누워 있어야만 했다. 옆지기가 일행분께 장염약을 구해 복용했다.
6일 차 (3/9, 일) -마추픽추에 가다
다행히 열은 내렸지만 화장실 가는 것은 여전하다. 마침 쌀밥이 있어 따뜻한 물에 말아 아침식사를 좀 했다.
7시20분 호텔에서 출발하여 약 50분간 이동했다. 8시30분에 출발하는 잉카레일을 탔다. 협곡을 달린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열차가 가고 검붉은 흙탕물이 흐른다. 우기라서인지 산들도 초록이다. 동쪽과는 정반대다. 약 1시간 30분 이동 후 10시에 '아구아 깔리엔테' 마을에 하차해 셔틀버스로 갈아탔다. 구불구불 흙길을 올랐다.
드디어 마추픽추다. 주거지와 신전의 형태가 돌집의 형태로 남아 있다. 주거지 창은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나 있고 태양의 신전은 창문에 태양이 위치하는 것을 기준으로 계절을 가늠할 수 있게 지어졌다.
그래도 나는 조금 괜찮아졌는데 옆지기는 매우 힘들어 한다. 약 2시간에 걸쳐 둘러보면서 설명도 듣고 사진도 찍었다. 마추픽추를 내려 와 식사를 했다. 나는 몇 숟가락이라도 떴는데 옆지기는 시늉만하다 만다. 오늘 일정 끝나고 쉬면 좋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안데스 산맥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치솟은 산들과 길고 긴 골짜기가 끝이 없다. 1911년 한 탐험가에 발견되기 전까지 은둔의 도시였던 마추픽추! 무슨 이유로 깊은 골짜기를 지나 산 위에 도시를 건설했고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7일 차(3.10, 월) -오얀따이땀보, 살리네라스, 모라이, 삭사이와망
늘 그렇듯 이른 아침식사를 했다. 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졌지만 조심스럽게 아침을 마쳤다. 잡목이 우거진 산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이다. 옆지기도 많이 회복된 듯 제법 식사를 한다.
7시에 호텔 체크아웃 후 출발해 첫 번째로 잉카 문명을 엿볼 수 있는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했다. 15세기 '잉카제국'이 스페인의 침략을 받았을 때 마지막 항전지로 알려져 있다. 산비탈을 따라 반대편 사면에는 감자 등을 저장할 수 있는 자연 통기식 건축물이 있고 한쪽 사면에는 태양의 신전 아래 계단식 주거지 유적이 남아 있다.
이곳 지형이 라마를 닮아서인지 라마 몇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태양의 신전에는 잉카의 상징인 콘도르, 퓨마, 뱀이 새겨져 있었는데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지워지고 일부 흔적이 남아 있다. 과거 제국자들이 벌인 문화말살은 그들에게서 신마저 앗아 가려 했다.
다음으로 '살리네라스'마을로 향한다. 살리네라스는 염전마을이다. 그새 비가 그쳤다. 고갯길을 한참 오르자 넓은 초원지대다. 이름 모를 들꽃과 들풀이 덮고 있다. 해발 3,250m의 개찰구를 지나 언덕을 내려가기도 잠깐 3,000m계곡에 형성된 계단식 염전이 나타난다. 안데스 산맥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자연 건조해 소금을 생산한다. 소금은 4단계로 나눠 채취하고 마지막으로 채취하는 소금은 의료용으로 사용된다. 보통 건기인 4~9월에 소금을 생산한다.
버스는 '모라이'로 향한다. 고원지대가 끝도 없이 광활하기만 하다. 곳곳에 마을이 있고 유채 밭과 목초지도 눈에 뜬다. 양떼를 몰고 가는 목동이 한가롭다. 모라이는 잉카의 계단식 밭이 있는 곳이다. 3,250m 고지대에 생성된 분화구처럼 생긴 싱크 홀에 낙차를 이용한 계단식 농경지를 만들었다. 각 계단 간 1도의 온도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봐 농작물 재배 시험에 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발굴 당시 하층부에서는 주로 콘이, 상층부에서는 감자가 발굴되었다. 페루에서 재배되는 감자의 종류는 약 1,500여 가지가 되고 옥수수도 1,200여 가지로 다양한 품종이 있다
점심식사는 현지식 뷔페다. '돈 엔젤' 레스토랑은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어 며칠만에 제대로 골라서 식사할 수 있었다. 먹지 못하는 고통을 체험한 며칠이었다.
마지막 코스로 '삭사이와망'으로 출발했다. 한참을 이동했다. 구름이 걷힌 안데스 산맥위로 하얀 빙하가 드러난다. ‘쿠스코’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올랐다.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데도 3,620m다. 잉카의 유적으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거대한 돌들은 무게가 큰 것은 120톤, 작은 것도 40~50톤에 달한다. 쿠스코는 퓨마형상인데 머리에 해당하는 곳으로 지혜를 뜻한다. 잉카제국 시대에 정복자들이 큰 돌은 현지에서 작은 돌은 인근에서 가져와 축조를 했고 중앙에는 40m에 달하는 탑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이 점령하면서 파괴되고 성당들을 짓는데 가져다 써 지금은 헝클어진 형태가 되었다. 설명을 듣고 쿠스코 전경을 감상하러 가려는데,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해 시내로 이동해야만 했다.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아르마스 광장주변 회랑을 따라 걷다가 인근 스타벅*에 앉아 따뜻한 띠 한잔 마시며 저녁시간을 기다렸다.
저녁식사 후 쿠스코공항에서 비행기로 리마로 간 후, 환승을 해서 볼리비아 ‘라파즈’로 가게 된다. 7일간의 페루여행을 통해 일부나마 페루의 어제와 오늘을 볼 수 있었고, 어찌됐든 장염으로 고생한 것도 큰 경험이 되었다. 굿바이 페루!
쿠스코 공항 리마행 비행기 탑승장에서 대기 중 옆지기 이름이 불리었다. 캐리어에 넣은 체온계가 수화물 검사에서 걸린 것이다. 전자식 체온계의 배터리가 문제였다. 직원의 안내로 캐리어에서 체온계를 제외하고 항공기에 탑승했다. 비행은 제 시간에 맞춰 이뤄졌다. 23시30분 다시 리마공항에 도착했다.
볼리비아 라파즈행 환승이 3시간 연착이다. 원래 1시 반에서 4시 반 이후로 연기되었다. 오전7시에 숙소에서 나와 밤샘까지 하게 생겼다. 게이트 앞 대기의자에서 쪽잠이라도 자 보려 했으나 쉽지 않다.
8일 차(3.11, 화) -쿠스코 리마->볼리비아 라파즈, 시내 투어
3시간 연착한 대가로 15불상당의 쿠폰이 지급되었다. 과자를 구입했다. 4시 30분에 리마를 떠나 3시간여 만인 8시 30분에 라파즈에 도착했다. 1시간의 시차가 있다. '엘알토' 국제공항은 해발 4,200m의 높이에 위치해 있다. 비몽사몽 중 버스로 호텔로 1시간여 이동 중 보이는 설산이 압도적이다. '안데스' 일부다.
'카사 그란데'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3박 예정이다. 룸이 커서 시원시원하고 난방도 잘된다. 라파즈는 평균 3,200m고도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인 안데스 산맥 안에 위치한 분지형태의 볼리비아 행정기구들이 있는 행정도시다.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을 생략하고 좀 더 쉬기로 했다. 꿀잠을 자고 났다. 라파즈 시내 일정이 시작되었다. 2시에 출발하기 위해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먹구름이 보이고 천둥소리가 들리며 우박이 섞인 굵은 빗줄기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다. 환영인사 치고는 세다
'달의 계곡'은 세일 퇴적암의 일종이 풍화작용을 겪으면서 만들어진 지형이다. 달에 다녀 온 암스트롱도 극찬한 곳이란다. 갖가지 이름형상을 가진 지형들이 보인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지형과 닮은 듯하면서 다르다. 보다 작으면서도 세밀하게 보여 준다. 일부 무너진 곳도 있긴 하나 자연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무리요' 광장으로 이동했다. 무리요는 볼리비아 독립영웅이다. 남미의 많은 광장들이 '아르마스'라는 이름을 쓰는데, 이곳은 독립영웅의 이름을 붙였다. 광장엔 국회의사당이 있는데 이곳엔 이색시계가 있다. 남반구의 관점에서 시계를 보자는 뜻을 담아 시간표시를 역방향으로 했다. 광장 중앙엔 탑 조각상이 위치해 있고 수많은 비둘기가 사람들과 어우러져 있다.
