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즈 공항에서 여권을 분실하다. (feat. 데이빗 인솔자)
남편 친구 부부와 3년간 남미여행 준비 끝에 작은별 여행사에 신청을 마쳤다.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옷가지며 신발, 비상약품 등 궁금해지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고 특히 평소에 장이 약한 내가 고산증을 잘 버텨낼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은 나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출발 일주일전 인솔자 데이빗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미리 추리고 추려놨던 질문 몇가지를 조심스레 문의하기 시작했는데 내심 깜짝 놀랐다. 너무 친절하고 자상하게 하나 하나에 충분한 답변을 듣자니까 불안했던 맘은 어느새 이 인솔자님을 믿고 따르면 되겠구나라는 신뢰와 편안한 맘으로 바뀌어 있었다.
페루에서 시작된 고산증을 나름 잘 극복하면서 볼리비아 라파즈공항에 도착했다. 고도 4천이 넘는 지역이라 역시 몸이 어질하면서 공중에 떠있는듯 하고 머리는 띵~~하고 배는 싸르르 아파지면서 그저 주저앉고만 싶어졌지만 그래도 정신을 가다듬었다.
몇 번이고 강조했던 인솔자 데이빗의 주의가 자꾸 생각이 났다. "여권 분실하시면 안됩니다. 제일 많이 분실하시는 곳이 X~레이 통과하실 때이니 여권은 꼭 가방에 넣고 지퍼를 닫으셔야 합니다~~" "그래~~여권을 넣고 지퍼를 닫고...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그렇게 X~레이구간을 잘 통과했다.
그런데 공항 직원이 내 캐리어를 가리키며 열으란다. 큰 캐리어를 구석 구석 뒤지던 중 다른 직원을 한 명 더 불러 다른 캐리어도 마저 열으란다. 두명이 내 캐리어 두개를 열어 동시에 뒤지던 중 여권을 내놓으란다. "짐 뒤지는데 여권은 왜 내놓으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핸드백에 잘 넣어 두었던 여권을 그들에게 건내었고 내 캐리어에선 소분한 누룽지 한 봉지와 오징어포 한 봉지를 내어준 채 정신없이 두 캐리어를 챙겨 공항 건물을 빠져나왔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데이빗의 주의사항이 떠올라 여권을 디시 확인했다. 핸드백 어느 포켓에도 내 옷 어느 포켓에도 없다!! 뒤지고 또 뒤져도 없다!! 가슴이 철렁하고 머리카락이 하늘로 다 솟는 기분이다. 없다!! 당황하기 시작했다. 남편도 함께 내 모든 포켓을 뒤졌지만 없다!!
" 인솔자님!~~ 제 여권이 없어요~! 캐리어 뒤질때 공항직원한테 주고 안 받은거 같아요~" ㅠㅠ
버스 출발을 멈추고 버스에 실은 내 캐리어 두 개를 다시 끄집어내어 뒤지기 시작했다. 없다!! 몇번을 뒤집어도 없다!! 데이빗이 공항으로 달려가 찾아보았지만 거기에도 없었다. 여권을 직원에게 건내고 잘 받아 챙겼어야 했는데 정신이 없던 상황이라 놓친 것이었다.
공항 내 경찰과 분실물 센터에 신고를 마친 후 나로 인해 출발이 지연된 일행께 죄송하단 인사를 마친후 버스는 출발했다.이제 나에겐 여권이 없다!! 비행기로 이십여시간을 타고 와서 고작 페루 한 나라를 여행했을 뿐인데... ㅠㅠ
순식간에 불안함이 나를 엄습해 온다."더이상 남미가 나를 허락하지 않을 것인가? 오랫동안 그리던 남미의 꿈이 이렇게 끝이나나? " 싶은 오만가지 생각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 때 인솔자 데이빗이 마이크를 들었다. " 최선생님~~걱정하지 마십시오~~다행히 볼리비아에 영사관이 있으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임시여권을 만들고 차근차근 대처해가면 됩니다.걱정 하나 하실것 없습니다. 저만 믿고 따르시면 됩니다. 그 순간 데이빗의 위로가 엄청난 편안함을 가져다 주면서 그냥 믿고 싶었다. 데이빗이라고 왜 걱정이 없었겠냐만은 그냥 그 말을 따르고 싶었다.
안되면 말고!! 라는 담담함도 생기기 시작했다.
감사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마침 오전 스케줄이 없던터라 데이빗과 현지가이드와 셋이 볼리비아 대사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영사님과 직원분이 엄청 친절하게 맞아주셨고 국내서 준비해간 여권 사진이 있어 몇시간만에 임시여권을 얻을수 있었다. 우리나라 대사관의 고마움을 새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입국이 까다로와 단수여권만으론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데이빗과 나는 다음날도 경찰서와 이민국을 다니며 필요할만한 서류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그런던중 반가운 소식이 왔다.볼리비아 공항서 여권을 찾았다는 소식이었다.이미 사용중지된 여권이었지만 앞으로내 신분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같아 그래도 기뻣다.
다행히 볼리비아에서의 일정이 여러날 남은 상태여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기엔 충분했다.
그 이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수많은 국내 국외의 공항들을 무사히 통과할 때마다 나로 인해 시간이 지연되는 민폐에도 불구하고 내 일처럼 함께 기뻐해주시던 일행분들께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싫은 소리 한번 않던 나의 남편에게도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스케줄이 비는 시간에 쉬지도 못하고 이 모든 과정을 이끌어 주시면서도 귀찮은 내색 한번 내지않고 친절함과 자상함을 잃지 않았던 인솔자 데이빗!!
공항을 통과할 때마다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함께 나눠주며 하이파이브를 외쳤던 인솔자 데이빗!!
당신은 저에게 남미 여행의 구세주였습니다.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최승옥 선생님.
멀고 먼 남미에서 여권을 잃어버리셨으니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저희도 전해듣고 많이 걱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불편함과 불안을 데이빗 인솔자님과 함께 이겨내고 좋은 기억 담아오실 수 있어서 저희도 너무 행복합니다.
선생님의 여행이야기를 나누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다음 여행길에서도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늘 행복하고 건강하세요.