'하옌'거리에 내렸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시대 건물이 100여m에 걸쳐 줄지어 늘어서 있다. 바닥은 돌길이다. 노랑 오렌지 벽체에 붉은 기와지붕이다. 2층엔 철제 테라스가 있다. 비록 정복자가 지은 건물이지만 보존하면서 과거역사의 아픔을 보여주는 교육의 장이다. 침략자의 것이라 해도 물적인 것은 보면서 기억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으면 쉬이 잊힌다.
'텔레페리꼬' 케이블카는 대중교통의 하나이다. 지형의 특성상 고지대와 저지대, 고지대간을 7개의 노선이 연결한다. 가장 높은 곳과의 고도차는 무려 1,000m에 달한다. 고지대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되었다. 지금은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편의성도 개선되어 편리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제일 높은 지대에 위치한 '엘 알토' 마을까지 이동하는 동안 생각과는 달리 현대식 붉은 벽돌집들이 이어졌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라파즈 시내는 온통 붉은색이다. 높고 낮은 지형을 따라 건물들이 이어진다. 산등까지 이어진 붉은색은 그 끝이 난다. 그 너머에는 햇빛에 빛나는 설산이 버티고 나를 부르는 듯하다.
일명 '마녀시장'을 방문했다. 길 양쪽으로 전통방식의 장신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현지인 보다 외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듯하다. 눈요기 하듯 기웃거리며 산책하듯 한가로이 자유 시간을 즐겼다.
저녁은 한식으로 삼겹살이다. 삼겹살, 마늘, 된장, 김치찌개 모두가 반갑다. 음주는 고산증 때문에 금지다. 현지 35년차 연로하신 주인장 아주머니도 군구더기 없이 훈훈한 영락없는 우리 동네 아주머니다. 또 한 끼 잘 먹었다. 나오는 길 올려다 본 하늘에는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마지막으로 '낄리낄리' 전망대에서 시내 야경 구경을 했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하늘엔 채 차지 않은 도시의 둥근달과 가로등이 전망대를 밝혀 주고 있다. 주변 건너편 언덕 비탈면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의 삶이 녹아 있는 등불이 피어나는 수많은 촛불이 되어 빛나고 있다. 그들의 삶도 찬란히 빛나기를 바라 본다. 아름다운 밤이다.
내일은 라파즈를 출발 '티티카카'호수로 향한다.
시내는 약간의 평지에만 현대식고층건물이 있고 대부분 저층건물이다. 길들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 덩치 큰 버스나 트럭들이 오르막을 오르며 시커먼 매연을 내뿜기도 한다.
9일 차 (3.12, 수) -티티카카 호수에 가다.
'티티카카라'는 이름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앞서서 나가니 따르자고 외치다가 먼저 간 뜻을 같이한 이가 쓰던 닉네임이었다. 그래서 티티카카호수는 나에게 있어 그저 티티카카가 아니다.
약3시간30분이 소요된다. 크기는 8,371km2 면적에 페루와 분할되어 있다. 송어, 메기, 큰개구리 등 어종이 잡힌다. 티비 방송 등에서 자주 소개된 갈대섬은 페루 쪽에 속해 있다.
고개위로 올라섰다. 라파즈주에 속한 '엘 알파'시로 인구가 100만에 달하는 비교적 많은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전통복장의 현지 여자들이 자주 눈에 띈다. 검은 머리를 땋아서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전통 모자를 쓰고 스프링이 속에 있는 통 큰 ‘춀리타’ 치마를 입었다. 노상시장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과일들 구경도 하고 칼륨을 보충할 수 있는 바나나도 샀다.(켈리 인솔자는 고산약 복용시 칼륨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손과 발이 저리다며 지속적으로 바나나 섭취를 권유한다.)
도시를 벗어나니 끝없는 평원이 이어진다. 멀리 나지막한 언덕들이 펼쳐지고 푸른 초원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기도 하다. 멀리 설산도 다시 보인다. 우리는 3~4천 미터를 오가는 고원 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중간에 고속도로가 비로 막혔다 한다. 얼마 전 마추픽추를 다녀 온 다음날 산사태로 마추픽추 관광이 중지되어 다음 팀들이 마추픽추를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다행히 국도를 이용해 돌아갈 수 있단다. 시간이 20여분 더 소요된다. 어렵게 돌아 티티카카호수에 도착했다.
작은 마을을 끼고 바다 같은 티티카카호수는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토토라'라는 갈대로 만들어진 민속배를 약 30분여 타고 호수를 유람했다. 잔물결이 이는 수면 위를 두 대의 토토라배는 모터를 달고 나아간다. 한적하기 그지없다. 오가는 배 한척 없는 호수 위 배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보냈다. 육지에 닿았다. 토토라 박물관 겸 기념품 가게에서 머무는 동안 폭우가 사정없이 쏟아 붇는다. 토토라배의 제작 장인으로부터 배의 역사를 듣고 기념품들을 구입해 나오니 비가 그쳤다.
인근에서 현지 뷔페식으로 점심을 했다. 호수가 식당이다. 현지 야외 결혼식이 열리는 곳이란다. 식사 도중에 또 다시 우박과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세찬 바람과 함께 쏟아진다.
하늘아래 첫 번째 호수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관광 인푸라도 없다. 같은 고도에서 살아가는 현지인들에게 별반 다를 것 없는 호수일 뿐이다. 찾는 외지인들 기준에 맞춰 대할 뿐이다. 티티카카호수는 말없이 제자리에 있을 뿐이다. 돌아가는 길도 왔던 길 따라 돌아가야만 한다. 전체 일정이 1시간 정도 늦춰졌다. 손끝은 저리지만 오늘도 또 한 가지 일을 해 냈다.
10일 차(3.13, 목) -볼리비아 우유니
새벽 4시부터 서둘렀다. 7시40분에 출발하는 우유니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서다. 1시간 거리다. 우유니 공항에 8시40분에 도착했다.
우유니는 '안다' '품다'의 의미가 있다. 많은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 1순위로 올라가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큰 거울이 있는 곳이다. 여행자들은 물 찬 우유니를 보기 위해 12월부터 4월까지 우기 시즌에 이곳을 방문한다. 볼리비아와 칠레의 경계선상에 하얗게 덮여 있으며, 해발 3500m 고지에 그 넓이는 우리나라 강원도 땅만큼의 크기를 자랑한다.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랐던 바다가 산악 주변의 분지형 지역에 갇혀 호수가 되고, 이 후 호수물이 모두 증발하고 세상에서 가장 평평한 소금사막이 만들어졌다.
현지 가이드 알리나를 만나 일곱 대의 지프에 네 명씩 타고 기차마을에 도착했다. 1907년부터 은, 구리 등 철광 산업이 활발할 때 운행하던 열차 중 일부가 1940년부터 운행 중지 된 상태로 방치되었다가 관광자원화 되었다. 녹슨 철길과 철마가 기다리고 있다. 힘차게 달려야 할 철마는 녹슬고 부분 떨어져 나가 세월 속으로 녹아들었다.
다음 목적지 염전마을을 향해 곧게 뻗은 포장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하늘과 땅이 만났다. 구름이 차지한 하늘은 거칠 것 없는 대지를 땅 끝에서 만나 부둥켜안는다. 대지가 품어야 할 수목은 사라지고 이름 모를 키 작은 잡목만 보인다. 현재고도 3,733m. 수목 한계선을 훨씬 지났다.
'콜차니' 염전마을에 도착했다. 주민 800여명이 소금을 생산 판매하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소금의 생산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념품 가게를 돌아 나왔다.
소금사막에 들어섰다. 발목 깊이의 물을 헤치고 나아간다. 구름이 내려앉고 하늘이 잠겼다. 여의도 넓이의 17배 크기가 물에 차 있다. 소금도 생산하고 인생 샷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왜 세계의 거울이라 하는지 알 것 같다. 와 봐도 실망하지 않을 곳이다. 말로 다 할 수 없다. 궁금하면 와 봐라! 다카랠리 홍보 탑과 만국기 광장을 방문하고 근처에서 소금사막 위 만찬으로 점심을 했다. 태양빛 차단막 안에 탁자와 의자를 놓고 간단 뷔페식과 컵라면으로 식사를 하면서 포도주도 한 잔 곁들여 분위기를 돋웠다.
선셋까지 남은 시간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4,200m '겔로우'산은 머리에 하얀 지붕을 이었다. 선셋투어에 나섰다. 바람이 거세다. 바람 따라 흐르는 물결에 앞서 가는 차가 게걸음 걷는 듯 보인다. 선셋투어에 나선 차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서쪽하늘은 높은 구름으로 덮였다. 열려진 하늘 사이로 붉은 해가 잠시 머무는 듯 하다가 옅은 구름층 사이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 것만 보고 아쉬움을 안고 호텔로 돌아 왔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하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인간의 생각과 다르다 해서 하늘을 탓할 수 있으랴?
호텔은 소금호텔이다. 벽면 내장이 소금으로 마무리 되어 있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나름 운치도 있다.
새벽부터 시작된 오늘의 여정. 우유니는 그야말로 ‘세계의 거울’이라 불릴 만한 곳이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이 경이로운 풍경, 직접 와 보면 그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11일 차 (3.14, 금) -알티플라노 고원지대 1일 차
오늘은 알티플라노 고원지대 투어다. 해발 4,000미터의 광활한 알티플라노 고원을 랜드크루져로 질주하며 다양한 빛깔의 아름다운 호수지대와 플라밍고를 감상하고 넓은 사막지대와 기암괴석을 조망할 예정이다.
다소 늦게 소금호텔을 떠나 '우유니' 마을로 향했다. 어제 봤던 소금사막을 우측에 끼고 우유니마을로 곧게 뻗은 길을 달린다. 간밤에 비 내리더니 햇빛은 더 눈부시고 아침기온은 약간 바람 끝이 차갑다. 한편에서는 라마 무리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사륜구동 랜드쿠루져는 곧은길을 신나게 달린다.
슈퍼에서 물, 초콜릿 등 간식을 구매한 후 과일시장으로 향했다. 재래시장 안 과일가게에 들렀다. 파파야 망고 메론 바나나 등 과일을 사선으로 세운 진열대에서 판매하고 있다. 더러 구입하기도 하고 기웃거리면서 눈 구경을 했다. 현지를 보여주는 곳 중에 하나가 재래시장이다. 하지만 대부분 구경을 하러간다. 음식은 청결이 필수인데 그렇지 못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대부분이 노점이고 일부 건물 안 가게다. 쭈그려 앉아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도 우리네를 많이 닮았다.
'산크리스토발'마을로 가는 길에 좌우로 물길이 펼쳐진다. 바닥은 붉은 황토색 흙이다 가끔 플라밍고들이 눈에 띈다. 관목지대가 나타나면 방목한 사슴을 닮은 '비쿠냐'들과 라마가 관목을 뜯고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넓기는 하다. 붉은색 노란색 퀴노아를 재배하는 땅도 있다. 너무 높아 특정 관목 외에는 풀조차도 자랄 수 없는 땅이다.
'산크리스토발' 카치와시식당에서 현지식 식사를 했다. 스프와 라이스, 생선구이에 토마토, 수박 과일, 상추와 오이 등 채소가 다였지만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소화도 시킬 겸 마을을 한 바퀴 걸었다. 외관도 거리도 깔끔하고 번잡하지 않다.
한 무리의 양떼가 길을 가로질러 간다. 달리던 차가 멈춘다. 라마 떼를 만났다. 수많은 라마가 무리지어 한가로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잠시 멈췄다. 작은 물줄기가 흐르고 파릇파릇 이끼류가 초원을 이뤘다. '비야 알로타'다. 고도 3,800m다. 멀리 마을도 보인다. 평화 자체다.
오프로드를 달린다. 사막을 달리듯 바퀴 공기압을 뺀 채로. 불어오는 바람에 흙먼지가 흩날린다. 알티플라노 고원지대다. 루프에는 예비타이어와 연료통을 실었다. 생수도 실었다. 중간에 연로를 공급 받을 수도 식음료를 구할 수도 없다. 우측으로 암석지대가 보인다.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보인다. '라구나까탈'에 도착했다. 평원에 바위들이 각가지 형상을 하고 서 있다. 보는 순간은 있어도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기억했다가도 쉬이 잊어버리는 나이다. 사진으로 찍고 기록해 놓으면 생각날 때 한 번씩 찾아볼 수 있어 좋다.
차는 다시 고원의 오프로드를 달린다. 물길을 헤치고 구덩이들을 지나고 모래로 덥힌 길을 나아간다. '라구나 빈또'호수다. 플라밍고 몇 마리가 유유히 유영하고 있다. 내일 보다 많은 호수에서 플라밍고를 보기로 하고 잠깐의 휴식을 갖고 다시 출발 해 '이탈리아 뻬르디다'로 향했다. 이탈리아 사람이 발견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타이완의 지류공원을 연상케 한다. 해안에 있고 고원에 있고의 차이고 형상들이 작고 크고의 차이다. 갖가지 형상들을 하고 있는 것은 비슷하다. 고도 4,000m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그늘의 길이가 늘어났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호스텔에 도착했다. '빌라마 마큐'다. 열악한 환경에서 잠깐 머무르고 떠나야 한다. 2인실 게스트하우스 정돈데, 찬물마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침대나 침구도 불편하고 난방도 무선인터넷도 안 터진다. 그래도 새벽 5시면 떠날 수 있어 다행이다.
12일차(3.15, 토) -알티플라노 고원지대 투어 2일 차
오늘은 '알티플라노' 고원에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감상하고 천연 온천욕도 할 수 있으며 많은 호수를 지나는 코스로 볼리비아 고원지대를 떠나 칠레 '깔라마'에서 숙박하게 된다.
난방조차 안 되는 숙소에서 새벽 4시부터 식사 후 5시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또 하나의 추억이다. '라구나꼴로라다'로 향한다. 어둠 속에서 출발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차량들의 엔진소리가 밤공기를 가른다. 차량 불빛에 의지해 어둠을 뚫고 나아간다. 고갯길을 한참 올랐다. 현재고도 4,500m. 난생 처음이다. 고갯마루에 올라섰다.4,800m를 찍고 내려가기 시작한다. 손가락 끝아 살짝 저리다. 고산증세 중 하나다.
붉은 노을이 동쪽 하늘을 물들이더니 점점 주변이 환해진다. 반대편 산등성이 위로 걸린 달이 파랗다 못해 투명하다. 산등성이가 점점 황금빛으로 물들다 밝게 빛난다. 세상의 모든 곳에서 태양은 매일 같이 떠오르지만 4천 미터가 넘는 고원에서 맞이하는 태양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다.
기어이 차가 멈췄다. 첫날은 시동불량으로 말썽이더니 이번엔 바퀴 축 베어링이 깨져 움직일 수 없단다. 한참을 씨름하다가 나머지 차량에 나눠 타고 출발했다.
3시간30분만에 '라구나 꼴로라다'에 도착했다. 안데스 생태국립공원안에 위치한 로스 플라맹코스 보호구 호수는 주변 붉은 산들에 둘러 싸여 물이 고여 생성되었다. 호수물이 붉다. 녹아내린 철광석과 플랑크톤 때문이다. 플라밍고도 붉다. 철새인 플라밍고는 번식을 하고 북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머리를 물속에 쳐 박고 먹이활동을 하기도 하고, 두 다리로 겅중겅중 걷기도, 수면 위를 낮게 비행하거나 떠다니고 있다. 지구 반대쪽에서 보러 온 것을 알기라도 하듯 울음소리를 내면서 움직인다. 이 곳이라야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아쉬움을 남기고 플라밍고가 보여주는 향연을 뒤로했다.
'내일의 태양'을 향해 달렸다. 다시 고도 갱신 . 4,975m를 넘었다. 간헐천을 만났다. 내일의 태양이다. 지면이 부글부글 끓고 증기가 바람에 흩날린다. 유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화산활동이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다.
'폴케천연온천'으로 출발했다. 아직도 유황냄새가 코끝에 맴돈다. 고개를 넘어서니 호수가 나타난다. 호수를 끼고 몇 개의 천연온천탕이 들어섰다. 대형 온천탕 크기라거나 할까? 준비한 수영복을 두고 족욕이나 하기로 했다. 탕 끝에 걸터앉아 햇빛을 등졌다. 공기도 상쾌하고 햇빛도 좋다.
마저 점심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현지식 뷔페가 준비되어 있다. 음식 탓은 배부른 자들의 복에 겨움이다. 한 끼 한 끼 식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식곤증에 밀려오는 졸음과 씨름하다 보니 '볼리비아에서 마지막 코스인 '라구나베르데'/'라구나블랑까' 전망대에 도착했다. 두개의 호수 뒤로 세 개의 화산 분화구가 보인다. '리깐까부르화산'이다. 호수에는 생명이 없다. 물에 비소가 섞여 있기 때문이란다. 물 빛깔도 약간 검은색을 띠었다.
볼리비아와 칠레국경이 코앞이다. 먼저 볼리비아 출국심사를 진행했다. 소위 출국세 덕분인지 쉽게 통과됐다. 씁쓰름하다. 오는 사람 반갑게 맞고 가는 사람 웃으며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일행 중 하나가 출국 수속을 하면서 여권을 분실했다.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여권을 찾아 올 때까지…….
칠레입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통상의 여권 검사와 짐 검사가 이루어졌는데, 짐 검사 시 농산물 반입여부를 까다롭게 검사했다.
이제 숙소가 있는 깔라마로 간다. 도로도 잘 포장되어 있다. 고도는 2,400m정도라 편안하다. 문명세계로 되돌아 온 느낌이다. 넓은 평원에 수많은 풍력 발전기가 설산을 배경으로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곧게 뻗은 길이 끝없이 뻗어 있다. 잠만 자고 내일 '산티아고'로 날아간다.
13일 차 (3.16, 일) -산티아고 이동 후 시티투어
편안한 밤이었다. 깔끔하고 부족함이 없다. 어제 저녁은 '디에고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 전식으로 닭고기야채샐러드, 메인으로 연어구이가 감자튀김과 함께 나왔다. 후식으로 달달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니 그 행복감이라니…….
'산티아고'로 가기 위해 서둘러 아침을 먹고 '칼라파' 공항에 도착했다. 소규모 공항이고 인파도 그리 붐비지 않아 쉽게 게이트 대기장까지 나왔다. 8시53분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해 기수를 남쪽으로 향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10km 상공 좌측 창가좌석에서 내려다보이는 안데스 산맥 따라 펼쳐지는 산과 골, 평원과 호수 등 물 줄기를 잘 볼 수 있어 좋았다.
2시간만인 10시58분에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기다리던 전용버스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남미에서 가장 많은 2,200명 정도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고, 현지 가이드는 '로드리고'다.
칠레 인구는 1,900만 정도로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단다, 과일은 체리가 특히 유명하고 포도 생산량 세계 2위로 와인이 유명하다. 은, 구리, 리튬등 광업이 발달했고 관광산업도 활발하단다. 시내로 가는 길에 약 5km의 터널을 지난다. 상부는 공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오늘은 산티아고 시티투어를 진행한다. 먼저 '벨라 비스타'에 들러 환전을 하기로 했다. 카니발 기간이라 환전하기가 쉽지 않단다. 높은 현대식 빌딩, 잘 닦여진 도로와 가로수들과 녹색공간들이 눈에 익은 모습이다. 벨라 비스타는 아이스크림, 츄러스등 스낵코너와 바등이 위치한 음식거리로 조성되었다. 자유 시간에 한 바퀴 둘러보고 아이스크림 하나 즐겼다.
한인 타운에 위치한 '다리원'에서 삼선짬봉과 짜장으로 점심을 했다. 핑크색 벽면이 한국배우 ‘지창*’의 사진들과 몇 명의 이름 모를 사인들로 채워져 있다. 짜장 짬봉도 한국식 중식의 하나가 되었다. 지구 반대편 칠레에도 한국식 짜장과 짬봉맛은 살아 있다. 깔끔히 비웠다. 입맛에도 맞다.
구시가지에 자리한 '산티아고 아르마스 광장' 은 역사적, 정치적으로 산티아고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광장 주변에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독립기념비, 산티아고의 기초를 쌓은 발 디아비의 기마상 등이 자리한다. 마포초강과 오이긴스 거리 사이에 있는데, 공원 안에는 16세기 산티아고의 개척자 발디비아 동상과 독립기념비가 있다. 주위에 시청사, 중앙 우체국, 국립역사박물관등 행정기관과 대성당, 산티아고 박물관 등이 있어 시 중심부라 할만하다.
조금 걸어 법원청사를 지나 '모네다' 궁전에 도착했다. 한 낮의 기온이 더위를 느끼게 한다. 셔츠 단추를 풀어 제꼈다. 옛 화폐제조장을 개조해 현재는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광장은 물론 건물 일부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앞 광장에는 1,973년 쿠데타 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대통령의 동상이 있고, 이 후 칠레에서 쿠데타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영웅시하고 있단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남미에서 가장 높은 뷰를 자랑하는 300m 높이의 '코스타네라'전망대에 올랐다. 복합 쇼핑몰 건물에 위치한 스카이 타워에서는 전 방향으로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 높지 않은 사무공간과 단층의 주택단지가 적당한 녹지와 어우러져 있어 보기 좋았다. 실생활을 떠나 보이는 외양은 잘 가꾸어진 도시라는 느낌이다.
시내투어를 마치고 '풀만 산티아고 비타쿠라'호텔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까지는 여유가 있다. 야외풀장에 입수했다. 5m짜리다. 물도 차갑다. 그래도 기왕 준비한 김에 몇 바퀴 돌고 나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오랜만에 수영을 해 봤다. 비록 맛 보기였지만~~.
14일 차(3.17, 월) -발파라이소/와이너리 투어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했다. 접시를 바꿔가며 먹고 마셨다. 5성급 호텔답게 룸도 럭셔리하고 편안했다.
8시에 호텔 로비에 집결 후 발파라이소로 출발했다. 2시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발파라이소(Valparaíso)'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가까운 항구 도시이다. 1818년 독립 당시 세계무역항으로 활발했으나 파나마 운하 개통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다가 최근 도시재생 사업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있다. Val는 영어 Valley, paraíso는 영어 paradise과 거의 동의로, 한국어로는 "천국의 골짜기"라는 뜻이다. 인구 27만 명(2006년 기준)의 태평양에 면한 항만 도시이며, 미로처럼 뒤얽힌 역사가 있는 아름다운 거리가 2003년에 UNESCO 세계 문화유산에 "발파라이소 항구도시의 역사지구"로 지정되었다.
담이 없이 잔디밭 정원을 갖춘 단독 주택이 개방적이고 깔끔해 보인다. 출근 시간 때 시내를 벗어나느라 잠시 정체하더니 이내 차량들 틈에서 속도를 내어 달린다. 어제 지났던 지하터널도 빠져 나왔다. 하늘은 높고 푸른 가을 날씨다 낮달이 중천에 머물고 있다. 지나치는 산들은 흙빛이 드러나 보이고 키 작은 침엽수종이 다수다. 숲이라기에는 풍성함이 모자란다. 아마도 건조기후 탓이리라.
해군사령부 건물을 지나 콘셉시온을 타고 전망대에 올랐다. 100년 무사고 운행이란다. 급경사를 레일 위에서 쇠줄에 의지해 오른다. 항구가 보이고 언덕위 주거지들이 보인다. 정박해 있는 배들과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근처에 크로아티아나 유고슬라비아풍의 건물이 번성했던 당시를 말해 주는 듯하다.
사진 몇 컷 찍고 벽화마을로 이동했다. 도시의 쇠락과 함께 우범지대가 된 곳에 벽화마을을 조성했다. 이 후 범죄율도 줄고 벽화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도 늘어나게 되었단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을 따라 이동하면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관광객들이 쉬면서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현지인들에게 무엇이 득이 되는지 의문이다. 최초의 영국 성공회 교회에서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웅장하게 연주되고 있고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햇빛에 환하게 드러낸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길가로 야자수 나무가 가로수로 자라고 있다. 태평양이 펼쳐 보이는 해안도로를 따라 간다. 쪽빛이다. 윤슬이 반짝인다. 속절없는 파도는 하얀 포말을 머금고 해안가에 닿는다. 해안공원은 잘 조성되어 있다. 철 지난 비치는 모래사장만 덩그러이 내년을 기다리고 있고 불어오는 바람 맞으며 갈매기가 날고 있다. 저 바다 건너면 동해 어디쯤일까?
부자들의 휴양지 '비냐델마르'에 위치한 한식당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창가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로스 포마이어노스' 현지식 고급 레스토랑에서 해물탕에 와이트 와인을 겉들인 식사다. 해물탕은 푸짐했다. 흰살 생선에 조갯살이 가득하다. 질 좋은 해물탕을 맛보았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맛 봤다.
14시 20분경 '베라몬테 와이너리'로 출발했다. 한국에 수출도 하는 중소기업규모이다. 시원한 해양 기후와 비옥한 토양을 토대로 소비뇽블랑, 피노 누아, 샤르도네 등 고품질의 와인을 친환경으로 생산하고 있다. 와이너리 도착 후 와인 제조과정에 대한 설명과 제조과정을 견학 후 시음을 했다. 포도는 토양, 햇빛, 기온 등 기후에 민감하기 때문에 재배지 선정 시 고려가 되고 유기농으로 재배를 하고 있단다. 현지뿐만 아니라 타지 생산포도로도 와인을 제조하고 있다. 포도는 착즙과 발효, 정제를 거쳐 생산되고 발효는 오크통에서 이루어진다.
16시30분경 호텔로 출발하여 약1시간 후 도착했다. 태평양 연안 발파라이소까지 서쪽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와이너리 투어를 한 가벼운 일정이었다. 휴식 후 저녁은 호텔 식당에서 현지식 구운 연어와 야채 곡물 밥과 과일로 식사를 했다. 하늘과 땅과 수고한 모든 이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잘 먹고 있다.
15일 차(3,18, 화) -푸에르토 나탈레스
쉬어가는 날이다. 이동만 하고 여행일정은 없다. 비행기 탑승시간이 9시44분에서 7시44분으로 2시간 당겨졌다. 새벽 05시30분 호텔 로비에서 밀 박스를 픽업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밀 박스엔 샌드위치, 요구르트, 사과, 물 한 병이 들어 있다. 공항 이동 중에 버스 안에서 대충 식사를 마쳤다.
07시44분 정시에 이륙한 비행기는 푸에르토 몬토 경유 푸에르토 나탈레스 공항에 12시 16분쯤 도착했다.
현지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아보카도 샐러드, 그릴드 치킨과 밥, 디저트로 크림케익이 나왔다. 샐러드는 그런 대로 먹을 만했다. 그릴드 치킨과 밥은 소스 없이 먹기는 힘들었다. 콜라와 함께 좀 먹다가 결국 반 이상을 남겼다. 식사 후 거리를 산책하면서 보온용 비기 모자도 구입하고 마켓에서 간식거리 과자도 구입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파타고니아 지역의 작은 도시로 호수를 끼고 있고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길목에 위치해 있다. 국립공원에 가기 위한 트렉커들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16일 차(3.19, 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숙소는 따뜻하고 아늑했다. 은은한 불빛과 목재로 장식된 벽면, 각종 소품들이 정겹게 한다. 도시풍이 아닌 은은하고 분위기 있는 전원카페가 연상 됐다. 작은 언덕 위에 바다를 바라보며 위치한 호텔은 작은 갈대밭 속에 파 묻혔다. 때 마침 밤새 울어 대는 바람에 끊임없이 춤춘다. 또 하나의 추억이다.
6시 30분부터 식사 후 8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으로 출발했다. 해 돋기 시작한 바닷가 하늘 위에 무지개가 빛도 선명하게 떴다. 바람과 함께 잔뜩 찌푸린 하늘에선 빗방울이 돋는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세계 10대 절경에 속하는 명소로 산, 호수, 폭포, 빙하 등 모든 아름다운 자연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가장 두드러진 지질학적 특징인Torres(탑, 타워)와 원주민 테우엘체족 언어에서 ‘파란색’을 의미하는 ‘Pain’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이 공원의 주요 랜드 마크인 세 개의 화강암 봉우리는 각각 ‘토레 수르, 토레 센트랄, 토레 노르테’로 불리며, 파타고니아 지역을 대표하는 자연 형상 중 하나이다. 이 공원은 1959년 공식 설립되었고, 1978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 되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려간다. 점점 깊은 산속이다. 키 작은 나무들이 숲을 이뤘다. 잔잔한 호수들도 지난다. 나지막한 산들에 갇혀 있다. 햇살은 숨바꼭질이다. 검은 구름 사이로 간간이 파란 하늘이 끼어 있다. 호수에 햇살이 반짝 거린다. 첫 번째 뷰포인트에 도착했다. 강이 흐르는 사이로 숲과 들이 있고 캠핑장이 옹기종기 모였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이 그림이다. 사진에 남겼지만 가슴에도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강이 보이는 뷰포인트를 떠나 40여분을 달려 '그레이' 호수로 향했다. 넓게 펼쳐진 들판은 황금색을 머금고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산에 둘러싸인 물길은 흐름을 멈춰 곳곳에 호수를 만들었다. 그레이 호수는 빙하가 녹아 내려 만들어져 물색이 회색이라서 그레이 호수다. 좁은 숲길을 따라 걸었다. 이끼낀 아름드리나무와 고목이 반긴다. 반갑다. 나무야! 검은 모래사장을 지나니 회색빛을 담은 호수가 펼쳐진다. 아쉽게도 빙하는 구름 속에 잠겨 그 모습을 숨겼다.
비 오고 바람 불더니 식사 장소에 오니 햇빛이 쨍하다. 현지식 뷔페다. 야채, 소고기 스테이크, 주스, 디저트 생크림이 나왔다. 어제부터 디저트로 나오는 생크림은 별로다. 아이스크림이 좋은데~~.
40여분을 달려 삐오에 호수가 바라보이는 지점에 도착했다. 다시 비 오고 바람이 분다. 호수 안으로 작은 섬이 다리로 연결되고 주택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이름 모를 들꽃이 바람에 살랑댄다.
곧 이어 도착한 '살토 그란데 폭포'는 호수 건너편에서 부는 바람에 물줄기를 흩날리고 있다. 자연은 꾸미지 않고도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그 모습을 보러 나선다. 트렉킹이 아닌 버스로 이동하면서 펼쳐지는 전경을 보다 보니 세세히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다. 긴 시간 머물면서 구석구석 돌아 볼 수 없는 긴 패키지여행의 한계다.
'노르덴스키' 전망대에 도착했다. 호수는 푸르고 바람에 물보라가 인다. 그 위로 세 개의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색 빙하를 품고서.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호수로 스며든다. 오르진 못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하다. 원주민들의 산 토레스 델 파이네가 거기 있다.
버스는 아르헨티나 '칼라파테'를 향해 달린다. 약 40분 후면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을 육로로 통과한다. 흙길이 끝나고 포장도로를 달린다. 구릉지가 연이어 나타나고 들풀들은 황금색이다. 산을 벗어나니 파란 하늘도 간간이 보인다. 넓은 들판엔 말들이 방목되어 있고 간간이 과나코 무리도 보인다. 목초지는 철조망과 나무말뚝으로 경계가 구분되어 있다.
칠레 국경에 도착했다. 출국 수속은 간단했다. 버스에서 몸만 내려 줄 서서 여권에 출국도장 받고 끝냈다. 곧 이어 아르헨티나 입국장에 도착해 여권 들고 입국 신고하는 것으로 아르헨티나로 넘어 왔다.
지금부터 4시간여를 가야 오늘의 목적지 '칼라파테'에 도착한다. 그새 하늘은 파랗게 변하고 햇빛도 눈부시다. 국경을 지났지만 비슷한 지형에 황금빛 목초지는 계속해 이어진다. 양들도 눈에 띈다. 땅은 그대로인데 인간들이 선을 긋고 네땅 내땅한다. 국가의 폐해다. 국경 없는 세계 공동체는 불가한 것인가? 이곳은 파타고니아 지역이다.
해가 붉은 노을과 함께 서쪽 하늘로 사라지고 주위도 어둠이 감싸기 시작했다. 호텔 도착 예정시간 21시, 저녁으로 초밥이 기다리고 있다.
17일 차(3/20, 목) -피츠로이 트레킹
8시에 버스를 타고 '엘 찰텐'으로 출발했다 약 3시간 이동하게 된다. 엘 찰텐마을은 '피츠로이' 트렉킹의 시발점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기온은 약간 쌀쌀하다.
피츠로이산(Fitz Roy)은 아르헨티나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 지방 안데스산맥에 있는 산이다. 해발 3,375m이다. 산봉우리에 항상 구름이 머무르는 모습이 담배 피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원주민들은 연기 나는 산 '엘 찬튼'이라 부르며 신성 시 했다. 이 후 탐험가인 '피츠로이'선장의 이름을 붙여 부르게 되었다. 오늘은 엘 찬텐마을에서 시작해 피츠로이 봉우리가 보이는 '카프리' 호수까지 왕복 약 8km를 4시간에 걸쳐 걷게 된다.
차창 밖으로 푸른 하늘아래 광활한 황금빛 들판과 낮은 구릉지가 이어진다. 가끔 물 고인 호수와 과나코 무리, 타조들도 눈에 띈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 왔는데도 민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우측으로 물을 잔뜩 머금고 도도하게 강이 흐른다. 가다가 호수를 이루고 메마른 대지에 젖줄이 된다.
중간 휴게소에 들렸다. 회색빛 강물이 도도히 흐르고 차갑지 않은 세찬 바람에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아간다. 파타고니아 루트 40번 '라 레오나' 휴게소다. 서울까지 17,931km 이정표가 눈에 띈다.
엘 찬텐 마을에 도착했다. 산 가까이에 오면서 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비친다. 현지 산악 가이드 두 분의 인솔 하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약간 경사진 곳을 오르기도 하면서 산행은 이어졌다. 산행은 비교적 평이했다. 오래된 나무들이 고목과 함께 반긴다. 나뭇잎은 약간 단풍기가 들었다. 고목이 산의 연륜을 말해 주는 듯하다. 겸손해지는 마음이다.
먼저 엘 찬텐 마을이 시야에 펼쳐진다. 산 아래 붉은 색 지붕들이 돋아 보인다. 언덕을 돌아 서자 검붉은 강물이 휘돌아 나간다. 막힘없는 곳에 바람이 거세다. 강물은 피츠로이 산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깊게 파인 협곡을 거침없이 내달린다. 잠시 휴식을 갖고 산길을 걸었다. 몇 방울 돋던 빗방울이 빗줄기로 바뀌었다. 판초우의를 입었다. 뒤집어 쓴 판초우의 위로 빗방울이 때린다. 하산하는 외국인 대다수가 바람막이 하나로 비를 견뎌 내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다가 잠시 쉬기도 하면서 목적지 카푸리 호수에 닿았다.
카푸리 호수 건너 피츠로이산 봉우리를 보기 위해 비를 뚫고 왔지만 봉오리는 구름에 잠겼다. 산허리는 하얀 눈을 감고 만년설이 드러누웠다. 만년설이 파란색인 것은 빛의 파장 길이가 짧은 파란색을 반사해 내기 때문이다.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흰 쌀밥에 불고기, 김치, 가지반찬이다. 밥에 넣고 버무려 먹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에 머물던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진다. 그렇게 힘들게 식사를 했다. 피츠로이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하산을 시작했다. 경사진 흙길은 빗물을 머금고 미끄러웠다. 그새 내린 비는 산길에 작은 물길을 만들었다. 일행 중 몇이 기어이 미끄러졌다. 조심하며 내려오는 비탈길은 평소에 비해 배나 힘들었다.
빗속에서 한 트레킹이었지만 멋진 전경과 오래된 나무들을 만나 보았다. 높은 산은 빙하를 만들고, 그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은 호수와 강을 만들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편안한 잠에 빠졌다. 오랜만에 한식 비빔밥으로 저녁을 했다. 한식당은 홀이 개방적이다. 주변에 정원을 잘 가꾸었다. 머리 위에 조명과 전열기가 추위를 녹여 주었다. 깔끔히 비빔밥을 비웠다. 미역국까지도…….
18일 차(3/21, 금) -모레노 빙하, 우수아이아 이동
오늘은 '모레노' 방하 투어 후 우수아이로 항공기로 이동한다. 아일랜드 항공 수화물 규정 15kg을 맞추느라 백팩 무게가 더해졌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점점이 떠 있고 기온은 서늘한 편이다.
8시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페리토 모레노 빙하(Glaciar Perito Moreno)를 향해 숙소를 출발했다. 빙하는 눈이 쌓이고 다져진 얼음덩어리로 산악빙하(ex.히말라야)와 대륙빙하(ex.남극대륙)로 구분되는데,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남극과 그린란드에 이어 지구에서 세 번째로 큰 파타고니아 대륙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빙하로 호수에 떠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현지 가이드의 지역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지역명 칼라파테는 작은 관목열매 이름이고 건조기후로 먼지가 많아 미루나무를 많이 심었다. 바람이 심하고 눈이 많아 단층구조에 뾰족한 지붕이 특징이다. 근처의 아르헨티노 호수는 그 크기가 서울의 2.5배로 여러 빙하의 물이 흘러들어 온다. 파타고니아 지역은 스텝지역이다. 건초가 자라고 넓은 황무지로 이루어져 있다. 천연가스, 석유, 리튬등 광물을 개발 중이고 농사는 마늘 정도만 기를 수 있고 넓은 땅이 자연 상태로 남아 있다. 콘도르, 초익조, 타조과 까란초새, 플라밍고, 검은목백조, 까오깽, 검은목조 따오기,딱따구리 등의 조류와 퓨마, 안데스 사슴, 사막여우, 삵, 등껍질아르마빈노, 과나코 등 동물이 서식한다.
1시간30분을 달려 첫 번째 전망대에 섰다. 호수 끝 산에서 흘러내린 거대한 빙하가 있다. 사진 속에서만 봤던 모레노 빙하가 눈앞에 펼쳐졌다.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탔다. 호수 위를 20여분 가면 빙하의 측면을 볼 수가 있다. 눈을 이고 있는 산이 있고 그 아래 호수가 있다. 산에서 흘러내린 빙하는 호수로 흘러든다. 물 위로 드러난 빙하는 햇빛을 받아 파랗게 빛난다. 가끔씩 녹아내리는 빙하 덩어리가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다. 환호성이 터진다. 수만 년의 세월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다. 빙하 근처에서 머물던 유람선은 뱃길을 돌려 선착장을 향한다. 빙하는 서서히 멀어진다. 눈 덮인 산에 둘러싸인 잿빛 호수가 일렁인다.
배에서 내려 전망대 투어에 나섰다. 고갯길을 오르니 빙하가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눈 덮인 산허리 골짝 골짝이 빙하로 채워져 있다. 마치 스키장처럼 펼쳐진 모습은 빙하의 또 다른 모습이다. 데크길을 굽이굽이 돌며 전망대 투어를 마쳤다. 제대로 빙하를 봤다. 자연의 섭리가 거기에 묻어 있다. 온통 설산으로 들러 싸여 갈 길을 잃은 물길은 거대한 호수를 만들고, 겹겹이 수만년 쌓인 만년설은 빙하를 만들어 호수를 만난다.
우수아이아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김밥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2시간 이동하면 공항이다. 엘 칼라파테 공항은 그리 혼잡하지 않고 국내선 탑승이라서 어렵지 않게 탑승 게이트까지 도착했다. 약 1시간의 비행 후에 우수아니아 공항에 내렸다. 보이는 산마다 하얗게 지붕을 덮었다. 이제 세상의 남쪽 끝 전환점에 도착했다. 호텔은 언덕위에 있다. 항구와 마을이 발아래 놓였다.
19일 차(3.22, 토) -비글해협 투어
산속 언덕위의 '윈담' 가든 호텔에서 아침을 맞았다. 창밖으로 밝아 오는 아침 풍경이 그려진다. 검은 구름 아래 수평선은 일출을 머금고 붉게 물들다 만다. 발아래 항구의 불빛도 밝아 오는 아침을 견뎌내지 못하고 희미하게 사라진다. 정박해 있는 배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호텔 정원의 푸른 잔디에 크로버 꽃이 피었다. 둘러 싼 산들도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 평화로운 아침을 맞았다.
08시30분 로비에 모여 버스로 항구까지 이동해 '비글해협' 유람선을 탑승했다. 자리는 관광객들로 만석이다. 9시30분에 출항한 배는 햇살이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1시간 30분 정도 항해해 나간다. 비글해협은 '찰스 다윈'의 비글호가 항해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좌우로 육지가 이어진다. 갈매기가 낮게 날아오른다.
'세상의 끝 등대'에 닿았다. 영화 ‘해피투게더’에서 등장했던 곳 중 하나다. 이곳은 단순한 등대가 아니라, 지친 마음과 아픈 기억을 내려놓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 위로의 등대이기도 하다. 바다사자들과 가마우지가 무리지어 작은 돌섬을 나눠 차지하고 있다. 그 사이로 갈매기가 날며 방해를 한다. 크기도 제 각각. 끊임없이 고갯짓을 하고 느릿느릿 배로 긴다. 그들의 놀이터, 쉼터가 언제까지나 지속되길 바란다.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잠시 후 '티에라 델 푸에고'(?)섬에 닿았다. 전망대까지 걷기도 잠시, 멀리 설산이 바라보인다. 기념사진들 찍기에 바쁘다. 안내방송이 한국어로도 했으면 좋겠는데, 스페인어와 영어라 눈치껏 하는 수밖에 없다.
펭귄과 돌고래는 볼 수 없었다. 자연과 희귀동물들들을 볼 수 있는 투어 일정이라 기대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돌아오는 뱃길은 빨랐다.
항구에 도착해 도보로 식당으로 이동했다. 중식 뷔페에서 고기와 튀김, 해산물 등으로 식사했다. 식사 후 거리구경에 나섰다. 기념품 및 아웃도어 가게 및 식당과 카페가 거리를 따라 위치했다. 특별히 살 것도 없이 가게를 기웃 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일찍 숙소로 돌아 왔다. 투어도 기대했던 것 만 못했고 자유시간도 그리 편하지 않은 하루였다. 지구 반대편 남쪽 땅 끝 마을에 와 있다는 상징성 외에 그리 특별할 것 없었다.
20일 차(3.23, 일) -세상의 끝 국립공원
창밖으로 바라 보이는 '우수아이아' 풍경은 고요다. 호수 같은 바다 한쪽엔 뽀족산, 반대쪽엔 비행장이 있다. 항구를 따라 작은 도시가 자리 잡았다. 검은 구름이 머무는 하늘아래 풍경은 고요다. 평화다. 담고픈 한 폭의 그림이다.
이침 식시 후 8시15분에 로비에 모여 세상의 끝 국립공원으로 이동한 후 기차 투어를 한다. 세상의 끝 국립공원은 1960년대 지정되었고 해양감옥이 있던 곳에 만들어졌다. 넓이가 광활하여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투어를 하게 된다.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가 숲은 나무로 빽빽이 차 있다. 내가 흐르는 계곡 사이로 난 비포장도로를 약 15분가량 버스로 달려 입구에 도착했다.
세상 끝 철도 '티에라 델 푸에고' 역사에서 기차를 탔다. 협궤열차에 좌석은 무릎이 닿을 정도로 비좁게 3명씩 마주 보고 앉았다. 앞쪽에 외국인 여성 셋이 자리 잡았다. 영 불편하다. 잘려 나간 너도 밤나무 밑동이 고목으로 남아 있다. 교도소 수용자들이 연료 채취를 위해 잘라낸 흔적이다. 가끔씩 말들이 초원에서 풀을 뜯기도 한다. 시내가 흐르고 낮은 곳은 습지가 되었다. 나무에 이끼가 수염처럼 달렸다. 열차는 중간에 한번 정차하고 마지막 종점에 닿았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라파타이 베이'로 간다. 가꾸어지지 않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뤘다. 온통 너도밤나무다. 나무엔 겨우살이들이 기생하고 있다. 제주도의 ‘곶자왈’을 닮았다. 아메리카고속도로의 끝 라파타이아 만에 섰다. 알래스카에서부터 이어진 '팬 아메리카 하이웨이'는 이곳에서 끝났다. 대륙의 끝이자 세상 남쪽 끝이다.
이어서 1997년 오픈한 세상의 끝 우체국에 도착했다. 바다위에 컨테이너 박스하나 세워 놓고 세상 끝이라는 상표로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우수아이아로 돌아 와 점심식사를 했다. 현지식 닭고기와 볶은 채소다. 맵지 않은 닭볶음탕이랄까? 채소와 닭가슴살에 감자튀김이 얹혔다. 매운 소스와 소금을 곁들여 콜라와 함께 식사를 했다.
잠시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 후 공항으로 이동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향한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아담한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남쪽 끝에서 비행기로 3시간30분 이동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 후 호텔에 들었다.
21일차(3.24, 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티투어, 탱고 쇼
아침 식사 후 오전은 자유시간이다. 잠깐 근처 공원과 거리를 산책하고 돌아 왔다. 건물들은 도색이 오래되 낡아 보였다. 도로는 비교적 잘 블록화 되어 있다. 초겨울에서 여름으로 온 느낌이다. 잠깐인데도 덥게 느껴진다.
오후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티투어가 진행된다. 먼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엘 아테네오' 서점으로 갔다. 오페라 극장에서 영화관으로 운영되다가 현재는 서점이 운영되고 있다. 무대와 원형 객석을 살려 카페와 서가가 위치해 있다. 중앙에는 천장화가 그려져 있다. 대규모 시위대를 만났다. 아르헨티나의 오늘은 1976년 3월 24일의 군사 쿠데타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날로, 매년 다양한 단체와 시민들이 모여 민주주의와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행진을 진행한단다.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함께 걸으며 소리치고 춤춘다. 그들이 바라는 바가 어루어지기를 바란다.
'갤러리아' 백화점에 들렀다. 쇼핑을 위해서가 아니라 둘러보기 위함이다. 명품 브랜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보석, 가죽, 의류입체와 지하 식당가가 있고, 벽화와 중앙 천장화가 눈에 띄었다. 오가는 쇼핑객들도 물건을 구입하기 보단 둘러보는 사람 위주다. 거래가 활기차 보이지 않았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탱고 디너쇼를 봤다. 먼저 식사와 주류가 제공되었고, 식사가 끝나자 탱고 쇼가 진행되었다. 음악이나 쇼가 주는 감흥에 젖지 못하고 홀을 나와 끝나기를 기다렸다. 언어도 음악도 춤도 모두 낯설었다.
22일 차(3.25, 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티투어 2일 차
날은 화창하고 바람도 시원하다. 오전 자유 시간을 이용해 도보로 '라 레꼴레타 공동묘지(La Recoleta Cemetery)'에 다녀오기로 했다. 숙소에서 약 20분 거리다. 라 레꼴레타 공동묘지는 유명한 역사적인 묘지로, 19세기 초에 설계되어 1822년에 개장했다. 특히, 그 아름다운 조각상, 고급스러운 묘비,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역사적인 인물들이 묻혀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술 작품처럼 정교하게 조각된 묘비들과 함께 역사적인 인물들의 마지막 안식처로 유명하다. 에바 페론은 아르헨티나의 퍼스트 레이디로, 그녀의 묘는 가장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묘지 내부는 고딕, 바로크, 신고전주의 등의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도로가 블록화 되어 있어 찾아 가기는 어렵지 않았다. 커다란 공원에 들러 싸여 있고, 공원에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 입장료가 14,000페소나 된다. 결국 포기하고 공원을 산책하면서 인근 국립미술관으로 향했다. 개장 시간이 11시다. 결국 외관만 보고 인근 대학 건물을 둘러보고 되돌아 왔다. 오가는 사람들 피부나 외모 언어는 달라도 결국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한 인류다. 문화가 다르고 생각 차이는 있어도 좀 다를 뿐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11시50분 로비에서 모여 집결 후 점심식당으로 이동했다. 점심식사는 현지식으로 에피타이져, 메인, 후식 순으로 제공 되었다. 매끼가 여행의 과정이다. 먹는 것, 자는 것, 이동하는 것 모두가 여행이다. 익숙한 것 보다는 새로운 것과 만나는 것이다.
'5월의 광장'을 찾았다. 5월의 광장은 독립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앙에는 5월의 탑이 있고 시청사와 박물관, 대통령궁이 주변에 있다. 대통령궁은 핑크색으로 칠해져 있다. 독립과정에 있어 내란이 있었고, 내란을 종식하고 평화와 화합을 나타내고자 빨간색과 흰색을 섞어서 만든 핑크색을 칠하게 되었다.
대성당에 들렀다. 광장 바로 옆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주교로 있던 성당이고 남미 독립의 영웅 '산 마르틴' 장군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정면엔 12사도상이 있고 내부에 한국의 103성인을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종교 시설에 가면 경건해지고 편안함을 느끼고 휴식의 시간을 갖고픈 것은 나 만일까?
'라 보카'지구로 향했다. 탱고의 발상지다. 항구지역이었던 곳이라 각 나라의 춤이 혼합되어 탱고가 탄생하게 되었다. 처음 정착지다 보니 빈민들이 삶의 애환을 달래느라 추기 시작했다. 지금은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서고 거리의 화가들이 그림을 전시하고 있고, 탱고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 주고 돈을 받기도 한다. 잠깐 기념품 가게도 돌아보고 거리 구경도 한 후 숙소로 돌아 왔다.
저녁은 한국식 된장찌개와 반찬에 아사도다. 아사도는 고기를 장시간 구워 만든 요리로 육즙이 풍부하고 연하다. 여행 중 고기가 야채보다 흔하다.
23일 차(3.26, 수) -이과수로 이동
새벽 3시 이른 조식 후 호텔에서 4시에 출발하여30분 후 공항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진행했다. 여행일정이 항공기를 탑승하다 보면 새벽이나 밤에도 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 도시락을 준비해서 이동하는 차 안이나 공항에서 대기 중에 식사를 하게 된다. 패키지 여행의 또 하나의 풍경이다. 특히나 이번처럼 여러 나라를 거치며 이동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금은 힘들어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6시10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8시5분 '이과수'(아르헨티나)공항에 도착해서 차량으로 이과수 국립공원에 9시 쯤 도착 후 투어를 시작했다. 이과수라는 이름은 현지토착어 '으과수'에서 왔고 '으'는 크다는 뜻이다. 세계 3대 폭포 중 폭이 가장 넓은 폭포다.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는 폭포 트레일에 나섰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있다해서 '우정의 폭포' 또는 한 때는 '천사의 목소리'라고 부르자는 시도도 있었다. 중앙역에서 협궤열차를 타고 빽빽한 숲 사이로 20여분 달려 내렸다. 철다리가 놓인 몇 개의 지류를 지나 약1km쯤 가자 폭포가 나타났다. 철다리를 지나는 동안 메기, 거북이도 보이고 나비나 어치류의 새들도 보였다. 폭포는 깊게 파인 협곡 아래로 바람에 물보라를 날리며 쏟아져 내렸다. 물보라에 금세 옷이 젖어 온다. 거대한 물줄기와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사진 몇 장 찍고 그 자리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겨 잠시 머물렀다.
아침 새벽에 일어나서인지 기운도 빠지고 허기도 진다. 먼저 점심을 먹고 상부트레일 투어에 나서기로 했다. 공원 안에 위치한 '포티어' 현지식당에서 고기와 감자, 과일을 곁들여 식사를 마쳤다.
총 4개의 트레일 코스 중 두 번째로 '상부 트레일' 투어에 나섰다. 한 낮의 기온은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뜨거운 기운이 감싼다. 그래도 그늘에서 가만히 있으면 좀 견딜만하다.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면 폭포를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나오는데, 제 각기 다른 폭포를 볼 수 있다. 6개의 지류가 수량에 따라 폭포 개수를 결정한다. 수량이 많을 때는 개수가 줄어들지만 수량이 줄어들면 개수가 늘어난다. 넓은 지역을 달려오던 강물이 절벽을 만나 쏟아지며 폭포가 만들어진다.
짧은 시간 안에 폭포투어를 마치고 육로로 브라질로 향했다. 1시간여 만에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브라질로 들어 와 숙소에 들었다. 출입국은 짐 검사 없이 여권 확인만으로 간편하게 이뤄졌다.
24일 차(3.27, 목) -브라질 이과수 투어
어제 호텔에 도착 후 저녁식사 전까지 시간 여유가 생겼다. 호텔 야외 풀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마음에 드는 풀장이 없었는데, 그런 대로 수영하기에는 괜찮았다. 썬팅족은 괜찮은데, 욕탕족은 수영하는데 방해가 된다. 누가 누구를 방해하는 건지?
여유 있게 아침식사도 즐겼다. 특히 과일 중 파인애플은 싱싱하고 과즙도 많고 맛도 좋았다. 같은 일행과 오랫동안 식사도 하면서 환담도 나누었다.
9시 20분에 호텔 로비로 집결 후 이과수투어에 나섰다. 어제는 아르헨티나쪽이었는데 오늘은 브라질 쪽이다. 하늘은 구름 몇 조각, 맑고 햇볕은 따갑다. 193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18만5천 헥타르의 면적으로 서울의 4배에 달한다. 세계 7대 자연 경관이자, 3대 폭포 중의 하나인 이과수 폭포는 275여개의 폭포로 구성되었고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의 국경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국립공원 개찰구를 지나 밀림 속을 투어버스로 15분가량 이동했다. 투어버스는 40km이하로 속도가 제한되어 여유 있게 이동한다. 이과수 폭포투어는 버스에서 내려 약 1.5km 구간을 걸으면서 시작되었다. 위쪽에서 시작된 트렉킹길은 아래쪽으로 점점 폭포 쪽으로 향했다. 전체적인 폭포뷰가 잘 보였다. 거대한 물줄기와 피어오르는 물안개, 우렁찬 폭포수 소리,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물안개에 몸이 젖어도 좋다. 행여 기억에서 지워질까 보고 또 봐도 새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지는 물의 향연이다.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보여 줄 것은 다 보여준다. 비록 내가 볼 수 있는 것이 이과수의 일부일지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먼 길을 온 보람이 있다.
공원 내의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현지식 뷔페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보트 투어는 사파리 차량을 타고 자연 상태의 밀림 속 외길을 따라 강에 접근했다. 비옷으로 감싸고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어차피 젖을 거라면 그냥 비옷 없이 젖어도 괜찮다 싶었다. 맨 앞자리에 자리 잡고 보트를 타고 이과수 강을 거슬러 올라 폭포 아래로 접근했다. 쏟아지는 폭포수를 맞으며 폭포 아래를 들락거리며 환호하고 즐겼다.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버리고 이과수강물에 흠뻑 젖었다.
오늘 하루는 이과수 폭포가 만들어 내는 절경에 감탄하고 그 물에서 보트를 타며 환호하고 즐긴 멋진 하루였다.
저녁은 남미 9개국 민속 쇼인 '라파인쇼' 공연을 관람하며 '슈하스코' 식사를 즐겼다.
25일 차(3.28, 금) -이과수->리우
오늘도 여유 있게 아침을 마쳤다. 간밤에 비 뿌리던 하늘은 청명하기만 하다. 리우엔 폭염주의보가 떴다는 소식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항공 이동을 하는 동안 캐리어 무게로 신경 쓰였고 기내수하물이 하나 더 늘어 불편했는데 이제 짐 꾸리는데 신경 쓰지 않아 홀가분하다. 아르헨티나 항공이 위탁수화물 무게를 15kg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8시, 그 동안 머물던 '에코 카타르타스' 리조트를 체크아웃 후 '푸에르토 이과수 공항'으로 이동했다. 10시40분발 비행기로 리우로 향한다. 여행도 막바지다. 조금은 긴장되고 힘들 때도 있지만 돌아갈 때가 다가오면 아쉬움이 앞선다. 12시45분 쯤 리우에 도착했다. 공항 밖으로 나서자 더운 기운이 덮친다.
마중 나온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인근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해물 빠에야와 광어 구이가 나왔다. 그런 대로 편하게 식사했다.
호텔은 해변 옆에 있다. 호텔에 짐을 풀고 해변으로 나왔다. 거센 바람에 대서양의 거대한 파도가 힘차게 해변으로 밀려든다. 모래사장은 베드와 돗자리를 펴고 썬팅하는 족으로 채워졌다. 물속에는 불어오는 바람을 안고 파도를 가르는 패러세일러들이 수를 놓고 있다. 옷 입고 해변을 걷는 여행객들이 어울리지 않아 불편하다. 잠깐의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17층 옥상의 수영장도 수영하기에는 너무 작다. 물에 몸 담그고 이야기를 하거나 썬 베드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정도다. 결국 객실로 돌아 와 저녁 식사 전까지 쉬었다. 여행 중 휴식은 또 다른 여행의 준비다. 이동하고 식사하고 자는 것 모두가 여행의 일부다. 받아 들이기 나름이다.
26일 차(3.29,토) -리우 시티투어 후 귀국
6시 호텔 조식을 끝으로 이번 여행 호텔 숙식은 끝이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호텔 여건도 음식도 제각각이었다. 좋고 나쁘고의 차이 자체가 여행이다. 집 보다 편안한 곳이 있으랴? 여행은 불편함을 안고 떠난다.
8시 체크아웃 후 호텔을 출발했다.
'코르코바' 언덕의 예수상을 보러 간다. 하트 모양의 호수를 지나 기차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간다.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던 브라질이 독립100주년과 흑인 노예 해방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21년부터 10년에 걸쳐 천주교 신자들의 헌금으로 건립되었다. 예수상은 많은 곳에 있다. 코스코바 언덕의 예수상이 특별한 것은 좀 더 높은 곳에서 두루두루 살펴보고 보살피고자 하는 예수님의 생각을 나타내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예수상의 후면에는 빈민촌이, 정면에는 부촌이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실까? 30여m에 달하는 거대한 예수상 앞에서 기념사진만 찍어 대는 관광객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실까? 생각이 많아지면 기분도 가라앉는다.
11시30분 현지식 '슈하스코'로 점심식사를 했다. 현지식 뷔페식당으로 샐러드를 각자 가지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으면 꼬챙이에 낀 각종 고기를 써빙 해준다. 편하게 앉아서 원하는 고기를 충분히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저녁부터 귀국까지는 기내식으로 때워야 한다.
점심을 마치고 '빵산' 투어에 나섰다. '코타 카바나'해변을 지나 '빵지아수까르'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랐다. 빵산은 리오 중심부에 솟은 약 300여m의 화강암 산으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주변 전경을 두루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늘로 들어서면 그런 대로 괜찮은데 햇볕은 무덥기만 하다. 짜증날 정도로. 덥고 붐비고 기다리고…….경치도 귀찮고 케이블카 좀 타겠다고 난린가 싶다. 사진 몇 장 찍고 아이스크림 먹고 나니 그래도 좀 기분이 가라 않는 느낌이다.
공항으로 이동했다. 20시30분에 리우를 출발하여 10시간만인 3월30일(일) 5시 35분에 애틀랜타에 도착했다. 비행기 탑승은 매번 번거롭다. 수화물 위탁, 보안검사, 출국수속, 게이트까지 이동 대기 후 탑승하게 된다. 보통 2-3시간 전 공항에 도착해야 늦지 않게 탑승할 수 있다. 수화물은 연결 편으로 인천까지 바로 간다. 사람은 입국 후 보안검사 후 다시 게이트로 이동하게 된다. 출발시간이 여유가 많아 편한 의자에서 쉬고 있다.
9시45분 애틀랜타를 출발하여 3.31 (월)14시20분에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할 예정이다.
---제안 드립니다.---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어서 아쉬웠고, 모레노 빙하는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비용이 좀 더 추가되어도 빙하트레킹을 해 보는 거라든지, 비글해협 투어 시 남극의 상징인 펭귄도 볼 수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남미 여행을 선택하실 때 작은별여행사를 믿고 선택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남겨주신 글을 읽으니 선생님과 함께 여행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심하게 정리된 선생님의 후기 덕분에 앞으로 남미여행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추가로 말씀해주신 제안 사항은 내부적으로 깊게 논의하여 보다 더 우아한 여행을 만들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선생님의 인생에 작은별여행사와 함께 한 아름다운 남미에서의 추억이 큰 의미로 남길 바라며,
다음 여행도 저희와 함께 그려주세요.🌈
작은별여행사
남미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